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분당 성장판 주제도서였다. 예전부터 역사책은 좋아하지 않았지만, <총 균 쇠>나 <사피엔스>를 읽은 후에, 역사를 이렇게 재미있게 서술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과거를 알아간다는 것은 조금씩 재미를 더했다. 이 책도 얼마나 재미있을까 설렘도 있었다.
결과적으로는 재미도 있었고, 아쉬움도 있었다. 기자이자 국제분쟁 관련 저널리스트인 작가의 박식한 지식을 한 권의 책에 표현하기는 한계가 있는 것 같았다. 전 세계 대륙의 국가들에 대해 표현할 수도 없었고, 최대한 많은 나라를 다루다 보니 각 나라별 현안에 대한 원인, 쟁점 등이 피상적으로 표현된 것이 조금은 아쉬웠다.
하지만 최근에도 종종 이슈가 되는 국제 문제와 각 국가별 대응방식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되어 좋았다. 특히 내가 관심이 있는 지역과 나라에 대해 조금은 더 알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전혀 생소한 국가들의 문제들도 아주 조금은 알게 되었다. 책의 내용 중 관심 가는 분야만 정리해둔다. 책에서는 먼저 중국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내 주위의 중국인들을 통해 들은 이야기는 한국의 정부(대통령)는 너무 무르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런 식으로 나라를 운영하면 제대로 되는 일이 없을 거라고 한다. 개인의 인권보다는 국가의 안정과 번영을 중요시하는, 30년 전의 한국 통치방식과 현재의 중국 운영방식이랑 비슷한 이야기 일 것이다. 어느 것이 진정으로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방식으로 돌아가기에는 국민의 사고가 너무도 많이 바뀌었다.
P039
중국 공산당은 민주주의와 개인의 권리에 반대한다. 자유로운 선거권이 주어지면 한족의 단결은 깨어질지 모른다. 더 나아가 지방과 도시 간에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 과정에서 완충지대 주민들이 과감히 들고일어나기라도 하면 향후 중국의 힘은 꺾일 수밖에 없다. 중국이 외국 세력에게 유린당한 가장 최근의 경험은 겨우 1세기 전의 일이다. 베이징 정부에게는 <통합>과 <경제발전>이야말로 민주적 원칙보다 우선하는 중요한 가치다.
근접한 곳에 강대국이 없다는 것은 중국에게는 행운이다. 러시아는 얼어붙은 아시아보다는 유럽으로 진출하고 싶어 한다. 인도와는 에베레스트로 막혀있다. 동쪽에는 한국과 일본이라는 비교적 작은 나라가 있고, 서쪽에는 지역은 넓지만 인구와 경제력이 부족한 나라들이다. 신장, 네팔 등 중국이 생각하는 내부(?)의 분열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안정적일 것이다.
그러나 향후 영향력을 키우려면 해양으로 진출해야 한다. 석유 등 자원의 확보를 위해서는 해양 운송 경로 확보는 필수적이다. 아프리카와 남미에 지속적으로 투자와 인구 진출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남중국해는 필사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 중국은 점차 미국과는 대립각을 세우며 자신의 힘을 보여주고, 협력을 유혹하며 주변국들에게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남중국해 분쟁 이후, 멀지 않아 동중국해에서 한국과 일본을 상대로 힘을 보여줄 것이다. 우리의 대책이 필요하다
P052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중국은 오직 미국만이 전 세계의 치안을 담당하게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다. 그러자면 언젠가는 중국도 행동에 옮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중국 노동자들 다수가 연루된 자연재해나 테러 또는 인질 사건이 발생한다면 중국 정부도 마냥 지켜보고만 있을 수 없다. 이러한 만일의 사태에 대응하려면 전진기지라든지 적어도 중국군이 그 나라의 영토를 통과할 수 있는 승낙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이 책에 의하면 미국은 정말 운이 좋은 나라이다. 같은 대륙 내에 침입을 할만한 강대국이 없다. 동쪽과 서쪽으로 대양을 통해 교역을 할 수 있으며, 다른 강대국이 공격을 하기에는 너무 멀다. 풍요로운 평야지대와 자원도 많다. 지리적인 문제를 이야기할만한 것이 없다.
