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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운동

자출(자전거 출근)의 즐거움

분당에서 서울로 자전거 출퇴근을 다시 시작한 지 20개월 되었다. 지난 2012년 약 1년 지속하다가 못했는데, 이번에는 자출이 지속되어 기분이 좋다. 자출은 체력적 부담이 많이 된다. 편도 기준 10km 혹은 30~50km 어느 것이든 출근과 퇴근을 반복하면 집에 가면 다른 것을 못하고 곧바로 잠들기 쉽다. 심지어는 일터에 도착해서 오후 즈음에는 살짝 졸기도 한다. 매일 운동하는 사람들의 초창기의 모습은 비슷하다. 하지만 3개월을 넘어가면 습관이 되고, 6개월이 넘어가면 생활이 바뀌고, 1년이 지나면 체형도 바뀐다. 그리고 3년 정도 지속하면 체력이 바뀌면서,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은 깜짝 놀란다. 그만큼 변화의 폭이 아주 크다.

▣ 초보자가 자전거를 살 때 알아두면 좋은 것. (개인 견해)

주변에서 자전거 운동을 하거나, 자출을 시도하려는 사람들의 문의를 종종 받는다. 내가 생각하는 기준대로, 대답하는 레퍼토리는 비슷하다. 먼저 자전거를 사라. 가장 싸고 대중적인 하이브리드로 사되 가장 맘에 들고 화려한 것으로 사라. 중저가 MTB 사지 마라. 하이브리드는 보통 10~20만 원대 자전거이다. 속도도 빠르고, 자전거랑 본인이 안 맞으면 처분할 때도 편하고, 남녀노소 누구나 탈 수 있다. 그리고 1년 동안 주말에 타보면 자신이 자전거랑 어울리는지, 어떤 자전거를 사야 될지 결정할 수 있다. 그때 돈을 들여서 좋은 자전거를 골라서 사라. 결국 로드 아니면 MTB이다. 요즘은 전기 자전거로 가는 사람도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기본은 하이브리드 저가형 마음에 끌리는 것으로 시작해라.

실제로 MTB 60~80만 원대를 사놓고 2~3번 타고나서 1년 뒤에 먼지가 뽀얀 자전거를 처분하기 아까워하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보았다. MTB는 아제 느낌이 살짝 난다. 젊은 기분의 여자들은 잘 안 탄다. 처분도 증여도 별로 효과가 없다. MTB 그 자체는 안정성과 내구성 등으로 좋은 자전거이지만, 본인이 그렇게 자주 타지 않는다면 그냥 부담스러운 자전거가 된다. 물론 로드가 더 좋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결국 속도를 내는 것은 체력이지 자전거 가격은 크게 좌우되지 않는다. 물론 고수들은 예외다. 초보자에게 하는 소리다. 

처음부터 자전거 용품은 기본으로 생각해야 한다. 헬멧과 자전거 장갑은 필수이다. 안전용품은 아끼면 안 된다. 그리고 LED 자전거용 플래시도 필수에 가깝다. 야간 라이딩을 해보면 자전거의 매력을 더욱 강하게 느낄 수 있다. 저렴한 것으로 하면 세 가지에 10만 원으로 가능하다. 취향에 따라 고급 용품을 고르는 것은 가능하다. 초보자는 별도의 옷이 필요 없다. 평소 잘 입는 운동복이면 된다. 페달에 바지가 걸리지 않도록 바지 끝단이 여민 운동복 정도면 된다. 자전거용 의류는 최소 10번 이상 자전거를 타보고 고르기를 추천한다.(물론 개인적으로는 초보때는 안 사는 게 맞다고 본다) 10번 이상 타보면 멋져 보이고 자신에게 맞는 자전거 의류를 고를 수 있는 안목이 생긴다. 만약 자전거 의류를 살 때도 부담스러울 정도로 화려하고 멋진 색상으로 사라. 만약 의류까지 사게 된다면 고글도 신경 쓰게 될 것이고, 그 정도라면 이제 자전거에 푹 빠지고 있다고 봐도 된다. 축하한다.  

