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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독서

슬로싱킹의 효과와 즐거움

며칠 전 성장판 모임에서 서평단 모집이 있었다. 책은 황농문 교수의 <슬로싱킹>이었다. 재빨리 신청했고, 다행히도 서평단에 선택되어 책을 받았다. 황농문 교수의 <몰입, 두 번째 이야기>는 올해 5월 연휴 때 가족여행 틈틈이 즐겁게 읽었다. 몰입을 한다는 것이 이렇게 즐거운 것이구나 하는 생각과 고등학교 시절 공부에 재미가 있던 시절이 생각났다.

그리고 다시 추석 연휴 때 <공부하는 힘>을 읽었다. 올해 연휴 때 같은 작가의 '몰입'에 관한 책 2권을 몰입해서 읽은 것이다. 읽어도 그다지 실생활에 적용이 어려웠지만, 읽는 순간에는 즐거웠고, 몰입했던 시기를 다시 되살려보고, 그만큼 다시 몰입하고픈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  이번에 나온 <슬로싱킹>이라는 책은 이전과 비슷한 내용일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직장인들을 위한 몰입 관련 내용이 있어서 다시 흥미를 끌었다. 물론 읽을 때마다 재미있었던 이유도 있다.

작가는 몰입을 위해서는 1분 1초도 놓치지 말고 생각해야 할 주제에 대해 집중해서 해결 방법을 생각하라고 한다. 주의사항은 집중을 하라는 것이지 걱정하거나 집착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리고 결과보다는 생각하고 집중하는 과정에 의미를 두라는 조언을 한다. 초기 단계에는 자투리 시간을 이용한 몰입을 하다가, 점차 2~3시간을 해보고, 하루를 해보고, 며칠 동안 집중하다 보면 놀라운 결과를 얻을 수가 있다고 한다.

11가지 슬로싱킹을 위한 방법이 나온다. 그중 반복해서 강조하는 것은 6~8시간 숙면을 하고, 매일 규칙적으로 30분 이상 운동을 하라고 한다.  그리고 1분 1초라도 집중을 하려고 노력해보라는 것이고, 피곤하거나 집중이 안될 경우에는 의자에 앉아서 20~30분간 선잠을 자면 도움이 된다고 한다. 

슬로싱킹 장기 몰입의 원칙 11
 1. 자는 시간이 곧 복습하는 시간
 2. 슬로싱킹과 20분의 선잠 습관화
 3. 1
초도 생각을 놓지 않는 연습
 4. 하루 30분씩 규칙적인 운동을
 5. 하루에 여러 과목보다는 한 과목을 일주일 이상 집중적으로
 6. 무조건 암기보다 생각하고 이해할 때 오래 남는다.
 7. 미지의 문제를 온전히 스스로 해결하는 경험 만들기
 8.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할 때 불안감이 통제된다.
 9. 선택과 집중은 요령 있게
 10. 무한 반복 다양하게 활용하기
 11. 내가 공부하는 이유 찾기

황농문 교수는 몰입을 통해 놀라운 성취를 이룬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몰입에 대해 체계적으로 연구를 하여 몰입하는 사람들의 과정과 상태를 여러 책에서 이야기했다. 그 비결은 바로 불교의 '간화선'처럼 한 순간도 놓치지 않고 화두(주제)에 몰두하여 생각하는 '슬로싱킹'이라는 상태였다는 것이다. 

P005
슬로싱킹은 생각할 때 괴로움이나 스트레스 없이 편안하고 이완된 상태를 유지하되, 집중하는 주제에 대해서는 생각하기를 1초도 멈추지 않겠다는 자세로 생각의 끈을 붙들고 있는 방식이다. 내가 몇 달 혹은 몇 년 동안 고도의 몰입 상태에 있으면서도 지치거나 피곤하지 않았던 것도   그냥 생각한 게 아니라 슬로싱킹을 했기 때문이다.

P006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은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처럼 생각하고 또 생각할 수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간화선이라는 우리나라 불교의 참선 방법이 있다. 간화선을 하는 스님들은 오로지 화두 하나만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수행을 하는데, 여름 3개월간의 수행을 '하안거' 겨울 3개월간의 수행은 '동안거'라 한다. 스님들은 이렇게 몇 달을 연속해서 생각해도 탈이 나기는커녕 오히려 평온하고 행복한 상태에 도달한다.

칙센트 미하이의 <FLOW>를 비롯하여 몰입에 대해 설명한 책은 이미 나와있다. 그중 <FLOW>에서는 몰입의 상태에 대해 과제의 난이도와 해결 능력 간의 적당한 균형 등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몰입하려고 노력한 사람은 많이 있지만(특히 공부), 성공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황농문 교수의 이야기 중 가장 큰 울림은 '몰입 장벽'을 넘는 구체적인 방법을 '슬로싱킹'으로 제시한 것이다.   