P063
1803년, 미합중국은 프랑스로부터 뉴올리언스가 있는 루이지애나 지역 전체의 지배권을 사들였다. 이 지역은 멕시코 만에서 시작해서 북서쪽으로 로키 산맥의 미시시피 강 지류들의 상류까지 뻗어 있다. 이 땅의 면적은 오늘날의 스페인, 이탈리아, 프랑스, 영국, 그리고 통일 독일을 합친 넓이와 맞먹는다. 신생 미합중국은 이 땅을 흐르는 미시시피 강의 유역을 기반으로 번영으로 가는 길을 닦는다.
1천5백만 달러짜리 서명 하나로 1803년에 미국은 루이지애나를 구입하여 영토를 두 배로 늘렸다. 이는 곧 세게에서 가장 훌륭한 <내륙수로 수송권>을 확보한 셈이었다. 이를 두고 미국의 역사학자 헨리 애덤스는 이렇게 썼다.
"미합중국이 투자 대비 이렇게 많은 것을 얻은 일은 이제껏 없었다."
유럽은 해양에서 대륙 내부까지 강으로 잘 연결이 되어있어, 교역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 있다고 한다. 그로 인해 다른 지역보다 빨리 발전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현재 유럽연합의 북부지역은 평야지대가 많은 부유하고 커다란 나라가 대다수이고, 남부지역은 평야가 적고, 상대적으로 가난한 작은 나라들이 많다고 하는데 그 말을 듣고 지도를 살펴보니 이해가 되었다.
유럽연합의 주축인 독일 그리고 이에 협력하는 프랑스는 유럽연합을 이끌지만, 언어도 다르고 민족도 다르면서 정치 지형도 제각각인 유럽연합은 쉽게 의견이 모아지지 않는다. 독일은 강한 목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주위에서 지나치게 강력해지는 것은 경계를 한다. 유럽 대륙은 협력과 연합이 필요하지만 앞으로 갈길은 멀다.
P109
그 역사가 채 150년이 안 됐음에도 불구하고 독일 민족 국가는 유럽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강대국이 되었다. 특히 경제 부문에서의 영향력은 독보적이다. 독일은 나긋나긋한 목소리 한편으로 유로화라는 무기를 내세우며 으름장을 놓는다. 전 유럽 대륙은 독일을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독일은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대외정책에서만은 얌전하기 그지없다. 가끔은 아예 실력 행사 자체를 혐오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영국의 브렉시트 이슈로 왜 그럴까 했는데 이 책을 보고 조금은 이해를 하게 되었다. 민주적 정치제도가 제일 먼저 발전한 자부심이 있는 나라이고, 유럽 연합의 법규에 대해 불만인 나라이다. 무엇보다 이민자의 유입에 대한 걱정이 많아서 이런 일들이 일어났다고 하는데, 이해될 것도 같고 아쉽기도 하다.
P111
과거 몇 백 년 동안 영국이 누렸던 상대적 안정에 대한 이론은 해협 건너편 나라들에 비해 그들이 보다 큰 자유를 누리고 폭정이 적었던 이유를 설명해 주고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영국에 강력한 인물이나 독재가가 거의 필요치 않았던 것은 1215년 마그나 카르타로부터 시작해 1258년 옥스퍼드 조례를 통해 다른 나라들보다 앞서서 민주주의 시대로 이끌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P112
영국을 유럽연합의 바깥쪽으로 자꾸 내모는 두 가지 쟁점은 서로 연결돼 있다. 그것은 바로 <주권>과 <이민자 문제>다. 일부 유럽 통합 회의론자들의 지지를 받는 반유럽연합 정서는 유럽연합이 정하는 엄청난 분량의 법률과 그 내용에 반발한다. 하지만 회원국들 간의 합의의 일부이므로 영국도 이를 준수할 수밖에 없었다. 영국의 언론은 언론대로 유럽 인권보호조약 때문에 강제로 추방할 수 없는 외국인들이 영국에서 저지른 심각한 범죄들을 대서특필한다.
러시아는 힘을 중요시하는 나라. 곰의 나라. 넓은 면적의 나라. 속을 알 수 없는 크렘린 등으로 인상 깊은 나라인데, 이 책에서 읽은 내용으로 백지에 가까운 상태에서 조금은 더 알게 되었다. 흥미를 갖게 되었지만, 나의 우선순위가 높은 나라는 아니다. 왜 유럽을 중요시하는지도 알게 되었고, 러시아 국토 내의 아시아 지역에서는 중국식당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이야기는 시사점을 주고 있다.