▣  자출 할 때의 조건과 즐거움

매일 운동하는 것은 모든 성인들의 자기 계발 1순위 목표다. 그중에 자출도 멋진 목표다. 다른 운동과 차이점은 자출 시 중요한 것이 조금 더 까다롭다. 첫째 안전한 주로의 확보이다. 차량이 다니는 길이나, 사람이 많은 인도를 피하는 것이 좋다. 아무리 내가 조심해도 상대방도 그렇게 조심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은 운전자나 보행자 모두 신경 쓰이는 부담되는 존재다. 그렇다고 별도로 신경 써주지는 않기 때문이다.

두 번째 자전거와 용품을 안전하게 보관할 장소이다. 의외로 자전거는 손을 많이 탄다. 그리고 비를 피해야 한다. 그리고 그 보관장소가 일터나 집에서 가까워야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다. 또한 자출로 인해 땀이 많이 나서, 옷을 갈아입는 경우가 많은데 옷과 헬멧을 보관할만한 장소를 구하는 것이 쉽지는 않다.

세 번째는 내가 제일 힘들었던 사안인데, 자출 직후 땀이 난 몸을 씻을 장소가 그렇게 많지 않다. 회사 화장실 등에서 해결할 수도 있지만, 특히 여름에는 땀이 많이 나서(겨울에도 땀이 많이 난다) 몸을 전체를 씻고, 체온을 식혀야 한다. 그리고 옷을 갈아입어고, 보관할 곳도 있어야 한다. 

이 세 가지는 자출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이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이 세 가지는 지속적으로 생활에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나머지는 저절로 알게 되겠지만, 안전용품(헬멧, 후미등, LED 전조등)이 아주 중요하다. 늘 사고의 위험이 있고, 보호수단이 별로 없기에 성능 좋은 안전용품이 중요하다. 그리고 겨울에는 보온대책도 중요하다. 손과 발 등의 동상 위험도 있다. 겨울에 해당하지만 방풍과 보온이 되는 동계 의복도 중요하다. 나머지는 적절한 의지와 자기 관리에 의해 극복 가능한 것들이다. 

▣ 나의 자전거 생활과 자출로의 변화 경험

2012년에 6월 17일 자전거를 샀다. 신문 구독하면 사은품으로 주는 그런 자전거(일명 철티비)였다. 그것으로 주말에 잘 타고 다녔다. 여주까지 타고 가서 고속버스로 돌아오는 생활도 했고, 팔당은 자주 왕복했었다. 그런데 자전거가 낡아서  수리비가 더 많이 나올 것 같아, 2018년 드디어 로드 자전거를 구입했다. 그리고는 주행거리는 더욱 늘어났다.

춘천도 당일 왕복을 했고, 금강하구까지 2박 3일에 도착하기도 하였다. 즐거움이 넘치던 시기였다. 그리고 바로 2014년 늦가을부터 자출을 시작했다. 약 1년간 하면서 육체적인 한계와 시간관리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좋은 연습이 되었다. 하지만 늦은 야근, 회식, 부족한 체력과 과체중 등은 지속적 자출을 유지하기에는 너무 강력한 방해물이었다. 자출은 다시 슬그머니 사라졌고, 몸은 조금씩 약해졌다.

18년 5월부터 주 40시간(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되고, 7월부터 술을 끊었다. 집 근처에서 운동을 시작했지만, 퇴행성 관절염으로 마라톤이나 수영(평형)등 제대로운동하기가 어려웠다. 관절염에 좋다는 자전거를 타는 것은 괜찮았다. 그래서 11월부터 자전거 출근을 다시 시작했었다. 이후 기간별로 횟수의 차이는 있었지만 그래도 꾸준히 자출을 했다. 

처음 3개월은 자출 하자마자 넘어져서 부상 치료와, 새로운 업무로 인해 잦은 파견 근무로 자출이 어려웠다. 이후 5개월은 꾸준히 자출을 하였고, 무척 즐거운 나날이었다. 그리고 19년 8월부터는 독서모임과 강연회를 일주일에 2~3회씩 참석하여 자출이 조금 소홀하게 되는 계기였다. 그럭저럭 자출의 형태를 유지하다가 올해 2월부터는 코로나로 인한 재택근무 활성화와 옷을 갈아입고 몸을 씻는 목욕탕이 부분적 휴업을 함으로써 자출이 줄어들었다. 그리고 6월부터 다시 자출에 신경 쓰며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7월 10일을 마지막으로 이용하던 목욕탕이 무기한 휴업을 선언하였다.

습관앱에서 기록하니까 이렇게 전체의 기록을 알려줘서 좋다.

