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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운동

건강검진을 받았다.

건강검진을 받았다. 올해는 코로나로 인하여 건강검진이 3월이 아닌 5월부터 시작되었다. 바로 신청했지만, 5월 말에야 겨우 가능했다. 아내의 부탁으로 대장검사도 하려고 했으나, 예약이 다되었고, 우리는 3년 전에 검사를 해서 내년에 하기로 하고, 강행하였다.

때마침 회사에서는 사업부제 시행으로 인해 조직변경, 인사이동 그리고 사무실 레이아웃이 변경되었다. 나도 신설부서로 옮겨가고, 자리도 이동하여야 했다. 건강검진 예약을 이미 끝낸 상태에서, 자리 이동이 공지되어 좀 고민이 되었다. 그러나 전날 미리 짐을 싸놓고, 이동은 다른 동료에게 부탁하기로 하였다. 친한 후배지만 그래도 마음은 조금 불편하다.  

건강검진 전날은 성장판 분당 독서모임이라 늦게 끝났다. 뒤풀이 가서 맛난 치킨과 소면 골뱅이를 먹는 모습을 보고 그저 침만 삼켰다. 다음날 수면 내시경이 예약되어 있었기에 9시부터는 음식물 금지였다. 원래는 물도 9시부터 금지였지만, 경험상으로 자정까지 물을 마셔도 상관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예전에 건강검진 센터에서 상담하다 들은 것 같다)

그러나 아내에게는 핀잔을 먹는 것은 할 수 없다. 늦은 밤까지 집에 안 들어가면 아내의 폭풍 카톡이 밀려오고, 전화가 온다. 그러나 사회적 관계에서의 품위를 유지하기 위하여 조용히 무시하기로 한다. 집에 들어가서 한번 죽으면 되지 뭐... 결국 집에 가서 먼저 큰소리치기, 다른 화제로 돌리기 등을 시전 하여 완전한(?) 패배는 면하고 잠자리에 겨우 들었다. 

전날 늦게 잠들었기에 검진일 당일 아침에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준비를 하여 차병원으로 갔다. 안내받은 7:30 이전인데도 벌써 사람이 몰리기 시작한다. 아내와 나는 각자 검진항목에 따라 각자 움직였다. 특히 그곳에서 내가 회사 동료를 만난 이후에는 아내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멀찍이 떨어져 않는다. 나를 완전히 모르는 사람처럼 취급한다. 나도 그 회사 동료의 부인을 전혀 보지 못했다. 같이 왔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곳에서도 머피의 법칙 비슷한 것이 작용했다. 왜 내가 검진받을 항목에만 이렇게 사람이 많이 기다리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내게는 스마트폰이 있었다. 카톡과 네이버 앱을 번갈아가며 들여다보고, 에버노트에 이것저것 끄적이다 보니 시간이 제법 빠르게 흘러갔다. 아내는 아는 척은 하지 않았지만, 카톡으로는 계속 말을 걸어왔다. 심폐기능이 좋다고 하는 것과 지방간이 없어졌다는 것을 내게 보내면서 무척 좋아하였다. 아내가 건강해지는 모습이 좋았다.

나는 이미 작년에 지방간이 거의 없어졌다. 금주 후 1년이 지났고, 운동을 꾸준히 했으니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다만 과체중과 정상체중 경계에 있었기에 몸에 지방 함량은 많이 있었을 것이다. 올해는 그때보다 1~2kg 더 줄었고, 근육은 좀 더 성장했을 것이니 문제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올해 제일 관심을 가졌던 두 가지가 있었다. 하나는 근육의 분포였다. 작년까지 내내 하체 근육은 정상범위 이상이었고, 상체 근육은 정상범위였다. 그리고 체지방도 정상범위였지만 전체적으로 정상체중을 넘어선 약간의 과체중이었다. 근육도 많지만 체지방도 많았던 것이다. 올해는 상체 운동을 1년 가까이했기에 기대가 되었다. 아직 검사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상체의 근육량도 정상범위 중에서 많은 쪽에 속할 것이고, 체지방도 줄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다른 하나는 10년 정도 지속적으로 위내시경 때 조직검사를 했다. 위염을 달고 살았고 매년 종양으로 발전했는지 조직을 분리하여 검사를 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별도로 조직검사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아내도 마찬가지로 올해는 조직검사를 하지 않았다고 했다. 우리 부부가 술을 끊은 지 (아내는 지금도 한 달에 한번 정도 딸들과 함께 맥주 한두 잔만 마시지만) 2년이 되었고, 규칙적으로 식사를 하고, 잠을 자고 난 이후 점차 몸이 좋아진 것 같다.