P122
러시아는 넓다. 가장 넓다. 아니 넓다 못해 광활하다. 면적이 무려 1천7백9만 제곱킬로미터에 달하며, 표준시간대 또한 무려 11개나 되는 지구 상에서 가장 넓은 나라다. 이 나라의 숲과 호수, 얼어붙은 툰드라, 스텝, 타이가, 산맥 토한 마찬가지로 넓다. 이 어마어마한 규모는 오래도록 우리의 집단의식에 스며들어 있었다. 어느 쪽으로 가도 러시아다. 동서남북 어디를 둘러봐도 러시안 베어가 산다.
P122
러시아 사람들은 곰을 가리켜 <꿀을 좋아하는 자>라는 뜻의 메드 베드라 부른다. 유럽과 아시아에 걸쳐 있는 이 나라에는 적어도 12만 마리의 메드 베디가 서식하고 있다.
P123
"확신하건대, 강인함만큼 러시아인들이 경외하는 것은 없으며 나약함보다 경시하는 것은 없다. 특히 군사력에서 말이다."
P127
최초의 차르인 이반 4세는 <방어로서의 공격> 개념을 실전에 도입한 인물이었다. 일단 내부를 공고히 평정하고 확장한 다음에야 비로소 바깥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이 방침은 멋지게 성공했다.
P129
러시아의 면적은 미국이나 중국의 2배, 인도의 5배, 영국의 25배에 이른다. 그럼에도 인구는 1억 4천4백만 명으로 상대적으로 적은데 이는 나이지리아나 파키스탄보다도 적은 수다. 러시아는 작물의 생장기간이 짧아서 모스크바의 11배나 되는 전 지역에 작물을 적절하게 배분하는 것 또한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다.
P131
유럽 맹주의 자격이 무엇이든 간에 러시아가 아시아의 맹주가 아닌 이유는 꽤 있다. 먼저 이 나라 영토의 75퍼센트는 아시아 지역에 속하지만 그곳에는 인구의 22퍼센트만이 거주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P141
이제 우크라이나는 더 이상 소비에트의 일부가 아니며 러시아와 친하지도 않다. 푸틴은 사정이 바뀌었다는 것을 깨달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서방 외교관들은 알고 있었을까 혹시 몰랐다면 이는 그들이 다음의 수칙 A, 즉 초심자를 위한 외교의 제1교훈을 숙지하지 않았던 탓이리라. "실재하는 위혐으로 간주되는 것과 맞닥뜨릴 때 강대국은 힘을 사용한다." 이 점을 숙지하고 있다면 그들은 푸틴의 크림 반도 합병은 서구가 우크라이나를 근대 유럽과 서구 영향권으로 끌어넣은 행위의 대가로 봐야 한다.
한국은 미국에 어떤 의미일까? 어떤 가치가 있을까? 책에서는 아직 별다른 중요성보다는 그 당시의 상황이 막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미국은 최근 우리나라와의 관계는 '린치핀'이라는 용어를 썼고, 일본과는 '코너스톤'이라는 용어를 썼다. 그 당시 국내 보수신문에서는 이를 중요하고 우호적으로 해석한 것 같다.
나는 조금 삐딱하게 생각이 든다. '코너스톤'은 주춧돌이라는 의미다. 근본이며 바뀌지 않는다. 바꾸려면 전체를 부수어야 한다. 린치핀은 힘을 받는 부위는 아니다. 안전핀의 역할, 보험 같은 역할이다. 언제든 갈아치울 수 있다. 더구나 중국에게는 그것이 뾰족한 쇄기 같은 역할을 할 경우에는 중국 입장에서는 제일 먼저 뽑아버리고 싶을 것이다. 우리는 지정학적 입장에서 항상 경계를 해야 한다.
P168
소련군이 1948년 북쪽에서 철수하자 이듬해인 1949년, 이번에는 미국이 남쪽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1950년 6월, 미국의 냉전시대 지정학 전략을 치명적으로 오판한 북한군은 한반도를 적화 통일하기 위해 38선을 넘어왔다. 북한군이 거의 남해안 부근까지 일사천리로 남하하자 워싱턴 정부는 그때서야 큰일 났다 싶었다.
엄밀하게 군사적인 개념으로만 보자면 북한 정권과 그 후원자인 중국은 제대로 한 셈이었다. 한국은 미국에 우선적인 핵심 국가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북한 정권과 중국이 간과한 게 있었다. 만약 미국이 우방인 남한의 편에 서지 않으면 전 세계 다른 국가들의 신망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미국이 주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냉전의 정점에서 혹시라도 미국의 동맹들이 양다리를 걸치거나 공산진영으로 갈아타기라도 하면 미국의 세계 전략은 심각한 위험에 빠질 수 있다.