내 업무가 6월부터 변화가 생겨서 조만간 경기도 용인으로 근무지가 바뀔 것 같아서 목욕탕 사장님께 언제 말씀을 드릴까 하고 고민하였는데, 내 근무지가 바뀌는 것은 차일피일 미루어지고, 목욕탕이 먼저 문을 닫게 된 것이다. 언제 용인으로 출근해야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불편하지만, 회사 근처로 헬스장을 3개월 계약을 하였다. 변화에는 기회와 위기가 항상 동반되는 법이다. 

목욕탕은 장기계약하에 옷과 헬멧 등을 보관하는 대형 락커를 제공하기에 옷 보관이 좋다. 두 번째는 목욕탕이므로 온탕, 냉탕, 싸우나 등 몸을 씻고 피로 해소하는 좋은 시설이 좋다. 목욕탕과는 관계가 없지만 자전거를 보관할 좋은 장소가 근처에 있어서 아주 좋았다. (비를 피할 수 있고, 도난 위험이 적은 자전거 보관 장소가 있었다) 

주변에 자전거를 세우기 좋았고, 간단한 운동기구도 있었고, 냉탕이 커서 수영하고 놀았다

반면에 헬스장은 운동시설이 잘되어 있어 근력운동을 하기가 좋았다. 장기계약을 할 경우 무제한 출입이 가능하여 아침, 저녁으로 운동이 가능하다. 인바디가 있어서 체지방, 근육량을 측정하기 좋다. 가격이 목욕탕보다는 절반 이하로 저렴하여 경제적으로 이득이다. (회사 근처라서 지하철 환승이 필요 없다.) 단점으로는 락커가 별도 비용이면서도 아주 작아서 신발과 헬멧만 집어넣으면 더 이상 어렵다. 젖은 운동복이나, 출근복 등을 보관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자전거 보관할 장소가 그다지 좋지 않다. 비가 오면 그대로 젖는 위치이다.)

6년 전 자출 할 때에 비하면 근무조건, 자전거 보관, 환복(샤워)등 모든 조건이 좋다. 비용은 한 달에 5만 원 이하이므로 지하철 교통비용에 비해 오히려 절반 가격에 가깝다. 시간이 더 걸리는 것이 단점인데 출근 시에는 근력운동 포함하여 1시간이 더 걸리고, 퇴근 시에는 30분이 더 걸린다. 그러나 유산소 운동 및 근력운동 시간이 2시간 정도 확보되기에 충분히 값어치가 있다고 본다.

지하철로 출퇴근 시에는 독서 등의 지적 취미 활동을 할 수가 있다. 다만 퇴근 시에는 사람이 많아서 그다지 효과가 없다.  반면 자전거로 출퇴근 시에는 주변의 풍광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경치 좋은 사진을 찍고, 주변의 꽃과 햇살과 역동하는 아침의 사진을 찍다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물론 자전거 속도에 집중하는 것도 좋다. 그렇게 몸과 마음을 집중하면 일상의 자신감도 생긴다. 자전거 출퇴근을 하면 감기 등은 걸리기가 정말 어렵다. 체온관리만 제대로 해준다면...

 1년간 특별한 훈련을 하지 않았는데도 자전거 속도는 빨라졌다. 컨디션이 정상일 때 평지를 힘차게 달리는 구간의 평속이 25~27km/h 정도였는데, 지금은 28~30 정도도 가능해졌다. 전에는 최고 속도를 29~30을 1~2킬로 정도밖에 못 갔는데, 지금은 32~33 속도로 2~3킬로 거리를 버틴다. 이 정도면 휙휙 지나가는 라이더들의 80% 정도는 잠시라도 따라다닐 수 있다. 따라가기(일명 피 뽑기)를 하면서 자극을 받아 강한 운동의 지속시간을 늘리는 것이 가능하다.

짧은 거리 (10km)이지만 나름 의미있는 날이었다. 난생 처음 평속 30을 넘은 날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매일 꾸준히 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거리를 달려주는 것이 최고다.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그것만 유지된다면, 근육질의 허벅지와 날씬하고 탄탄한 허리로 변하고, 그 이후에 속도와 거리는 저절로 늘어날 수 있다. 자주 페달을 밟아줄수록 기쁨과 자신감은 커진다. 자전거의 세계로 많은 사람들이 동참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