아내는 외동딸이다. 그리고 난 처남이 3명이 있다. 위로 형님이 한 명이고, 2명은 동생들이다.. 반대로 나는 여자 형제들만 있다. 그래서 형제가 없는 나는 처남들이 좀 각별하다. 그래서인지 각자의 환경과 성격들이 다르지만, 처남들과 모두 친했었다
내가 술을 끊기전에 경상도 집안에서 남자들 투성이인 집안의 분위기는 내가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다. 좀 더 정확한 표현으로는 혼자 말을 많이 하고, 가장 외향적인 성격이었다. 성인 남자들의 대화란 단조로워서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처가 모임에서 조심해야 할 대화가 2가지가 있다. 하나는 종교(기독교) 이야기 이고, 하나는 정치다. 어느 곳이든 조심해야 할 소재이지만, 가족 모임에 이런 이야기가 빠질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 예날 경상북도 점촌에서 결혼 전부터 기독교를 믿으신 장로이신 장모님과 나머지 나이롱 신자인 처남들과 아내, 무신론에 가까운 나, 처남댁 모두는 종교 관련 이슈가 나오면 일치단결 서둘러서 봉합을 하곤 했다.
그런데 아내와 나는 전형적인 586세대의 정치관을 가지고 있었고, 큰 처남은 태극기(유투브) 부대의 견해였던 것이다. '국짐당'과 '문재앙'의 대립은 서로를 좋은 사람으로 대하면서도 견해는 좀처럼 좁히기 어려웠다.
특히 남자들 나이 그리고 고집 서열(?) 1위와 2위의 대립은 동생들, 여자들 모두를 불편한 순간이 된 적이 많았다. 물론 나는 평상시 아내와 견해가 비슷하여, 둘이 같이 쿠데타를 일으키곤 했지만, 형님은 난공불락이었다.
나와 몇 살 차이도 나지 않고, 같은 586세대이며, 정치 민주화 경험을 가졌고, 학생시위의 한복판을 지나온 인텔리인 형님이 그런 견해를 가진 것에 공감하기 어려웠다. 몇 번 서로의 의견을 나눈 적이 있지만, 결국 서서히 자기주장만 격화되다가 주변의 만류로 서둘러 봉합된 적이 많았다.
'다시 생각하기'는 우리 삶의 모든 부분에서 진행되는 투쟁은 아이다. 대상이 물건일 때 사람들은 열정을 다해서 업데이트를 한다.(중략)
그러나 대상이 지식이나 견해일 때는 기존의 것을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 심리학자들이 이것을 '집착하고 얼어붙기'라고 부른다. - P015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능지수가 높은 사람일수록 고정관념에 빠져들 가능성이 더 높다. 대상의 패턴을 보다 빠르게 인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근에 진행되었던 여러 실험을 통해서 드러난 사실인데, 똑똑한 사람일수록 자기 믿음을 수정, 보완하는데 그만큼 더 애를 먹는다. - P046
자기 마음을 바꾸는 것이 전도사 모드에서는 도덕적인 허약함을 드러내는 표시이지만 과학자 모드에서는 지적으로 성실하다는 표시이다. 자기가 다른 사람에게 설득되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검사모드에서는 패배를 인정하는 것이지만 과학자 모드에서는 진리를 향해 한 걸음 다가서는 것이다. 당근과 채찍이 번갈아 주어질 때 정치인 모드에서는 손바닥 뒤집듯 쉽게 의견을 바꾸게 되지만 과학자 모드에서는 한층 예리한 논리와 한층 강력한 데이터를 추종하게 된다. - P049
사람의 생각은 바꾸기가 어렵다. 특히나 나이가 들면 들수록, 평소 성실하고 확신이 강한 사람일수록 바꾸기는 더 어렵다. 우리는 흔히 자신의 의견을 바꾸는 것을 패배로 생각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이다.
