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 융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모두의 내면에는 우리가 모르는 다른 누군가가 있다.” 핑크 플로이드는 이렇게 말했다. “내 머릿속에 누가 있는데, 내가 아니야.”
카를 융이 말했다는 이 말은 우리나라 가요에도 잘 나와있다. "내 마음 나도 몰라요". 혹은 과자 광고에도 나왔다. "손이 가요 자꾸만 손이 가. 농심 새우깡...". 내가 생각하는 것과 전혀 다른 감정과 행동들이 나온다. 그래서 광고는 반복해서 우리의 마음속 어딘가를 자꾸 들쑤시는지 모르겠다.
우리가 정신이라는 신문의 헤드라인을 읽을 무렵이면, 중요한 활동과 거래는 이미 이루어진 뒤다. 막후에서 벌어진 일에 우리는 거의 접근할 수 없다. 놀라울 정도다. 우리가 느낌이나 직감이나 생각이라는 형태로 낌새를 알아차리기 전에 모든 정치적 움직임이 이미 바닥부터 지지를 얻어 멈출 수 없는 수준까지 진전되어 있다. 우리는 그 정보를 맨 마지막에 알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이상한 종류의 신문 독자라서 헤드라인을 읽으면서 마치 자신이 그 생각을 처음 해낸 것처럼 공치사를 한다. “방금 좋은 생각이 났어!” 기쁨에 차서 이렇게 말하지만, 사실은 이 천재적인 발상이 뇌리에 떠오르기 전에 뇌가 이미 엄청난 양의 작업을 해놓았다.
나 역시 무언가 논리로 표현하지 못하고, 무언가 느낌만 무성할 뿐일때도 많다. 책에서 나온 이런 것들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될 듯하다.
라이프니츠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지각이 있다면서, 그것을 ‘미소지각微小知覺’이라고 명명했다. 그는 동물에게 무의식적인 지각이 있다고 추측했다. 그렇다면 인간에게도 그것이 없으리란 법이 없지 않은가.
헤르바르트는 생각이 고립된 상태에서 의식 속으로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의식 속에 있는 다른 아이디어 복합체와 동화되었을 때에만 의식에 들어올 수 있다는 주장을 표현하기 위해 ‘통각統覺 집합체apperceptive mass’라는 용어를 만들어냈다. 이렇게 해서 헤르바르트는 핵심적인 개념 하나를 세상에 소개했다. 의식적인 생각과 무의식적인 생각 사이에 경계선이 존재하며,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생각도 있다는 개념이었다.
프로이트는 환자들의 의식에서 행동의 원인을 전혀 찾을 수 없을 때가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뇌를 기계와 비슷하게 보는 새로운 견해를 이용해서 우리가 접근할 수 없는 원인이 틀림없이 저변에 깔려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 새로운 시각에 따르면, 정신은 단순히 우리에게 친숙한 의식과 같은 것이 아니었다. 그보다는 훨씬 더 큰 부분이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 있는 빙산과 비슷했다.
피험자의 의식보다 훨씬 더 먼저 자율신경계가 각 카드 세트에서 뽑은 카드의 통계수치를 알아차린다는 것. 피험자가 나쁜 세트에 손을 뻗으면, 자율신경계의 활동이 치솟았다. 이것은 기본적으로 경고였다.24 이런 현상은 약 열세 번째로 카드를 뽑을 때쯤 감지되었다. 피험자의 의식이 각각의 카드 세트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결과를 알아차리기 훨씬 전에 뇌의 어떤 부분이 그 정보를 인식한다는 뜻이었다. 이 정보는 ‘육감’이라는 형태로 전달되어, 피험자는 의식적으로 이유를 알아차리기도 전에 이미 좋은 카드를 뽑기 시작했다. 유리한 결정을 내리는 데에 상황에 대한 의식적인 지식이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다는 뜻이다.
이보다 더 좋은 점은, 사람에게 육감이 필요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는 점이다. 육감이 없으면 사람은 결코 아주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없다.
여자들이 흔히 이야기 하는 육감이라는 것이 수없이 많은 경험과 유전자 코드에서 발현된 것인가? 조금은 무섭다. 이전에는 그냥 지레짐작일뿐이라고 생각했는데, 육감이 있어야 좋은 결정을 한다고하니 조금은 걱정이다. 이를테면 이런 말을 들으면 섬뜩해지지 않을까? " 당신 혹시 바람펴 ?"
