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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독서

도둑맞은 집중력 - 요한 하리

이 책을 읽기가 힘들었다. 지난 7~8월 바쁜 일로 스트레스를 받아서 평온한 일상과 여가시간이 부족했다. 그리고 9월 이후에는 무언가 끈이 끊어진 것처럼 루틴이 무너졌다.

제일 크게 바뀐 것은 식사였다. 절제력이 부족해지자, 간헐적 단식은 어려워졌고, 단 음식을 많이 먹게 되었다. 특히 늦은 밤에 빵과 과자를 먹었다. 체중이 증가했고, TV와 유튜브 시청 시간이 기존 30분 정도에서 3~5시간으로 되었다.

수면시간은 줄었고, 매일 하는 새벽운동이 점점 힘들어졌다. 그리고 저녁에 하루를 마감하거나, 그날 읽은 책을 정리하는 시간도 점점 없어졌다. 마지막으로 책을 읽는 시간과 집중시간이 줄었다. 즐거운 경험인 독서마저 불편함으로 바뀌었다.

책에서 열거하는 많은 사례들이 내게도 적용되는 것 같았다. 표면적이고 강력한 영향을 주는 것은 SNS였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이 주의력를 앗아갔다. 다행히도 락킹 어플로 늦은 오후와 초저녁을 제외하면 사용이 불가했다.

그런데 노트북에서 유튜브를 보는 것은 제한이 없었다. 늦은 시간까지 동영상(영화 요약본)를 보았다.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에서 나오는 사례 같았다. 요약 설명도 있으니 깊은 집중 없이 긴 시간을 볼수 있었다.

지난주 일요일은 결국 새벽 3시까지 보았다. 나이 탓인지 다음날 하루종일 눈이 아프고 집중해서 일을 하기 어려웠다. 지난 2.5개월 동안 급한 일을 해놓은 상태라서, 그런 것도 있을 것이다. 아마도 이 책을 철저하게 몸으로 체득하기 위해서였나보다.

사람들이 꼽은 집중력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핸드폰이 아니었다. 응답자의 48퍼센트가 지목한 가장 큰 원인은 스트레스였다. 두 번째 이유는 출산이나 노화와 같은 생활 변화로, 이 역시 48퍼센트의 지목을 받았다. 세 번째는 43퍼센트가 선택한 수면의 어려움 및 수면 방해였다. 핸드폰은 37퍼센트의 선택을 받아 4위에 올랐다.
아네의 말을 들으며 독서의 붕괴가 어떤 면에서는 집중력 감퇴의 증상이자 원인임을 깨달았다. 이러한 변화는 나선의 형태를 띤다. 우리는 책에서 화면으로 이동하기 시작하면서 책에서 나오는 더 깊은 형태의 읽기 능력을 잃기 시작했고, 결국 책을 더욱더 안 읽게 되었다. 몸무게가 늘면 운동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는 것과 비슷하다.

책에서는 집중력의 저하에 영향을 미치는 가장 큰 요소는 스트레스라고 했다. 그리고 줄어든 수면도 영향이 크고, SNS도 많은 영향을 준다고 했다. 질 낮은 음식은 건강과 집중력에 영향을 준다고 했는데, 이번에 그 모든 것을 다시 한번 몸으로 체감했다.

 암벽을 등반하는 사람이 말했다. “암벽 등반의 신비는 암벽을 오르는 데 있어요. 정상에 도착하면 다 끝나서 기분이 좋지만 사실은 영원히 오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암벽 등반을 하는 이유는 오르는 행동에 있어요. 시를 쓰는 이유가 쓰는 행위에 있듯이요. 정복해야 할 존재는 자기 안에 있는 것뿐이에요… 글 쓰는 행위가 시의 이유예요. 등반도 마찬가지죠. 내가 흐름 속에 있음을 인식하는 거예요. 흐르는 것의 목표는 계속 흐르는 거예요. 정상이나 유토피아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흐름 안에 머무는 거예요. 위로 올라가는 게 아니라 계속해서 흐르는 거예요. 그 흐름을 지속하기 위해 위로 오르는 거죠.”