P028
고도의 집중과 몰입이 필요한 상황에서 내 앞에 놓인 '몰입 장벽'을 넘어야 높은 기량을 발휘할 수 있고 더 많은 행복을 누릴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내가 가진 잠재력을 발휘하여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중략)
그런데 이 장벽을 넘는 아주 쉬운 방법이 있다. 바로 몸과 마음을 이완시킨 채로 명상하듯 천천히, 느긋하게 생각하는 '슬로싱킹'이다. 슬로싱킹은 집중된 상태를 유지하되, 생각이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문제 해결을 위해 역동적으로 두뇌 활동을 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집중과 다르다. 슬로싱킹을 연습하고 익숙해질수록 다급하게, 얕게 생각하던 기존의 습관을 천천히 깊게 생각하는 습관으로 교체하게 된다. 슬로싱킹을 익힌다는 것은 곧 생각의 습관을 바꾸는 과정이다.

그리고 단순 몰입으로 들어가는 과정뿐 아니라, 몰입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도 제시했다. 한번 몰입된 상태에서는 유지하기도 쉽고, 강한 몰입을 하면 다음번에도 몰입하기 좀 더 쉽다는 것이다. 그러나 몰입은 되도록 장시간 하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자연적인 몰입이 아니고, '의도적인' 몰입을 할 수가 있다고 한다.

P080
작은 자극으로는 시냅스 발화가 일어나지 않지만, 적당한 시간 간격으로 같은 자극이 반복되면 작은 자극으로도 시냅스 발화가 일어난다. 이 현상을 시냅스의 '시간적 가중'이라고 한다. 이는 아무리 흥미가 없고  어려운 문제라도 쉬지 않고 생각하면 관련 시냅스가 활성화하여 몰입도를 올릴 수 있다는 의미다.
한편 시냅스의 '공각적 가중'은 각기 다른 곳에서 오는 여러 개의 시냅스 입력이 하나의 신경세포에 동시 입력되면 개개의 자극이 작더라도 시냅스 발화가 일어나는 현상이다. 이는 많은 시냅스가 활성화한 상태에서는 작은 자극으로도 시냅스 발화를 일으키고, 다른 시냅스도 더 쉽게 활성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즉 몰입도가 높을수록 적은 노력으로 몰입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몰입도가 올라가면 가능한 한 그 상태를 오래 유지하는 것이 좋다.

P087
이렇게 의식을 통제하고, 인생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의도적인 몰입'이다. 의도적인 몰입은 긴박항 상황에서 별다른 노력 없이 위기감에 의해 몰입이 유도되는 '수동적인 몰입'과 구별된다. 또 취미 활동과 같이 흥미와 재미를 느껴 저절로 빠져드는 '능동적인 몰입'과도 다르다. '의도적인 몰입'이란 의도적으로 생각을 지속해 몰입도를 올리는 방법이다. 즉 의식의 무대에 의도적으로 내가 원하는 내용을 지속해서 올리는 것이다.

슬로싱킹을 통한 몰입 상태는 공부나 업무의 수단으로써 아주 유용하다. 적성이나 열정의 부족이 아닌가 하는 고민을 없애주기도 한다. (이 내용은 <열정의 배신>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몰입 상태라는 특별한 경험으로 인해 삶의 의욕과 행복감을 느낀 제자들의 간증(?)들이 넘쳐났다.    

P149
교수님께서는 늘 해야 할 일을 즐길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셨지요. 이제야 그 의미를 알겠습니다. 몰입은 세상 모든 이를 재미있는 경험으로 바꿔주는 마법인 것 같습니다. 중요한 건 '무얼 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였는데, 이제까지 저는 잘못된 선택으로 적성에 맞지도 않는 공부를 하고 있다며 자신을 불행하다고 생각해왔습니다.

P156
몰입은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인 줄로만 알았는데, 이제 확실히 깨달았습니다. 몰입은 '지극히 평범한 나'를 '가장 특별한 나'로 살게 하는 힘이라는 것을요. 삶의 본질을 깨달으니 모든 순간이 행복으로 채워졌습니다. 그 충만감이 너무나 커서 앞으로도 이렇게 살길 염원하게 됩니다. 미숙하고 실수투성인 나 자신이 좋습니다. 평생을 살아도 알지 못했을 나의 가치를 일깨워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주 40시간(52시간) 근무제 적용된 2018년 5월 1일 이후로 943일이 되었다. 나는 그 이전과 이후의 삶이 많이 바뀌었다. 금주를 시작했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서, 매일 독서를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회사 내에서의 나의 역할이나 역량은 크게 변한 것이 없었다. 관심의 영역이 개인적인 변화에 있었기에 당연한 것일 수도 있지만, 하루의 대다수 시간을 보내는 일터에서의 시간은 중요했다. 

그래서인지 이 책에서 제일 관심이 있는 부분이 있었다. 먼저 목차를 보면서 3장의 11 챕터에 있는 '오래 집중하기 힘든 직장인의 자투리 슬로싱킹'이라는 부분을 찾아서 접어 두었다. 이 부분은 집중해서 읽어야겠는 마음이었다. 책에서는 '11가지 슬로싱킹 장기 몰입의 11가지 원칙' 중 8가지를 상황에 맞게 적용하여 실천하면 도움이 된다고 한다.

