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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독서

두사람의 인터내셔널 - 김기태

요즘 나의 일상은 나를 이 책에 충분히 빠져들지 못하게 했다. 전자책으로 읽는 것보다는 오디오북을 집중도가 낮은 상태로 읽었다. 그나마 두번 들었다는 것이 다행이랄까..

그냥 무언가 지금 세대의 젊은 사람들의 고민과 생각들이 많이 담겨있는 것 같아 좋았다. 조금이라도 자녀 세대들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앞으로 사람들의 고민은 어떻게 바뀔까도 생각하게 되었다.

물론 그들도 취업-결혼-자녀 등의 퀘스트를 거치면서 비슷한 노하우와 어려움을 겪게 되겠지만, 나와 동시대의 사람들과는 다른 일상, 부부관계, 아이들의 양육방식도 차이가 많이 나는 것들도 많이 보았다.


 시대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교훈도 얻고, 새롭게 인식하는 구절도 얻었다. 몇가지 소개하며 그 글에 대한 소감을 남기고 싶다.

사람들은 나이와 직업과 외모를 초월한 사랑이 더 진실하다 여기면서도 정말 그것들을 초월하려고 시도하면 자격을 물었다. 인생을 반도 안 산 사람에게 어떻게 '도태'되었다는 표현을 할 수 있는지, 596명이나 거기에 추천을 누르는 세상은 어떤 세상인지 의아했다.

이것은 안타깝지만 냉엄하고 지독한 현실이다. 우리의 시야가 기득권 혹은 제도권의 테두리안에서 눈이 멀었든 엄연한 현실이다. 예전에 인천공항공사에서 계약직 직원들을 정규직 전환하려고 했을때 반대했던 직원들과 취준생들의 기사가 기억난다.  

옳고 그른 것이 있을지 몰라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어느정도 인정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생의 반도 안 산 사람에게 도태되었다고 표현하는 것은 사리에도 맞지 않고, 예의도 아니지만, 그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일 수도 있다. 즉 다시 말해서 그것이 맞는 말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단 익명이라는 전제하에서...)

“예쁘고 착하고 똑똑하고 재밌고 저를 사랑하는 사람이죠.” 그는 최대한 농담처럼 발음하려고 노력했다. 그럼 사람들은 “미쳤네 미쳤어”라고 말했고 그중 일부는 진담으로 들렸다. 하지만 그것을 이상형이라고 부르는 한 더 나은 요약은 없었다. 길게 대답하는 방법이 있었지만 그걸 전부 듣기에 사람들의 인내심이 충분하지 않아 보였다

이 말을 듣고 좀 놀랐다. 보통 우리는 예쁘고 착하고 똑똑하고 재미있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한다. 그런데 그것을 농담처럼 이야기 하고, 또 듣는다는 것이 좀 슬펐다. 충분히 그런 사람과 결혼해도 3년이 지나면 결국 아주 밉고, 독하고, 미련맞고, 재미 하나도 없으며, 나를 증오하는 사람과 마주하게 되는데...


예전에는 잘 몰랐지만, 지금은 조금 더 잘 알게 된 것들도 있다.

진주 자신도 즉석밥이나 생수 따위를 종종 주문했는데, 그 점에 비춰보면 그들도 단지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일 거라고, 그래서 자기가 시급을 받고 시간을 팔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럼 그들은 아낀 시간으로 무엇을 할까. 마트에 와서 물건을 담는 귀찮은 과정을 생략하고 오직 그 물건들이 주는 행복의 알맹이만을 누리고 있을까. 아니면 그 물건들을 사기 위해 자기처럼 또다른 누군가에게 시간을 팔고 있을까. (...)

정말 여유로운 사람들은 마트에 직접 오는 사람들일지도 몰랐다. 산책의 속도로 마트에서 카트를 밀며 하얀 빵과 푸른 야채와 붉은 고기, 체크무늬 냅킨과 다른 나라의 탄산수를 사는 사람들. 촉감이 좋아 보이는 원피스를 입은 여자들과 그 뒤를 따르는 머리를 잘 빗은 남자들. 부드럽게 굴러가는 유아차 속에서 손가락을 빨던 아기가 이따금 진주를 보고 까륵 웃었다.

약 20년전에는 아내와 대형마트 가는 것이 불편했다. 시간 낭비인 것 같았고, 아내의 취향의 들러리 같은 느낌이었다. 쇼핑이 힘들다는 이유로 계속 카트를 끌고 다녀야 했다. 내 윗세대 사람들은 쇼핑을 즐기는 사람들이 아니면 주차장 차안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지금은 여유롭게 마트에서 같이 돌아다니는 것이 마치 맛난 음식을 먹고 찻집에서 차를 마시는 것 같이 그저 여유로운 시간을 같이 보낼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곽은 상자 속에 있던 피낭시에, 혹은 다쿠아즈나 비스코티일 수도 있는, 유럽 어느 언어로 된 이름이 분명한 디저트를 하나 입에 넣었다. 역시 달콤했다. 경박한 단맛이 아니라 깊이가 있고 구조가 있는, 하지만 묘사해보려고 하면 이미 여운만 남기고 사라져서 어쩐지 조금 외로워지는 달콤함. 사람을 전혀 파괴하지 않고도 패배시킬 수 있는 달콤함.

과거의 시대와 다르게 지금은 접대부가 있는 술집에서 양주를 마시지도 않고, 접대 골프도 별로 치지 않는다. (다른이들은 모르겠다) 특히 나는 술을 끊은지 오래고, 골프는 배우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별다른 욕구를 느끼지 않는다. 제안이 와도 그저 시큰둥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여성화된 접대 문화로 인해 디저트, 기프티콘, 작고 예쁜 선물들이 유혹하는 시대다. 이런 선물과 혜택을 자주 접하다보면 사람은 약해진다. 정말 파괴되지 않고도 정복된다. 이것이 달라진 세상의 무기들이라고 생각한다.

로나는 모두의 스타가 아닐지언정 우리의 별이다. 우리는 ‘모두’가 아니므로 당신의 하루를 모른다. 하지만 알고 싶다. 로나가 질문했듯, 만약 당신이 단지 생존하기 위해 그렇게나 일하는 데에 지쳤다면, 더 많은 삶을 사랑하고 창조하는 데에 쓰고 싶다면, 자신이 자유로운 인간인지 의심해본 적이 있다면, 당신은 우리다.

BTS와 로나가 세계적인 가수가 되었고, 지구오락실의 미미와 영지는 자신만의 독특한 매력으로 국내에서 인기가 높다. 이효리는 이미 사회적인 이슈의 주인공으로 충분히 도약할 수 있다. 김제동은 정치적, 사회적 이슈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충분히 높이고 있다.

정우성은 개인적 사생활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그가 주창하는 사회적인 목소리는 줄어들지 않는다. 연예인 그들도 우리와 같이 자유로운 목소리와 입장을 밝힐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믿는다. 이 점이 정말 좋은 세상이 왔다고 믿는 증거다.


그 모든 것이 변하고 있고, 혹은 새롭게 인식되는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은 우리의 삶에 대해 절망과 희망을 담당히 이야기 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꼭 알아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작가의 목소리는 이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행복에 이르는 길은 없다. 행복이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