아마도 형님과 나는 오만하려고 하지는 않았지만, 확신과 혼동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코로나로 가까이 살면서도 서로 못만나고 있지만, 조만간 만나서 즐겁고 뜨거운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
"오만함은 무지에 확신을 합한 것이다. 겸손함이 인생의 경험을 흡수해서 이것을 지식과 지혜로 바꾸어놓는다면, 오만함은 인생의 경험을 튕겨내는 고무 방패이다." : 인터넷 블로거 팀 어번 - P080
사람들은 흔히 겸손함을 잘못 이해한다. 겸손함은 확신을 적게 하는 것, 즉 자신감이 부족한 것이 아니다. '겸손함'의 라티어 어원 가운데 하나는 '땅에서부터'이다. 한마디로 말해 겸손함은 얼마든지 오류를 저지르고 잘못될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 땅에 뿌리를 튼튼하게 내리는 것이다.
확신은 자기 자신을 얼마나 많이 믿느냐 하는 문제이다. 확신은 자기 방법론을 얼마나 신봉하느냐 하는 것과 구분된다는 사실은 증거가 말해준다. 미래에 어떤 목표를 달성할 능력이 자기에게 있음을 확신하면서도 현재 자기가 올바른 도구를 가지고 있는지 의심하는 겸손함을 유지할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이 확신의 최적점이다. - P081
이 책의 표지처럼 맹렬하게 타오르는 차가운 성냥불처럼 흥분을 가라앉히고 다시 생각해보기를 주장한다. 추천사도 썼지만, 데니얼 카너먼의 '생각에 관한 생각'처럼 빠른 직관이 아니라 느린 생각(다시 생각하기)이 필요한 때가 있다는 것이다.
책의 목차는 개인차원의 다시 생각하기, 개인과 개인의 사이 다시 생각하기, 집단 차원의 다시 생각하기 등 세가지 장으로 나누었다. 개인차원의 다시 생각하기는 인식과 실천의 문제였지만, 개인과 개인의 사이는 쉽지 않을 것 같았다.
결국 대화와 토론은 춤을 추듯 상대와 리듬을 맞춰야 하는데, 내가 열린 태도와 언어를 사용한다고 해도, 상대방이 반응이 오려면 많은 대화나 상대방도 어느 정도 열린 마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때 평균적인 협상가들은 기대되는 합의 내용은 따로 살피거나 챙기지 않고 오로지 전투준비만 열심히 했다. 그런데 전문 협상가들은 상대방과 밟아나갈 수도 있는 일련의 스텝의 종류와 순서를 미리 정리했다. 즉 전체 협상 계획의 3분의 1을 상대방과 합의할 수 있는 내용을 찾는 데 할애한 것이다. - P172
질문을 하느냐 하지 않느냐 여부는 두 집단의 네 번째 차이점이다. 전문 협상가들은 다섯 번 말할 때 적어도 한 번은 질문했다. 그들은 덜 단호해 보였지만, 마치 상대방과 함께 춤을 추듯이 상대방이 스텝을 밟아나가도록 하면서 춤을 이끌었다. - P174
나는 히라시에게 상대방과 자기의 공통점을 찾아내는 능력을 어떻게 길렀느냐고 물었다. 히라시는 놀랍도록 실용적인 팁 하나를 가르쳐 주었다. 토론할 때 사람들은 대부분 상대방의 주장 가운데서 가장 허술한 것, 즉 '짚으로 만든 허수아비'를 잡고서 허술한 곳을 찾으려고 달려들지만 자기는 반대로 한다고 했다. 즉 상대방의 주장 가운데서 가장 강력한 것, 즉 '강철 인간'을 붙잡고 시작한다는 것이었다. - P178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고자 하는 사람은 자기가 똑똑해 보이려고 애를 쓴다. 그러나 훌륭한 경청자는 상대방이 스스로 똑똑하다고 느끼도록 만드는 데 더 관심을 기울인다. - P258
결국 상대방과의 토론에서 중요한 것도 나의 열린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내가 좀 더 적극적으로 상대방의 가장 중요한 의견을 경청할 때 상대도 나의 의견에 관심을 가질 수가 있다는 것이다.
