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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운동

매일 달리기 500일

오늘 아침 늦잠(?)을 자고 8시에 일어나서 탄천으로 달리기를 하러 나갔다. 연속 달리기 500일이 되는 날이니 기분 좋게 천천히 달렸다. 해는 진즉 떠올랐고, 거리는 환하게 밝았지만 햇살은 건물에 가려서 아직은 내게 직접 비추지는 않았다.

분당의 탄천은 개나리가 지천으로 피어났다. 이곳의 개나리 꽃들은 다음 주가 제일 예쁠 것 같지만, 지금은 떨어진 꽃잎도 없고 그냥 싱그런 꽃잎과 아침햇살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입학하는 아이들처럼 그렇게 싱그럽고 예뻤다. 

운동하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달리는 사람들은 활기차게 움직였다. 개인적인 경험상  일요일 아침에 사람들이 운동을 제일 많이 하는 편이지만, 이전에 비해 표정들도 밝아지고, 사람도 많았다. 특히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 비중이 좀 더 늘었다.

달리기의 속성상 숨이 차기에 턱스크를 하거나 입스크를 하는 사람들이 절반이 넘었고, 비교적 젊은 사람들이 빠른 속도로 뛰고 있었다. 나도 마음이야 더 빨리 뛰고 싶지만, 아직은 몸과 마음이 그렇게 자신감이 넘치지 못했다.

지난 2월 6일 시작된 다리 통증으로 5일 정도 짧은 거리를 뛰며 다시 좋아져서 속도를 높였더니, 일주일 뒤에 더 큰 통증으로 시작되어 2달 정도를 쩔뚝거리며 뛰었다. 몸이 풀리지 않은 새벽에는 통증이 좀 더 심해서 아침 달리기를 포기하고, 저녁 달리기를 더 많이 하게 되었다.

중간에 달리기를 중단하고 다리가 나을 때까지 쉴까 고민도 많이 했었다. 햄스트링 통증으로 시작되었지만, 종아리 뒤쪽 (일명 테니스 레그) 통증이 제일 오래 지속되었다. 건강을 위한 달리기인데 통증을 참으면서 뛰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맴돌았다.

그럼에도 매일 달린 이유는 2가지였다. 하나는 달리기 1,000일을 달성하고 싶었다. 1,000일을 달성하면 무언가 자신감이 나를 충만하게 만들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다른 나머지는 생활 루틴이었다. 

100일 달리기 달성 : https://eaglemanse.tistory.com/85
 

새벽 달리기 100일 프로젝트 달성

지난해 9월 초부터 매일 달리기를 시작했다. 11월부터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달렸다. 처음에는 비가 오는 날을 제외하고 달렸는데, 어느 순간 비가 와도 달리게 되었다. 특히 이번 겨울은 강추위

eaglemanse.tistory.com

처음 100일 매일 달리기를 하는 기간에는 추위가 난관이었다. 그해 겨울은 많은 눈이 내리고 난 직후 강추위와 강한 바람이 불었다. 빙판길을 달리기 어려워서 땀도 나지 않고, 근육이 풀리지 않았다. 그것 이후에 1년을 채우기까지 다시 장마철 비가 걸림돌이었다.

운동화가 젖어 다음날까지 마르지 않아서 번갈아가며 신어도 역시 꿉꿉한 상태로 뛰어야 했고, 새벽에 비가 내릴 때 밖으로 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반복되면 신발에 물이 차서 결국 커다란 물집도 생기고 나면, 달리는 것은 즐거움이 아니고 괴로움이었다.

다음에는 거리와 속도의 욕심이 문제였다.  매일 달리는 대신 휴식주처럼 쉬운 운동을 하는 날이 70% 이상이어야 하는데, 조금씩 욕심이 생기면서 부상으로 제대로 훈련도 하지 못하는 그런 상태가 많았다.

더구나 취침시간이 조금씩 늦어지면서 수면이 부족해서 몸의 회복이 덜 되는 느낌이었다. (강한 훈련 뒤에는 수면 시간이 더 많아져야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부상의 위험은 조금씩 높아지고 있었다. 

그래도 발전하는 것도 있었다. 21년 8~10월 사이에는 매달 주행거리가 300킬로를 넘겼다. 이후 3달 동안 280 킬로 정도였지만, 그래도 훈련량이 많아서 내 실력도 늘어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2월 부상 후에는 두 달 동안 매달 170킬로 정도를 달렸다. 

지난 두 달 동안 나를 아끼는 친구와 동료들에게 진심 어린 충고를 많이 들었다. 달리기를 잠시 쉬는 것이 좀 더 낫겠다고... 나는 달리기를 쉬면 모든 것이 무너질 것 같았다. 그래서 알면서도 지속적으로 종아리 통증을 느끼면서도 아주 천천히 달렸다.

2월이 끝나면 3월에는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 3월까지만 힘들고 4월부터는 씽씽 달릴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지냈다. 3월 말이 되자 이런 기대를 모두 접고, 그저 4킬로만 아주 천천히 뛰게 되었다. 그냥 이렇게 세월을 보내다 보면 언젠가 좋아지겠지라는 생각(체념)으로..

4월 1일 새벽에도 이런 마음으로 아주 천천히 조금만 달리러 나갔는데, 종아리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30분 동안 뛰는 내내 종아리 부위는 찡한 느낌이 전혀 없었다. 이젠 다리가 낫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만우절에 종아리가 내게 장난을 치나 하는 느낌도 있었다.

다음날 토요일 새벽에는 6킬로를 뛰었다. 역시 종아리 통증은 없었다. 속도를 내지 않으면 분명 좋아질 것이라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오후에는 종주를 대비한 훈련으로 자전거로 60k 달렸다. 지난주의 35킬로와 비슷하게 힘들었지만 후유증은 덜했다.

그리고 오늘 아침 허벅지와 무릎에서 전체적으로 느껴지는, 운동 후 다음날의 묵직한 느낌을 풀어주려고 노력하면서 탄천을 아주 천천히 달렸다. 비록 느린 속도였지만, 운동 후에는 모자에서 땀이 뚝뚝 떨어질 정도로 몸도 데워지고, 10킬로를 달렸지만 몸이 크게 불편하지 않았다.

지금은 무사히 500일 동안 매일 달리기를 할 수 있어 좋았지만, 지속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전염력이 높은 오미크론 코로나에 걸리면 격리가 필요하고, 밖으로 나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내가 생각지 못한 사정이 생겨서 운동을 못하는 날이 생길 수도 있다.

예전에 금주 1000일을 할 때는 특정한 행위를 안 하면 되는 것이었지만, 반대로 1000일 달리기는 특정한 행위를 매일 해야 한다. 어느 것이 어려운지 몰랐지만, 이젠 분명히 안다. 금주와 매일 달리기는 개인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특정 행위를 매일 하는 것은 의식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의식하는 것은 신경을 써야 하고, 신경을 쓴다는 것은 지치기 쉽다는 것이다. 지치면 지속할 수 있는 힘이 약해진다. 이때 도움이 되는 것이 루틴이다. 신경 쓰지 않고 몸에 밴 습관처럼 하는 것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이불을 개고, 화장실을 갔다 오는 길에 옷을 갈아입고 물 한잔 마시고 밖으로 나가는 것이다.

다른 행위가 끼어들지 못하게 시퀀스를 만들어 놓으면 생각 없이, 고민 없이, 의지 없이 운동을 하게 된다. 내게는 새벽운동을 하고나서 활력과 성취감을 느끼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침 달리기를 다시 시작할 수 있어 좋다. 그것만으로도 다시 즐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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