“대체로 우리는 자신의 머리가 가장 잘하는 일을 가장 인식하지 못한다.”
_마빈 민스키, 《마음의 사회》
학자들(은 물론 포르노를 퍼뜨리는 사람들도)은 남성들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여성의 신체비율 범위가 놀라울 정도로 좁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허리와 엉덩이의 비율이 0.67에서 0.8 사이여야만 완벽하게 보이는 것이다. 플레이보이 화보 모델들의 허리-엉덩이 비율은 줄곧 약 0.7을 유지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들의 평균 체중이 줄어들었는데도 이 비율은 변하지 않았다. 허리-엉덩이 비율이 이 범위에 속하는 여성은 남성의 눈에 더 매력적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더 건강하고, 유머러스하고, 똑똑하게 보인다.
피부가 하얀 여성이 병에 걸리면 쉽게 병색이 드러나는 반면, 피부가 가무잡잡한 여성은 결점을 비교적 쉽게 위장할 수 있다. 건강에 관한 정보가 많을수록 선택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하얀 피부가 선호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배란 중인 여성은 남성적인 외모의 남성을 선호하지만, 배란 중이 아닌 여성은 이목구비가 부드러운 남성을 선호한다. 아마 이런 외모를 지닌 사람이 사교적이고 자상한 행동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수컷 들쥐가 같은 암컷과 반복적으로 짝짓기를 하면, 바소프레신이라는 호르몬이 뇌에서 분비된다. 바소프레신은 측좌핵이라는 부위에서 수용체와 결합해, 그 암컷과 연관된 즐거운 감정을 조절한다. 그리고 이것이 일부일처제로 연결된다.
이 책중에서 이부분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우리가 미쳐 모르는 것들. 그렇지만 분명하게 영향 받고 있는 것들. 문화적인, 후천적인 영향이라고 생각하기도 하지만, 우리의 본성에 각인 되어 있던 것들을 알려줘서 참 좋았다.
근데 나는 내가 인식하지 전에 허벅지가 얇은 것보다 비교적 굵은 여성을 좋아했는데, 그것은 그냥 기호였나? 아니면 익숙함인가? 아니면 유전자의 선호도인가? 그런 것도 궁금해졌다.
케이크를 원하는 마음과 케이크를 포기하는 의지력을 발휘하려고 애쓰는 마음이 공존한다. 이 두 파벌 중 어느 쪽이 우리 행동을 제어하게 될지는 투표 결과로 결정된다. 우리는 초콜릿케이크를 먹는 것과 먹지 않는 것 중에 하나를 고를 수 있을 뿐, 둘 다 고를 수는 없다.
사람들이 미래를 ‘할인’하기 때문이다. 이 경제용어는 현재와 가까운 보상이 먼 미래의 보상보다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는 뜻이다. 만족을 뒤로 미루는 것은 힘든 일이다. ‘지금 당장’이라는 말에는 뭔가 아주 특별한 것이 있으므로, 항상 가장 높은 가치를 지닌다. 카너먼과 트버스키의 실험에서 사람들의 답이 달라진 것은, 미래 할인에 패턴이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가치가 가까운 미래까지는 급격히 떨어졌다가 잠시 평탄하게 유지된다.
1995년 11월 빌 클린턴의 뇌는 자유세계의 미래 지도자가 될 가능성과 지금 당장 매력적인 모니카와 함께 느낄 수 있는 쾌락이 같은 가치를 지닌다는 결론을 내렸다.
따라서 고결한 사람이란 유혹받지 않는 사람이 아니라 유혹에 저항할 수 있는 사람이다. 싸움의 추가 즉각적인 만족을 향해 기울어지지 않게 하는 사람. 우리가 이런 사람을 높게 평가하는 것은, 충동에 굴복하기는 쉽지만 충동을 무시하기는 터무니없이 어렵기 때문이다. 지크문트 프로이트는 인간의 열정과 욕망 앞에서 지성이나 도덕의 주장은 힘이 없다고 지적했다.20 그래서 절제를 권유하는 캠페인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다.
프랑스의 수필가 미셸 드 몽테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와 다른 사람 사이의 차이만큼, 우리와 우리 자신 사이의 차이도 크다.”
요새 운동도 잘 못하고, 책도 제대로 읽지 못하고, 글쓰기(독서메모, 블로그) 등은 더욱 잘 안된다. 그러니 다른 일들은 더욱 지지부진하다. 바로 당구 게임에 푹 빠져있다.
