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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독서

가족의 구성

이 책에서 강렬한 구호를 만난다. 그것은 바로 '며느리가 남자라니' 라는 것이다. 뭔가 이상하다. 거부감도 들고, 불편하다.

"며느리의 도리 첫째는 시부모에게 효도해야 하고 집안을 화목하게 이끌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남편에 대한 질투를 버려야 하고, 멀고 가까운 친척들을 아끼고 섬겨야 한다. 둘째는 집안 제사를 받드는 일과 손님 대접에 정성을 다해야 한다. (...) 셋째는 밤낮으로 부지런히 바느질, 길쌈, 누에치기, 음식 마련에 힘을 써야 하고, 일상의 살림살이에 근검, 절약해야 한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나 역시 아내에게  사전적(?) 며느리 모습을 원했다. 나의 어머니가 그렇게 한평생 사셨고, 아내도 그렇게 살아주기를 원했다. 하지만 사회 환경도 변했고, 우리 부부는 사전적 의미와는 다르게 적응해야 했다. 내 생각에는 아주 많이 다르게..-_-

그렇게 헌신적인 며느리(아내?, 여자?)의 역할이 아닐때는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될까 창피했던 것 같다. 그러나 우리 집 말고도 수없이 많은 부부와 가정에서 다른 모습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위안을 받았다.

결혼하기 전후로, 아이들이 태어나고 자라면서 수없이 많은 비교를 하게 되었다. 내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나의 능력이나 선택이 아니기에 덤덤하게 받아들였지만, 결혼과 육아는 전적으로 내 책임이기에 쉽게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

'세련된 여자이며 동시에 참한 며느리'를 얻어야 했고, '순종적이며 건강하고 비교적 남보다 똑똑한 아이들'을 원했다. 내가 그런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사람인지는 둘째 문제이고...

며느리 혹은 아내의 역할이 어려운 것처럼 가장(남자)의 역할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생계를 책임져야 하고, 가족을 보호하고, 집안의 갈등을 해결해야 하며,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근데 그것이 가능할까? 남자가 여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똑똑하다면 모를까, 애시당초 문제가 되는 발상이다. 스포츠 팀처럼 협업이 필요할 뿐이다. 구성원들의 역량과 특징에 따라 팀작전을 펼치면 된다.

선수들의 신장과 힘이 부족하면 빨리 움직이고, 체력도 부족하면 느리지만 좁은 대형으로 서로를 강력하게 보완하면 된다. 상대팀(문제나 난관)에 따라 최적의 대처가 필요할 뿐이다. 

우리팀에서 수비수 구멍이 있으면 공격수가 수비도 가담하고, 공격수가 약하면 수비수도 전면 투입하면 된다. 상황에 대처하는 것은 팀의 구성원들의 역량과 장단점을 보완하는 팀웍이다.

이 책은 가족에서의 남과 여의 역할을 정하고, 그외 벗어나는 유형들은 정식 가족이 아닌 것처럼 국가와 공동체가 규정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마치 미식축구처럼 공격수와 수비수가 분리되어 게임을 하는 느낌이다. 하지만 실제 게임에서는 수비수도 공격찬스를 얻으면 맹렬하게 공격한다.

한때 여성을 보호하기 위한 '간통죄'라는 것이 있었다. 합법적 결혼한 여성을 지키기 위한 제도였지만, 이제는 시대와 맞지 않는 구시대의 유물이 된 것처럼, 마찬가지로 '호주제'도 사라져갔다. 가족에서 부/모 의 역할이 남/여로 제한 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나오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출산률이 0.78명 (22년 기준)이라고 하는데, 이는 미래 세대가 살아가기 힘든 환경이기에 현 세대가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지금 미래 세대를 위한 준비가 되어있지 않다면 출산을 보류하는 것이다.

심지어는 결혼의 비율도 줄어들고 있다. 우리에게 결혼은 아파트와 연봉,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생활환경을 갖추어야 가능한 자격처럼 되어가고 있다. 젊은 세대들은 자력으로 부족하여 부모찬스까지 동원되고 있다.

책에서는 이런 환경과 현실을 위해 좀 더 유연한 제도를 만들어 가자고 한다. 현재의 가족이라는 틀을 좀 더 유연하고 넓게 가져가자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