P177 ~ 178
직장인의 슬로싱킹을 위한 팁 12 중 8가지
 1. 잠을 충분히 자고, 필요하면 선잠도 잔다
 2. 생각에 집중하되 몸과 마음은 이완된 상태를 유지하며 슬로싱킹 한다.
 3. 깨어 있는 동안 1초도 멈추지 않고 프로젝트를 생각한다.
 4. 하루 30분씩 규칙적으로 운동한다.
 5. 여러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해야 할 때라도 가능하면 한 프로젝트에만 일정 기간 집중한다.
 8.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해야 불안감이 통제된다
 9. 선택과 집중이 중요하다.
 11. 업무 구동력, 즉 이 일을 해야 할 이유나 의미를 찾는다.

작가가 조언한 8가지 중 몇 개는 도움이 될 것 같았고, 몇 개는 이미 시행하고 있으며, 몇 개는 실행하기 어려웠다. 잠을 충분히 자고, 규칙적 운동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깨어있는 동안 1초도 멈추지 않고 프로젝트를 생각하라던가, 가능한 한 개의 프로젝트만 집중하라는 것은 따라 하기 어려웠다. 내가 처한 환경에서는 적용하기 어려웠다. 

생각은 집중하되 몸과 마음은 이완된 상태를 유지하라는 것,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해야 불안감이 통제된다는 팁은 경험이 있지만, 늘 잊고 사는 관리의 비결이었다. 비슷해 보이는 일이라도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보다는 '왜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는 습관을 가져야 근본적이고 개선이 되는 일을 할 수 있다. 평소에는 잊고 사는 이런 평범한 진리까지 되새기게 해 주었다.

그렇지만 슬로싱킹의 직장 부분 내용은 이미 다른 자기 계발서에 나와있는 부분과 비슷한 면이 많았다. 자신이 방해받지 않고 집중할 시간과 장소가 필요하다는 것, 시각적 관리가 매우 유용하다는 것 등이다. 작가는 학교에 있고, 의견을 주고받는 제자들 역시 연구소와 기술전문직 사람들이라 그런지 자기의 시간을 많이 쓰는 사례들이 나와있는데, 정해진 시간 내에 압축적으로 집중하는 방법으로는 조금 거리감이 있었다.     

P183
평소 명상을 하는 사람이라 슬로싱킹의 개념은 쉽게 이해했지만, 실제로 몰입하기는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회사에서는 끊임없이 울려대는 전화와 타 부서의 협조 요청 등 잡다한 업무를 처리해야 하고, 귀가해서는 가사를 하느라 정신을 집중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그러나 그도 점차 나름대로 방법을 찾아 슬로싱킹 몰입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회사에 가면 오전에 30분에서 1시간가량 노트를 펼쳐둔 채 몇 가지 화두에 집중하려 노력했다고 한다. 일주일에 2~3일 정도씩 아이디어를 마인드맵 형태로 기록하면서 생각하니 하루 이틀 후에도 노트를 펼쳐보면 생각을 쉽게 이어갈 수 있었다

P186
수시로 잡념이 끼어들면 이를 재빨리 알아채고 생각으로 되돌아 가기 위해 눈에 띄는 곳마다 포스트잇을 붙여두라는 것, 결과에 집착하지 말고 과정을 충실히 하는 데 의미를 둘 것을 강조했다. (중략)
특히 효과적이었던 것은 자꾸 까먹는 문제를 포스트잇에 적어 눈에 띄는 곳마다 붙여 둔 방법입니다.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처음 눈길이 가는 벽과 러닝 머신 등에 붙여 놓으니 생각이 계속 문제를 향하게 되어 잊지 않게 되더라고요.

대다수 책이 그렇지만 이 책을 읽고서 도움이 되고 부분이 있었다. 지난 몇 번을 사용하다가 그만둔 마인드맵을 다시 활용하기 시작했다. 주로 특정 프로젝트나 업무를 작성할 때 유용했지만, 일정 계획에도 적용해보려고 한다. 업무 리스트 혹은 이벤트를 마인드맵에 두서없이 나열하고, 정리해서 리스트로 만들고, 일정계획에 반영하면 무리 없고, 짜임새 있는 일정 계획을 세울 수 있을 것 같다. 

두 번째는 몰입이 자주 흐트러지는 사무환경에서 주요 업무나 집중해야 할 내용을 포스트잇으로 붙여 놓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느낌이다. 남들이 내 자리로 찾아와서 메모를 쳐다보는 것이 다소 신경 쓰였는데, 대다수의 사람들은 나의 포스트잇에 관심이 거의 없다. 그 메모는 오로지 내게만 필요한 것이다. 혹시 누가 관심을 갖게 된다면, 그 관심은 대다수 내게 도움이 될 것이다.

책을 통해 배우고 꼭 실천하며, 가정에서도 회사에서도 좀 더 몰입하는 습관을 통해 더 즐겁고, 생산성이 넘치는 그런 일상이 나와 함께 하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