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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독서

<삶은 예술로 빛난다> 리뷰

이 책은 예술작품을 바라보는 시각을 좀 더 넓혀주고, 나와는 다른 세계의 예술이 아니라 곁에서 숨 쉬면서 즐길 수 있다고 알려주는 좋은 책이었다. 하지만 즐겁기보다는 나를 계속해서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무거운 책이었다. 

1. 내 삶도 예술이 될 수 있을까

예술에는 정답이 없다.  그런 예술을 창안해 낸 우리 인간의 삶 역시 정답이 없다. 예술을 즐기기 위해 '나에게 예술이 무엇인지'를 먼저 스스로 정의해야 하듯, 삶을 즐기기 위해 '나에게 삶이 무엇인지'를 먼저 정의해야 한다. 당연히 누가 가르쳐주지 않는다. <삶은 예술로 빛난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족들에게 보낸 인용 문구다. 내 삶을 예술로 만들면 좋겠지만 먼저 내 인생의 의미와 보람을 먼저 찾아야 한다는 의무감이 들었다. 두 딸들에게 글을 써줄 때도 그렇지만, 지금도 나에게 삶은 무엇인지 정의할 수 없다.

아무리 훌륭한 스승을 만나서 배움을 얻는다 해도, 그것은 그 사람의 생각과 깨우침이다. 내 앎은 내가 창조할 수밖에 없다. 스승이나 멘토의 생각은 나에게 투영되는 그의 삶에 대한 정의일 뿐이다. 내 삶 속에 내가 결정해야 한다.

정답도 없고 누가 가르쳐주지 않는다면, 그냥 편하게 살아도 되지만, 모두들 저마다 자신만의 인생의 정답으로 향해 가는 것이 더 무서울 때가 있다. 나는 아직 나만의 정답을 찾지 못했는데...

절대적으로 흔하고, 평범하고, 무의미한 것은 이 세상에 없다고. 우리가 흔하다 여기기에 흔히 보이는 것이며, 평범하다 여기기에 평범해 보이는 것이며, 무의미하다 여기기에 무의미해 보이는 것이라고.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자. 세상과 사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의 눈으로 그 눈으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순간, 그것은 매우 희소하고 특별하고 의미 충만한 것으로 부활할 수 있다. 그것이 흔한 돌이 예술이 되는 비밀이며, 평범한 일상이 예술이 되는 비밀이며, 무의미한 삶이 예술이 되는 비밀이다.

지금의 나는 내 삶에서 비범함을 찾을 수 없다. 내 삶에 억지로라도 의미를 부여해야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사회에 공헌을 하든, 내 삶을 화려하게 만들든, 타인에게 멋지게 보이든, 어느 것이라도 시들한 면이 있다.

그런데 책에서는 아이의 눈으로 보면 희소하고 특별하고 의미 충만한 삶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내 삶은 어떻게 특별한 삶이 될 수 있을까? 반드시 되어야 할까? 특별한 삶이 무엇일까? 누가 그것을 판단할까? 

결국 내 자신부터 내 삶의 특별함을 찾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온 우주에서 나는 정말 하나밖에 없다. 비슷한 직장인, 아빠, 남편, 50대, 운동, 독서, 친구들, 모임들... 하나하나 기록해 보면 결국 비슷하지만, 나는 결국 하나로 남는다. 

2. 내 민낯을 바라볼 수 있을까

렘브란트의 자화상 (50대)

"예술가로 살아오며 가장 만족스러운 것은 무엇이었나?"라는 질문에 대한 79세 마르셀 뒤샹의 답변
"삶의 방식을 창조하기 위해 예술을 한 것. 즉, 살아있는 동안 그림이나 조각 형태의 예술작품들을 만드는 데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차라리 내 인생 자체를 예술작품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것." <삶은 예술로 빛난다>

렘브란트가 꾸준히 자화상을 그려온 것을 두고, 작가는 일기와 비교를 하였다. 의미상으로는 비슷하게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어울릴듯한 렘브란트의 자화상의 변화에 대한 작가의 말이 나는 좋았다.

