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의 지도를 바꾼 회계의 세계사> 리뷰
지난 4월부터 참여한 성장판 독서모임에서 갑자기 서평단을 모집하였다. 지난번에 정규 서평단 모집 시 자신있게 지원을 했고, 블로그나 리뷰, 서평 등을 써본 실적이 없는 나는 당연 떨어졌다. 신청자가 많았던 이유도 있었다. 그래서 이번의 신청자는 모두 서평단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원을 했는데, 막상 서평단에 선정되고 나서는 많이 후회를 했다.
이유는 독서모임 서평단에서 선정된 책을 받아보니, 책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회계라니, 그리고 역사까지. 서평이니 좀 자세히 봐야겠다고 생각하고는 목차를 들여다보니 더욱 맘에 들지 않았다. 온통 부기, 주식, 회계, 자본, 기업 등등 재미없는 단어로만 채워져 있다. 하지만 책까지 온 마당에 없던 일로 만들기는 너무 늦었다.
기대를 포기하고 이래나 저래나 진도는 나가겠지 하는 마음으로 천천히 읽어보니 의외로 점점 재미있진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렘브란트를 엮어서 이야기하더니 나중에는 루이 암스트롱과 비틀즈까지 이야기하고, 중간중간 우리에게 익숙한 에디슨, 맥도널드, 카네기 등의 이야기도 풀어 나간다.
현대에 적용되는 회계의 시작은 수학자 루카 파리올리의 <산술, 기하, 비율 및 비례 총람>에 영향을 받은 이탈리아의 복식부기이다. 부기뿐만 아니라 미켈란젤로의 작품인 원근법도 이 책에 영향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폭넓게 역사공부를 하지 않으면 책에서 이야기 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이 책의 작가의 역량을 느끼게 되고, 읽는 재미를 풍부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건은 마치 회계를 핑계삼아 저자의 세계사 지식과 역사의 주인공들 옆에 있던 중요한 조연까지도 조명을 비추면서 역사의 재미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은 기본적 회계 변천사를 다루고 있다. 시대의 흐름과 주요 발명품과 당시 기업가들의 전략들이 자세하게 설명되었다.
먼저 1장에서 이탈리아와 네덜란드의 사례에서 현금출납 수준에서 기업회계 수준까지 발전하였고, 가족/친족/동료 간의 공동투자 형식에서 생면부지의 남들이 믿고 투자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업회계로 발전한 내용을 정리하였다. 수학의 발전과 종이의 발명(대량화)등으로 지적 활동이 증가되었다.
2장에서는 증기기관으로 인해 철도, 증기선, 자동차의 등장과 정보통신의 발달이다. 대량투자에 따른 감가상각의 발견이다. '순수입'에서 '이익'으로 개념이 변경되었으며 이에 따라 '발생주의 회계'중심으로 바뀌었다. 그에 따라 회계의 객관적인 검증을 위해 회계사가 탄생하였으며, 회계감사가 강화되었다. 표준화된 회계기준이 탄생하였고, 이를 기초로 기존 주주 외 투자자에게 정보 공유가 되었고, 펀드가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3장에서는 대량생산에 합병이 추진되었고, 무분별한 확장에 따른 정확한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원가관리가 발달하였다. 외부의 보고를 위한 재무회계보다는 내부 관리회계가 발전하면서 좀더 사업 투자 및 평가가 세밀하게 발전하였다. 이후에는 좀 더 미래가치를 평가하기 위해 '효율'보다는 '가치'에 투자하는 최신의 기업평가 방식이 도입되었다.
지나치게 단순화해서 각 항목별 시기와 연관관계가 정확하게 맞지 않지만 아래와 같이 정리하였다.
책 내용을 너무 단순화하였기에 맞지 않는 부분도 있지만, 내 나름 요약을 해보니 전체적이니 기억하기는 쉬웠다. 그러나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거나,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책의 전체를 순서대로 읽어가는 재미가 있다. 일반적으로 재미있는 책처럼 진도가 잘 나가면서 전체적인 요점정리도 되고 인상깊은 내용도 기억에 남는다.