의지력도 소용없다. 지금 당장의 당구 게임을 즐기고, 이기고 싶고, 잘치고 싶은 마음은 너무도 강렬하다. 7~8년간 절제하며 성실하게 지내왔던 내 일상의 노력이 전혀 소용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듯하다. 내마음 정말 나도 모르겠다.
리벳은 사람들이 실제로 손가락을 움직이기 약 0.25초 전에 충동을 인식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이건 그리 놀라운 사실이 아니었다. 리벳은 피험자들의 뇌파 기록에서 더욱 놀라운 사실을 찾아냈다. 그들이 손가락을 움직이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기 전에 뇌 활동이 증가하기 시작한다는 사실. 심지어 시간 차이가 짧지도 않았다. 무려 1초가 넘었다(그래프 참조). 사람이 충동을 의식하기 훨씬 전에 뇌의 일부가 결정을 내리고 있었다는 뜻이다. 의식을 다시 신문에 비유하면, 우리가 방금 손가락을 들어올리자는 굉장한 생각을 해냈다는 소식을 받기 전에 뇌가 막후에서 열심히 움직이고(신경연합 결성, 행동 계획, 여러 계획을 놓고 투표) 있는 것 같다.
내가 그저 당구를 치고 싶다는 마음이 단순한 유혹이냐 아니냐를 떠나, 이렇게 집요할 수 있는가, 그리고 당구를 치는 것에 이렇게 갖가지 이유를 댈수 있는가? 당구를 치러 가는 결정 이전에 몇가지 미묘한 강렬한 심리적 움직임을 느낀다. 논리를 벗어나서 강렬한 충동같다. 어찌보면 흥미롭다. 그래도 난 장기적으로는 이런 것을 바꿔나가겠지...
무의식도 강하지만, 의식이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셋팅한다면, 무의식보다는 훨씬 더 강력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논의에서는 미래가 과거보다 더 중요하다. 반드시 복수를 원하는 욕망을 기반으로 처벌을 결정할 필요는 없다. 재범의 위험에 맞춰 징역 기간을 조정할 수 있다. 생물학적인 시각으로 범죄자의 행동을 더 깊숙이 들여다본다면, 범죄의 상습성, 즉 밖에 나가서 더 많은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잘못의 책임이라는 개념을 교정 가능성이라는 개념으로 대체해야 한다. 미래지향적인 이 용어는 이렇게 묻는다. 이제부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 재활이 가능한가? 그렇다면 다행이다. 그렇지 않다면 징역형으로 미래의 행동을 교정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그를 감옥으로 보낸다. 만약 처벌로 효과를 볼 수 없다면 응보가 아니라 자격정지를 위해 국가가 그를 관리한다.
이 부분을 읽고 예전에 보았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가 생각났다. 유전자, 무의식, 환경, 통계 등을 고려한다고 해서 사람을 예측한다는 것은 꽤 먼 미래까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의식은 작용과 반작용을 통해 끊임없이 상황에 맞춰 변화하고, 진화한다고 생각한다. 심지어는 악에 가까운 사고, 감정도 긍정 감정이나 도덕성을 통제하고 위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이런 생각은 자칫 사람을 관리 할 수 있다고 하는 결론으로 될까 걱정도 된다. 과학 기술이 발달할수록 사람의 행동과 생각들을 잘 알게 되는 것이지만, 사람은 그런 것을 이겨내서 더 나쁜 행동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결과를 해석하는 방법은 최소한 두 가지가 있다. 첫째, 긴 대립유전자가 ‘좋은 유전자’라서 유년기의 나쁜 환경에 맞설 수 있는 저항력을 준다는 것(아래 표에서 왼쪽 하단). 둘째, 나쁜 씨앗을 갖고 있는 원숭이에게 어미와의 좋은 관계가 어떻게든 저항력을 준다는 것(오른쪽 상단). 이 두 가지 해석은 서로 배타적인 관계가 아니라서, 함께 중요한 교훈으로 이어진다. 유전과 환경의 조합이 최종 결과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교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천성과 양육의 중요성에 대해 항상 같이 강조하는 것에 대해 공감한다. 이 부분은 태고적부터 우리 선조들도 알고 있는 내용이라 생각한다. 과학이 발전하면 다른 결론이 나올수도 있지만, 지금은 내마음, 내 자녀의 생각,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좀 더 편안하게 생각하도록 돕는 좋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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