P159
이런 배경에서 1950년 9월, 연합군을 앞세운 미군이 한반도에 상륙했다. 연합군은 북한군을 38선 이북까지 밀어붙이면서 중국과 국경을 마주한 압록강 부근까지 일사천리로 진격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중국이 결정을 내려야 할 차례가 되었다. 미군이 한반도에 발을 디뎠다는 것은, 특히 38선 이북까지 와 있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 실제로 함흥 위쪽의 북쪽 산악지대는 곧장 중국에 타격을 입힐 수 있는 거리였다. 결국 중국군은 압록강을 넘어 밀려들어왔다. 36개월에 걸친 치열한 전투 끝에 양측 모두 엄청난 인명 손실을 입었다. 그러다가 현재의 경계선을 중심으로 전투는 서서히 소강상태에 머물더니 결국 휴전이 성립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는 평화 조약이 아니었다. 그리고 북위 38도선에 갇힌 이들은 여전히 이 상태로 남아 있다.
우리에게 일본은 감정 없이 살펴보기 어려운 나라다. 하지만 필요하다면 더욱 냉철하게 바라봐야 한다. 중국과 미국이라는 나라 사이에서 우리는 주변의 친구들이 절실하다. 그쪽도 친구 같은 동맹이 필요하다면 더욱 그렇다. 최소한 통일을 위해서라도 주변의 도움이 필요하다. 방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라도 주변에 잘 보여야 한다. 그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P173
일본도 정치적인 선에서 결정해야 한다. 동해를 넘어 영향력을 발휘할 강력한 통일 한국을 자신들이 원하는지를. 일본과 한국 간의 불안정한 관계를 비추어보면 일본이 이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일본에게는 정작 중국이 더 큰 고민거리다. 따라서 일본은 한국의 통일을 지지하는 편에 서게 될지도 모른다. 이전 세기에 오랫동안 한반도를 지배한 탓에 재정적으로 보조하라는 요구를 받게 될지 모를 시나리오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P180
미국은 전후 협상에서 일본의 방위비 지출을 GDP의 1% 이내로 제한하는 것에 더불어 수만 명의 미군을 일본 땅에 주둔시킨다는 내용을 넣었다. 현재에도 3만 2천 명의 미군이 여전히 일본 땅에 주둔하고 있다.
그런데 1980년대 초반부터 희미하게나마 스멀스멀 고개를 들고 있는 민족주의가 감지되었다. 일본에는 일본이 전범국가라는 사실을 결코 받아들이지 않았던 노년 세대와, 부모 세대가 저지른 죄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 된 보다 젊은 세대가 있다. 전후 세계에서 이 태양이 떠오르는 나라의 많은 자손들은 태양의 아래라는 자연스러운 자리를 잡기를 바랐다.
P181
2013년 일본은 방위백서에서 처음으로 잠재적 적을 적시했다. 즉 "중국은 현 상황을 강제적으로 바꾸려는 시도로 보일 수 있는 행동을 해오고 있다"라고.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는 그 넓은 면적과 많은 국가, 풍부한 자원에도 불구하고 강대국 수탈의 피해를 극복하지 못한 곳이다. 정치적 분열과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지 못했고, 커다란 강이 있지만 낙폭이 커서 교역의 수단이 되지 못하여 내륙과 해안의 교류가 되지 못한다. 아직까지는 갈길이 멀다고 한다. 내게는 나라들의 이름마저 생소했다.
P191
초기 독립운동 시대에서 2백여 년이 흐른 뒤에도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은 북아메리카와 유럽 국가들에 비해 한참은 뒤쳐져 있다. 카리브해 지역까지 포함해 이 지역의 전 인구를 합하면 6억 명에 이르지만 통합 GDP는 1억 2천만 명의 프랑스와 영국 두 나라를 합친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라틴 아메리카 나라들은 식민주의와 노예제로부터 지난한 길을 걸어왔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중동지역 역시 인위적인 유럽 열강들이 임의로 만든 국경선으로 인한 민족, 종교의 분쟁 지역이다. 단기간에 해결이 되지는 않을 것이고, 자체적인 분쟁만도 해결되고 정착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가 그들을 이해하기도 쉽지 않다. 워낙 복잡다단한 이슈들이 넘쳐난다. (수니파, 시아파, 기독교, 유대교, 그 외..)