이 책에서 역사적인 중요 사실과 회계방식의 발전만 이야기했다면, 재미도 없고 기억도 나지 않을 것이다. 이것에 각 시대별 대표적으로 기억할 만한 발명가와 예술가를 연결하고, 그들의 작품과 시대의 배경을 설명하면서 딱딱한 회계의 발명의 역사에서 사람중심의 역사로 바뀌는 것이다.
특히 발명가, 예술가, 기업가의 이야기를 단순히 개인사에 국한하지 않고, 그를 탄생시키고 커다란 영향을 주었던 조연들을 등장시키면서 영웅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이웃들의 역사로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것으로 인해 우리는 회계사가 아닌 인물사 혹은 사건 중심의 역사서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든다.
책의 중심적인 내용인 기업의 탄생과 발전에 따른 회계의 변천사를 충실하게 다루고 있다. 다만 현대의 대차대조표 등을 상세하게 이해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지만, 회계기초를 다룬 책을 읽기 전에 이 책을 읽는다면 회계에 대해 근본적인 이해를 하는데 도움이 될 듯하다.
개인적으로는 자연스럽게 역사와 회계 상식을 넓히는 교양서를 읽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중반 이후 현대 회계에서도 다루고 있는 회계의 개념을 읽어나가다 보니 개인적으로 경험했던 사례가 기억났다.
내가 한참전에 자사 브랜드 적용하는 도입상품을 개발하면서 느꼈던 사례가 다시 생각나면서 회계라는 것이 우리 사회생활에 필수적임을 느끼게 되었다. 그당시 회계부서 담당자들이 재무회계와 관리회계를 모르고 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몰랐기에 반박을 할 수가 없었다.
재무회계는 '수비적인 회계'다. 결산서를 작성한 다음 보고하여 주주와 채권자에게 설명하는 책임이 주어진다.
이해 비해 관리회계는 원가계산에서 진화한 '공격적인 회계'다 경영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영자가 자유롭게 조립하는 회계다.
이 '수비적인 회계, 곧 재무회계'는 신호기에 비유하자면 적색 회계다.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으면 빨간 신호가 켜지는 의무적인 회계다. 한편 '공격적인 회계, 곧 관리회계'는 청색 회계다. 자유롭게 설계하는 회계다. (P303)
제조회사에 일하면서도 이질적인 신규사업군인 자사 브랜드 도입상품 론칭을 하려했다. 우리팀은 신제품의 판매가를 결정하기 위해 손익 계획서를 관련 재경/회계부서에 승인을 받아야 했다. 문제는 보수적인 재경부문이 손익 확보를 위해서 판매가를 높이도록 요청을 한 것이다. 우리로서는 재경부문의 판매가 인상요청이 납득 안되었다.
나중에 재경부문이 기획단계의 관리회계에 대해 설명을 해주면서 손익 기준을 완화해서 적용해주었지만, 결국 당해연도의 회계 결산 후에는 다시 차기 연도 기준 비용구조를 전년도를 기준으로 편성하고 있었다. 이때 우리가 ROI를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쉬움이 든다.
우리 팀이 다루는 도입상품은 매출 대비 이익(P:이익율)이 많지 않아도, 매출대비 자본투자(T:회전율)가 거의 없었기에 실제로 ROI는 좋았던 것이었다. 단지 우리는 간접비 배분에서 비용을 낮춰달라고 요청을 했었다. 협상은 한계가 있었다. 그때 우리팀이 근원적인 손익 판단 기준의 근거를 요청하며 협상을 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나중에 대표이사 변경 후 공격적인 매출 확대를 위해 '공헌이익'이라는 개념을 도입하여 손익확보 기준을 엄청 낮췄지만 이미 늦었다. 브랜드 시장의 특징처럼 브랜드와 매출이 이미 동반 하락한 상태였기에 만회 방안은 어려웠다. 더구나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미래 이익의 기준인 자사 브랜드의 가치를 향상하기 위해 전사적 노력이 부족했기에 아쉬움이 컸다.
회계는 재경부문 혹은 사업기획, 영업부문의 특정한 영역에서만 공부해야 하는 것이 아닌데 그동안 우리는 너무 등한시했다. 이 책으로 인해 정량적인 내용은 모르더라도 대략적인 내용과 필요성에 대해 이해한다면 그것으로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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