집중하는 상태는 그 순간에는 잘 모르는 경우가 대다수이지만, 문득문득 집중와 이완이 반복될 때, 기분좋고 평온한 상태를 느낄수 있다. 혹은 이성적인 집중은 계속 하면서, 감정적으로는 기분 좋은 상태가 같이 유지되는 경우가 있다. 

책을 이해혀면서 쭉쭉 읽어나갈 때, 글이 계속 써지면서 다음 내용이 머릿속에서 전개될 때, 운동할 때도 동작이 크고 유연하면서 호흡과 싱크가 일어날 때, 예측되는 다음 순간을 느끼면서 기쁨을 느낀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이 캔버스에 그림을 그릴 거야’, ‘이 언덕을 뛰어오를 거야’, ‘아이에게 수영을 가르칠 거야’처럼 명확하게 정의된 목표를 선택하는 것이다. 그 목표를 추구하겠다고 마음먹고, 그러는 동안 다른 목표는 옆에 치워둬야 한다. 몰입은 한 번에 하나만 할 때, 다른 모든 것은 접어두고 한 가지만 하기로 할 때 찾아온다.

둘째로, 자신에게 의미 있는 일을 해야 한다. 이는 집중력에 관한 기본 사실이다. 우리는 자신에게 유의미한 것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진화했다. “개구리는 자신이 먹을 수 있는 파리를 자신이 먹을 수 없는 돌보다 훨씬 많이 쳐다볼 겁니다.”

셋째로, 능력의 한계에 가깝지만 능력을 벗어나지는 않는 일을 하는 방법이 도움이 된다. 선택한 목표가 너무 손쉬우면 우리는 자동 조종 모드에 돌입한다. 반면 목표가 너무 어려우면 초조해지고 평상심을 잃어서 몰입에 빠져들지 못한다.

내가 의도적 집중을 하기 위해서 제시한 세가지 방법을 다시 생각해본다. 명확한 목표, 의미있는 일, 약간 어려운 목표설정 이 모든 것이 어렵다. 특히 명확한 목표부터 흔들린다. 내게 명확한 목표는 무엇일까? 그것은 어떤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까?

다시 내 인생을 되돌아보게 된다. 책은 왜 읽고, 운동은 어느 정도까지 해야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책쓰기가 아니더라도 글쓰기는 어떤 의미와 목표가 있을까? 생각하다가도 멈추고 도망가고 싶다.

내 생각에 20세기 가장 훌륭한 작가인 제임스 볼드윈James Baldwin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직면한 모든 문제를 바꿀 수는 없지만, 문제에 직면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5 이 위기는 인간이 만든 것이며, 우리의 힘으로 다시 없앨 수 있다.

작가는 개인의 노력만으로 한계가 있고, 다같이 힘을 합쳐서 개선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맞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2018년이후 확실히 노동시간이 줄었고, 개인의 직장내 스트레스는 줄었다고 생각한다. (데이터는 없다. 그저 개인적인 주변 경험이다) 

노동시간을 국가정책의 일환으로 인위적으로 줄인 것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장기적으로 결과와 영향 평가를 해야겠지만, 우리는 너무 많은 시간 일했다. 근로시간이 줄었지만, 중장기적 긍정 평가를 하고 싶다. 

이와 마찬가지로 작가의 주장처럼 SNS의 개인정보 추출과 푸쉬성 홍보는 국가적으로 제한이 좀 더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료라 할지라도 광고 노출은 어느 정도 이하로 낮춰야 하고, 횟수와 빈도, 광고의 양도 줄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전 뉴욕에 갔을때 거리가 온통 광고판인 것을 보고 불쾌감을 느낀 기억이 난다. 빈틈은 모두 광고로 도배한 것은 사람을 정말 피곤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본권처럼 광고를 조금만 볼수 있는 기본 권리가 생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도 집중력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지만, 이제부터라도 기회가 주어진다면 집중력 개선을 위한 정부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우는 정치가를 선택하려 한다. 이런 움직임이 너무 빠르지만 우리에게도 현실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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