어떤 여론 조사에서 응답 여성의 3분의 1은 반려동물이 자신의 배우자보다 자기 말에 귀를 더 잘 기울인다고 대답했다. 고양이를 키우고 싶은 사람이 우리 아이들만이 아니었다. 환자가 자기 증상이 어떤지 묘사하는 데는 아무리 길어야 29초밖에 걸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 짧은 시간을 못 참고 환자의 말을 자르는 의사가 대부분이다. - P259
우리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상대방의 관점으로 관점을 바꾸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관점이 무엇인지 찾는 것이다. 즉 실제로 그 사람과 대화해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의견 속의 미묘한 차이들을 찾아내야 한다. 바로 이것이 훌륭한 과학자가 실천하는 방식이다. - P290
좋은 교사는 새로운 생각으로 인도하지만, 위대한 교사는 새롭게 생각하는 방식으로 인도한다고 나는 믿는다. 어떤 교사의 지식을 어떤 학생이 수집하면 이 학생은 그날의 과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만, 어떤 교사의 생각하는 방식을 이해하면 인생의 과제를 헤쳐나가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 P327
집단에서의 다시 생각하기는 결국 집단내에서의 다른 사람들의 관점을 경청하고, 서로간에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이게 당연한 말이겠지만, 실제로 그렇게 작동하는지 모르겠다.
나 역시 심사숙고보다는 직관적인 결정과 대화(반응)이 나오기 때문이다. 의식적으로 이런 대화를 해야겠지만, 매번 이런 깊게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습관이 되더라도..
당신은 그 사실을 어떻게 아는가? 이것은 우리가 자주 해야 하는 질문이다. 자기 자신에게,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이 질문의 힘은 이 질문이 요구하는 솔직함에 있다. 이 질문은 개인적인 판단을 피하고자 하는 것이다. 사람을 방어적으로 몰아세우지 않는, 의심과 호기심의 솔직한 표현이다. - P339
또한 연구자들은 투지가 넘치는 산악인일수록 무슨 일이 일어나든 정상을 밟아야만 한다는 마음을 먹기 때문에 산에서 사망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영웅적인 고집과 어리석은 똥고집을 가르는 멋진 말이 있는데, 최고의 투지는 바로 이를 악물고 돌아서는 것이다. - P367
그래도 꼭 해야 한다면, 질문 연습이다. '당신은 그 사실을 어떻게 아는가?' 이것도 듣기에 따라서는 따지는 것일 수도 있지만... 끝장 승부를 보겠다는 마음보다는 한걸음 전진했다는 마음으로 대화와 토론이 진행되어야 승패에서 유연해진다.
심지어 행복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태도가 우울증을 유발하는 위험 요인이라는 증거도 있다. 왜 그럴까?
첫 번째 가능성은 행복을 열심히 찾을 때는 인생을 평가하느라 너무 바쁜 나머지 행복을 실제로 경험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략)
두 번째 가능성은 절정의 행복을 찾느라 너무 많은 시간을 쓴 나머지, 행복은 긍정적인 감정의 강렬함보다는 그런 감정을 느끼는 빈도에 따라서 좌우된다는 사실을 간과하는 것이다.
세 번째 가능성은 행복을 '사냥'하러 나설 때 목적을 희생하면서까지 즐거움을 지나치게 많이 강조하기 때문이다. (중략)
네 번째 가능성은 개개인의 상태로서의 행복이라는 서구인의 개념으로는 사람들이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 P380
작가의 행복론이 뜬금없을지 모르지만, 결국 우리의 생각을 집착에서 벗어나야 하고, 일상에서 좀 더 유연해야 한다는 것으로 나는 받아들였다. 내가 틀릴 수도 있다고 다시 생각하면서 나의 앎을 넗혀가는 방식. 쉽지는 않겠지만, 좀 더 노력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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