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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운동

새벽 달리기 100일 프로젝트 달성

지난해 9월 초부터 매일 달리기를 시작했다. 11월부터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달렸다. 처음에는 비가 오는 날을 제외하고 달렸는데, 어느 순간 비가 와도 달리게 되었다. 특히 이번 겨울은 강추위와 눈이 많았지만 꾸준히 달렸다. 그리고 어제(2월 27일) 아침 100일 새벽 달리기를 해냈다. 

매일 달리기의 계기는 회사 근무지의 변경이었다. 근무 장소가 서울에서 용인으로 바뀌었다. 직장이 서울일 때는 주로 자전거 출퇴근을 했는데, 코로나로 씻을 공간이 없어졌다. 요즘은 새벽 달리기 이후 통근 버스를 타고 다닌다. 지금은 꽤 만족한다. 출퇴근 시 탄천의 경치를 보기 어렵고, 사진을 찍을 수 없다는 점은 좀 아쉽다. 

지금도 자전거 출퇴근을 지속할 수는 있지만, 약간의 안전문제와, 샤워도 문제다. 운동시간을 조금 줄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무릎의 통증도 거의 없어졌다. 9월 처음 시작할 때는 주말에는 자전거와 장거리 훈련을 하려고 했었다. 지금은 매일 7k 달리기만 하고 있다.

취미로서 마라톤을 지향했던 마음은 장거리를 원하지만, 이것저것 하고픈 것이 많은 심정이라 운동시간을 늘리기 어려웠다. 달리기는 내 삶의 영양분이자, 쉼터였다. 중장거리 달리기를 할 때는 머리가 멍해지고, 또 맑아진다. 여러 생각이 나기도 하고, 감정이 격해지기도 한다. 명상이나 참선처럼 감정과 이성이 정리되기도 한다.  

중장거리에서 힘들 때는 온갖 부정적인 생각이 나오기도 하고, 내 인생 자체를 후회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렇게 마라톤은 자학적 측면도 있었고, 스스로 시험대에 세우는 의지이기도 했다. 그러니 당연하겠지만 매번 훈련 나갈 때마다 마음의 부담이 되었다. 모든 운동이 그렇겠지만 매번 실행하기는 힘들다. 

지금 내게 마라톤은 추억이고, 꿈이다. 지난 2년간 재활훈련을 했다. 관절염을 극복하려고 운동장 10바퀴 천천히 걷뛰로 시작했다. 매주 일요일만 뛰었고, 조금씩 늘렸다. 16킬로까지 뛰게 되었다. 장거리 훈련을 조금 더 하면 풀코스 완주도 가능할 것 같았다. 

최근에는 마라톤보다는 다른 것을 해보자 생각했다. 짧은 달리기로 바꾸었다. 매일매일 짧은 거리만 뛰는 것이다. 매일 달리면 마라토너들이 유지하는 월별 200킬로 달리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매일 7킬로를 뛰자. 그러면 월별 200킬로가 된다. 

그 정도면 하체 운동은 충분하다고 확신했다. 짧은 거리이니 달리기 후유증이 거의 없어서 매일 빠른 속도로 뛰려고 했다. 마라톤 시작했던 30대처럼 속도를 늘리고 싶었다. 다행히도 기록은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아마추어 엘리트는 300킬로 정도, 중수 이상은 250킬로, 마스터즈들은 200킬로 뛰면 실력이 거의 줄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 같은 경우는 실력이 상승할 것이다. 제일 잘 달릴 때도 월별 200킬로 수준이었다. 

그런데 속도에 집중하다 보니 잃어버린 것들이 있다. 바로 '재미'다. 천천히 달릴 때는 여러 가지를 할 수 있었다. 핸드폰 들고 다니면서 사진 찍기, 음악 듣기, 자유로운 상념에 빠지기 등이다. 달리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수반한다. 그런데 지금은 자세와 호흡에만 집중하니, 힘든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운동이나 인생이나 쉬운 환경에서만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려운 과제든 쉬운 일이든 어떤 것이든 적응하게 되어있다고 믿는다. 다소 약간은 힘든 훈련을 마치고 나면 쉬운 훈련을 마쳤을 때보다는 더 큰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조금씩 목표를 상향하는 것이 즐거움의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즐거움을 느낄 수는 있겠지만, 달리기가 취미냐고 묻는다면 이제는 조금 헷갈린다. 자기 계발의 수단인지, 즐거움과 여가의 수단인지 모르겠다. 즐거움의 추구보다는 성장에 포커스가 커져 있다는 것은 얻은 것과 잃은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100번 완주를 했더니, 같이 운동하는 정다운방에서 비결이 뭐냐고 물어오는 분이 있었다. 100일 연속 달리기를 할 수 있었던 이유를 말씀 들렸다.

첫째, 수없이 많은 시도와 실패를 했다. 19년 정도를 새벽 운동 시도를 했고, 성공과 실패를 반복했다. 포기하지 않았을 뿐이다. 둘째, 충분한 수면이다. 핵심은 술을 완전히 끊어서 컨디션 난조가 일어날 확률을 낮췄다. 술을 많이 마신 다음날은 누구라도 운동하기 어렵다. 

셋째, 강력한 루틴 환경이다. 이중 알람, 주중과 주말에도 변함없는 운동 패턴 등이다. 새벽에 일어나서 '오늘은 어떤 날이지' 하는 생각 자체를 막아버리고, 옷 갈아입고 나가야 한다는 습관을 만들어 버려야 한다.

넷째, 공개된 선언이나 인증 같은 것도 도움이 된다. 예전에 달리기 일지 모임에서 서로 간에 피드백을 받았고, 지금은 정다운방에서 피드백을 받는다. 마음을 강하게 먹을 수 있는 자극제가 된다. 롤모델도 있고, 경쟁자도 도움이 된다.

다섯째, 끊임없이 운동에 대한 의미부여를 해야 한다. 눈에 쉽게 보이는 곳에 목표를 적어놓고 하루에도 몇 번씩 볼 수 있어야 머리가 아니라 몸에 새겨진다. 아마 조건반사까지 가능하도록 장기기억에 각인되어 잊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왜 매일 해야 하냐고 묻는다면 그게 쉽기 때문이다. 하루라도 빼먹으면 다음에도 빼먹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매일매일 연결해나가면 다음번에 더 힘든 경우에도 극복할 수 있다.

그리고 아주 극도로 힘든 훈련이 아니라면 몸이 회복이 되기 때문에 매일 운동하는 것이 운동 효과도 좋다. 매일 훈련하는 것은 몸과 마음에 아주 좋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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