P297
사실 <아랍의 봄>은 언론이 만들어낸 부적절한 명칭이다. 이 용어는 실제 그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흐리게 했다. 영어로 쓴 현수막을 들고 시내 한복판에 서 있는 젊은 자유주의자들과 인터뷰를 하려고 수많은 언론인들이 앞다투어 몰려들었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그것이 그 나라 국민 전체의 목소리이고 역사의 방향인 것처럼 호도했다. 이란의 녹색혁명이 일어났을 때도 비슷한 과오를 저지른 적이 있다. 테헤란 북부의 젊은 학생들만을 이란의 청년으로 묘사하면서 반동적인 바시즈 민병대와 혁명 수비대에 참여한 다른 젊은이들의 존재는 보지 않으려 한 것이다.
P299
아랍 봉기의 두 번째 국면이 이제 막 걸음을 뗐다. 이는 종교적 신념, 사회적 관행, 부족 간의 관계, 서구식 평등, 표현의 자유 그리고 보통 선거권 같은 서구의 가치들보다 무기가 더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온갖 사회 조직들이 얽힌 복잡한 내적 투쟁이다. 일반 서구인들은 너무 모르고 있어서 활자화되어 그들 눈앞에 펼쳐져 있다 해도 믿으려 하지 않을 정도의 편견과 증오로 인한 고난을 실제로 아랍인들은 겪고 있다. 우리는 편견을 가지고 있음을, 그것도 많이 가지고 있음을 안다. 그런데 가끔은 이 편견이 중동에 잇는 이들에게 맹목적으로 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P301
책임질 만한 제도가 전무하다시피 한 빈곤한 사회에서 권력은 민병대와 정당의 형태로 위장한 불한당들에게 맡겨진다. 권력을 놓고 싸우는 그들에게 서구의 순진한 동조자들이 때로 환호를 보내는 동안에도 죄 없는 사람들은 숱하게 죽어갔다. 머지않아 리비아, 시리아, 예맨, 이라크 그리고 다른 여러 나라들에서도 그런 식의 일이 벌어질 것처럼 보인다.
인도라는 나라도 역시 지리적 이점이 있다고 한다. 강대국 중국과 히말라야라는 장벽이 있어 긴장을 늦추게 하고 있고, 파키스탄이라는 적대적 국가가 있지만 다행히도 국력차이가 난다. 양쪽 해양으로 진출하기 좋은 위치라서 교역 등에도 유리하다. 나라가 크다 보니 아직까지 나라 전체에 대한 장악력이 약하기는 하다. 그래도 누군가 갈등을 증폭시키는 역하을 하기에는 주변의 위협은 약하다. 그 옆에 있는 파키스탄은 종교, 경제, 민족, 정치 문제로 아직까지는 답이 없는 것 같다.
마지막으로 나온 북극은 온난화의 영향으로 얼음이 녹아 바다가 넓어지면서 새로운 항해로가 생기고, 해저 자원개발이 가능해지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한 개발 권리로 각국들이 경쟁과 견제가 심해지는데,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국제기구가 있어 합리적인 협의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몰랐던 부분에 대해 꽤 많은 점을 알게 되었다. 내가 관심도 없던 나라에 대해 알게 되거나, 글로벌 뉴스에서 각국의 대응을 보면서 이해 못했던 것을 조금은 알게 되었다. (영국 브렉시트, 러시아 크림반도 침입, 파키스탄의 테러지원 의심, 중국의 남중국해 실력행사 등등) 그리고 또 하나 느낀 점은 답답함과 불안감이다.
이렇게 많은 분쟁과 갈등이 있어서, 향후 전쟁으로 충분히 발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과 중국의 갈등과 실력행사 사이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고, 일본과의 사이도 안 좋아 어려운데 이에 대한 대폭의 의식 전환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전쟁의 참상을 겪지 못한 사람들이 전쟁을 우습게 여긴다. 과거를 기억하는 자존심도 중요하지만, 그전에 합리적인 대책을 세우고 평화의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117 (1998년 헬무트 콜 독일 총리 퇴임식)
"특히 전쟁 시절을 겪어보지 않고 현재의 위기를 맞은 이들은 유럽의 통합이 무슨 이득을 가져다주는지 의문을 갖는다. 하지만 유럽은 지난 65년 이상 유례없는 평화의 시기를 누려왔다. 비록 우리 앞에는 여전히 극복해야 할 문제와 난관이 있지만 해답은 그것밖에 없다. 평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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