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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운동

달리기 365 달성

지난 11/18일 목요일 두 딸들은 인생에서 중요한 이벤트인 수능 시험을 치렀고, 나는 바로 다음날 금요일 아침에 달리기 365를 달성했다. 이후 약간의 허망함과 슬럼프 비슷한 것이 오고 있지만, 그래도 뿌듯한 마음이 크다.

20년 11월 20일 ~ 21년 11월 19일

먼저 두 딸들은 시험을 기대했던 만큼보다는 결과가 좋지 않았다. 그렇지만 예상과 다르게 담담하게 받아들이면서 (속은 쓰리겠지만) 다음 일정을 준비하고 있다. (논술과 실기...) 한 단계 성숙한 모습을 보여줘 무척 기쁘다.

나로서는 지난 일년간 달리기를 하면서 어려웠던 순간들이 기억났다. 영하 15도 밑으로 내려갔던 날들, 장마로 인해 달리기 주로가 철벅거리던 날들, 몸과 마음이 축 쳐졌던 날들... 하지만 그런 것들이 그렇게 많이 힘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어려운 것들은 이런 생활을 언제까지 할 것인가? 이렇게 매일 새벽운동하는 것이 내 인생에서 정말 가치 있는 것일까? 혼자만의 강박에 쌓인 일종의 습관 아닐까? 매일 비법수 한잔 마시는 사람처럼...

달리기 그 자체는 건강에 도움되는 가장 효과 있는 운동 중에 하나지만, 그것으로 모든 것이 충족되지는 않는다. 상체 근력운동도 보강되어야 하고, 달리기 전후의 스트레칭, 훈련의 강약 조절, 충분한 휴식 모두 중요하다.

그것을 효과적으로 관리하지 않으면 오히려 챗바퀴 도는 것처럼 그저 습관일 수도 있다. 반대로 달리기만을 신경 쓰면 다른 일들이 뒤로 조금씩 밀릴 수 있다. 우선순위의 선택은 항상 인생의 근본적인 숙제다.

올해는 내 인생의 원씽으로 새벽운동을 골랐고, 그것을 잘 해왔다. 하루에 1시간 정도의 노력으로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은 5~6가지 이내이다. 제일 먼저 온몸으로 부딪힐 첫 번째 도미노 블록이 달리기였다.

지난 3년 동안 금주를 유지한 것이 베이스라면, 이젠 달리기가 첫 번째 성과물이다. 내년에는 몇 가지 후보가 있다. 하지만 모든 것은 달리기를 우선순위에서 바뀌지 않는 조건이다. 11월의 달리기 결과는 실망스럽다.

21년 한 해는 문제없이 매일 달리기를 해낼 것이지만, 내년은 잘 모르겠다. 일단 500일 목표로 다시 수정해서 달리기 생활을 이어가야 한다. 내년 4월 정도라면 다시 한번 자축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금주를 한 지 3.5년이 지나니 이젠 금주가 내 생활로 바뀌었다. 매일 달리기 역시 1,000일 정도는 지나야 좀 더 자신감이 붙을 것 같다. 아직은 컨디션이 나쁘면 불안한 패턴이 반복된다. 

달리기 365를 달성하던 날 예전에 알고 지내던 유영*형님을 주로에서 만났다. 형님은 조깅을 4:15초 페이스로 달리는 분이고, 나는 6:30 페이스로 달리는 사람이니, 애초에 같이 달리기가 어렵다. (한번 잠깐 동반주를 한적은 있었지만)

근데 나와 평소 마주 보면서 인사를 하곤 했는데, 그날은 갑자기 방향을 틀어서 나와 같이 달리기를 하신다. 갑자기 마음이 급해진다. 내가 달려간 4킬로는 6:35 페이스였는데 같이 돌아오는 페이스는 갑자기 4:35로 바뀌었다.

킬로당 6:35 페이스에서 4:35 페이스로

동반주의 기쁨은 같은 기분을 나누는 것이다. 새벽에 만나 건강한 기운과 대화를 주고받는 것인데, 나는 전혀 그렇지 못했다. 헉헉거리다가 결국 컥컥거리고, 숨은 꼴 딱 꼴 딱 넘어가기 직전이었다.

4분대 주자들이 20초 씩이나 천천히 뛴다는 것은 옆 주자를 위한 최대한의 배려이지만, 6분대 주자가 2분을 빨리 뛴다는 것은 지옥을 경험하는 것이다. 어쩌면 내가 평소에 엄살을 부리면서 너무 천천히 뛴 것도 있을 것이다.

20년 전 10킬로 최고 기록이 4:30 페이스였던 것 같다. 비록 4킬로의 짧은 거리였지만, 내게는 훈련의 고통을 다시 맛보았고, 내가 그 당시 이런 기분을 삼일에 한번 경험했던 것이 기억났다.

보통의 마라토너들은 달리기(훈련) 시작해서 3년 정도면 최고의 기량으로 올라간다고 한다. 나는 그해 1년 동안 기량이 상승하다가 쭈그러 들었다. 아마 나는 지금 다시 시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퇴행성 관절염이라는 불안이 많이 사그라들었다. 올바른 자세(보속 중심)에서는 스피드를 올려도 후유증이 크지 않다. 그렇다면 이제부터는 훈련을 강하게 해도 된다. 더구나 스피드를 올리기 좋은 추운 날씨다.  

달리기에서는 좀 더 강한 훈련을 해도 되는, 업데이트가 아닌 업그레이드가 가능한 시점이 된 것 같다. 내년에는 상반기와 하반기를 나누어서 단계적 목표를 가져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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