나 역시 블로그에 조금씩 글을 쓰고, 독서 메모를 하지만 전혀 변하지 않는 것 같다. 하지만 10년 단위의 관점에서 본다면 아마 많이 바뀔 것이다. 몇 년의 글이 아니라 몇십 년 동안 글의 변화를 살펴본다면 렘브란트처럼 변해진 자화상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멋진 글이 아니어도, 인기 있고 유용한 글이 아니어도 꾸준하게 내 마음을 쳐다보고 기록해 나간다면 변화의 모습을 알 수도 있을 것 같다. 그저 매번 솔직하고, 우직하게 내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제일 중요할 뿐이다.

3.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기일회라는 말이 있다. 평생에 이뤄지는 단 한 번의 만남, 단 한 번뿐인 일. 이 말은 차 마시는 행위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다도에서 쓰인다. 어제도 차를 마셨고 엊그제 역시 차를 마셨지만, 차를 마시는 지금 이 순간은 평생에 단 한 번 일어나는 일임을 가슴에 새겨 차 한 모금을 아주 새롭게 음미한다는 마음의 자세다. <삶은 예술로 빛난다>

23년 하반기 어렵고 힘들었던 일을 하면서 느낀 것이 있다. 마음에 부담이 되고, 꺼려지는 일도 집중해서 하나씩 처리하면 그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몰입의 경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일이 진행되면서 성취감을 느낀다. 

조직의 일은 개인이 해결하거나,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해결이 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하나하나 협의를 해서 해결책을 마련하고, 일이 늦어지지 않도록 독려하고, 늦어지면 다시 이해를 구해서 단계 단계 처리해야 한다

진행 과정이 목표일정 대비 느려지고, 이해관계가 복잡하면 일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그것도 사람의 일이라서 결국 해결이 된다. (물론 해결 안 될 경우도 있는데, 그것 역시 결론이 나긴 한다) 일이 진행되는 과정의 스트레스는 제법 크다.

이때 필요한 것이 일에 대한 집중이다. 원씽을 생각해도 좋고, 일과 휴식을 의도적으로 섞어서 스트레스에 대항해야 한다. 사람의 관계보다는 일과 해결책에만 집중하다 보면 대다수 하나하나 풀린다. 

올해 하반기의 힘들었던 경험이, 24년이 되면 밀알처럼 거름처럼 되기를 빈다. 

한 발짝 더 나아가 본다면, 우리 주변에 있는 흔하고 평범하고 익숙하게 여겨왔던 이들을 다르게, 낯설게 새롭게 보는 기회가 될 수도 있으리라. 그뿐일까? 혹시 자기 자신을 흔하고 평범한 존재라 여겨왔다면, 자기 내면에 깃든 희소함과 특별함을 발견하는 기회가 될지 또 누가 알겠는가? 자기 자신을 무의미한 존재라 여겨왔다면, 그것은 그저 자신의 생각일 뿐 사실은 그렇지 않음을 발견할지도. 자신을 고독한 시공간 속에 따로 떼어놓고 깊이 더 깊이 들여다보면, 내면 저 깊고도 먼 곳으로부터 영롱하게 반짝이는 불빛 한 점을 발견하는 '미적 극치의 순간'을 맞이하게 될지도. 그렇게 우리 자신의 삶이 성취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예술의 순간을 맞이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 모든 것은 의미를 발견해 부여하는 우리 자신의 몫이다. 우리 내면에서 일어나는 일을 누군가가 대신해 줄 수는 없다. 그것은 대행이 안된다. 우리 스스로 해내야 한다 <삶은 예술로 빛난다>

내가 예술을 알아볼 수 있는 안목을 갖기란 어렵다. 그리고 내 삶도 예술처럼 만들 수는 없다. 그저 내 삶 속에서 반짝이는 순간이 있었다면, 그리고 그것을 기록할 수 있는 노력이 있다면 좋겠다. 

나도 그런 순간이 아주 잠깐 왔었다는 것을 30년 뒤에 다시 되돌아볼 수 있으면 좋겠다. 나만의 글쓰기가 모여서 내가 되고, 나만의 삶이 되고, 나만의 예술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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