자주 운동을 하고, 좋은 음식으로 골고루 식사를 하되, 규칙적으로 정량을 먹고, 정해진 시간에 자고 일어나는 것이 어느덧 습관처럼 되어서인지 아픈 곳이 점차 없어진다. 감기도 거의 오지 않고, 소화불량이나 과민성 대장 증상도 많이 줄었다. 나의 경우는 금주로 시작해서 운동으로 강화하고 규칙적인 수면과 식사로 점차 변경이 되었다면, 아내는 나를 따라서 절주로 시작했고, 규칙적인 수면과 식사로 강화되었고, 최근에는 운동을 시작하면서 자신감이 생기고 집중력도 강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고 한다. 

올해 하반기는 둘째의 생활패턴을 바꾸는 것에 영향을 주고 싶다. 아직은 에너지와 호기심이 넘치는 시기이므로 생활의 절제를 강화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운동량을 늘려가면서 식사와 수면의 규칙성을 조금씩 강화하도록 유도하려 한다. 그것을 유지한다면 아마도 우리 세대보다는 훨씬 더 풍부한 가능성을 가졌기에 멋진 성장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전의 건강 검진 이후에 오후에는 퇴행성 무릎관절의 연골주사를 맞으러 근처 병원에 갔다. 퇴행성 관절염으로 주사를 맞기 시작한 지 2년 정도 된다. 관절을 강화하기 위해 자전거로 통근을 시작했다. 이제는 일상의 통증은 없어졌고, 강한 운동을 하거나, 아니면 오히려 며칠 동안 운동을 안 하면 무릎의 불편함이 있다. 잠자고 일어난 직후 관절체조 시 불편한 이물감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래도 운동습관을 통해서 활동 시 통증과 이물감이 없어진 것은 대단히 발전한 일이다.

풀코스 마라톤을 뛰고 싶어서, 버티기 어려운 고통과 그것을 이겨내는 성취감을 다시 맛보고 싶어서, 체중감량을 하고 일요일 아침마다 16킬로를 뛰는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 (오늘 아침은 연골주사 후유증인지 무릎이 안 좋아서 12킬로만 뛰었다) 체중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기록은 몇 달째 제자리 같은데 그보다 더 기다란 잣대로 재보니 아주아주 조금씩 몸이 좋아지고 있었다. 비록 지금보다 5kg을 더 빼지는 못하더라도, 지금보다 km당 1분씩 줄이지 못해도 체력 향상되는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는 것이 뿌듯하다.

가족들도 우상향이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첫째 딸은 대학 신입생답게 체중 감량과 식이요법에 전력을 다하고 있고, 좀 더 건강한 몸을 위해 운동도 강화하고 있다. 둘째 딸은 자신감을 강화하기 위해 유산소 운동의 강도를 조금씩 높이고 있다. 젊은 친구들이라 그런지 전진속도도 빠르지만 반대로의 방향 선회도 많이 하고 있다. 그러나 장기간으로 보면 지난 2년간 우상향의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초조할 때도 많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조금씩 좋아지는 듯하다.

건강검진이라는 반나절의 시간 투자이지만, 때로는 불편하고 두려울 수 있는 연례행사이다. 일 년간의 자신의 삶에 대해 평가를 내리는 시간이기도 하다. 야근과 회식이 많아 수면과 운동이 부족하였던 예전의 일상을 벗어나고 있다. 단조롭고 짜릿한 재미가 없는 생활이지만, 나름 은은한 재미가 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재미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런 건강한 생활을 이어가면서, 80전까지는 건강검진 시에 별 다섯 개짜리 검사 결과를 매년 받아보고 싶다.   

이렇게 좋지만, 실제 사람은 엄청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