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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독서

역행자의 본질

<역행자>는 작년에 6주간 1위를 지속한 베스트셀러였다. 작가인 자청(송명진)은 유투버, 작가, 사업가로서 갑작스럽게(?) 알게 되었다. 작년에 인기가 많았던 책이라 가볍게 상식선에서 읽었고 지나갔는데, 다시 올해도 모임에서 읽게 되었다. 

작년에는 빠르게 성공한 젊은이(?)가 특정한 자신의 비결에 대해 강력하게 이야기한 것이고, 자신의 입지와 사업을 위해 다시 독자들을 유인하는 그런 책일 것 같았다. 내 마음이 닫혀있어 그렇게 좋은 느낌은 없고 의심만 있었다.

다시 천천히 읽어보니, 몇 가지 마음에 와닿은 글들이 있었다. 그러면서 마음이 더욱 열리고 책 속의 글들이 다르게 해석되었다. 충분히 재독 할 만한 책이고, 처음 책을 대하는 내 마음이 커다란 문제가 있었다.


 

작가 자청은 역행자의 7단계 모델로 순서를 제시한다. 자의식 해체 - 정체성 만들기 - 유전자 오작동 - 뇌 자동화 - 역행자의 지식 - 경제적 자유를 얻는 구체적 루트 - 역행자의 쳇바퀴 순으로 소개를 했다.

내가 이 책에서 특히 2가지가 마음에 와닿았다. 자의식 해체와 유전자 오작동(클루지) 부분이다. 자의식 해체는 처음 읽을 때는 당연하다고 느끼면서도 부정적으로 보았는데, 2번째는 내 마음이 비로소 열린 것 같다.

먼저 자청이 처음으로, 그리고 핵심으로 제시한 것은 자의식 해체라는 과정이다. 자의식 해체는 3단계로 탐색-인정-전환의 3단계라고 한다. 이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듯 하지만, 결코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 

자의식 해체의 3가지 단계
1단계 '탐색'은 사실 별것 아니다. 종종 누군가의 발언이나 존재에 불쾌함을 느낀다면 그 원인이 '자의식' 때문은 아닌지 알아보는 것이다. 이 탐색의 효과는 놀랍다. 나의 비대한 자아와 일정한 거리를 두게 된다. (...)
2단계는 '인정'이다. '왜 그 사람을 보면 기분이 나쁘지? 내가 질투하는 것일 수도 있겠구나. 질투는 오히려 내 학습을 방해하니까, 질투라 인정하고 일단 상대방이 어떤 포인트가 인기가 있는지 흡수해야겠어.(...)
처음엔 좀 유치하고 거부감이 들 수 있겠지만, 몇 번 해보면 재밌다.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이유 없이 빈정상하는 건, 의식하지 못할 뿐 무의식이 발동한 것일 수 있다. (...)
3단계는 '전환'이다. 이제 과도한 본능의 물결을 잠재웠으니 나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틀 때다. 자의식 해체는 그저 흥분을 가라앉히는 방법이 아니다. 내가 발끈하거나 열등감에 사로잡히는 그 순간을 거꾸로 이용하는 스킬이다.
자의식 해체 3단계를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탐색 : 자신의 기분 변화 등을 잘 관찰하고, 이 기분이 어디에서 오는지 확인한다.
인정 : 기분 변화의 이유를 객관적으로 잘 살펴보고, 현재 자신의 처지와 비교해서 인정할 것은 순순히 인정한다.
전환 : 인정을 통해 열등감을 해소하고, 이걸 변화의 계기로 삼기 위한 액션 플랜을 만든다.

'지금까지 생각(선입관)을 다 고치고 마음을 열고 내 말을 들어봐'라는 이야기는 종교를 권유할 때, 다단계를 소개할 때 많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생각이나 느낌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라는 이야기는 귀에서 흘려들어버렸다.

두 번째 책을 읽어보니 자의식을 해체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조금은 알게 되었다. 상황과 나를 분리하는 것, 내 감정과 상황을 동일시하지 않는 것, 내 상황을 제삼자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어쩌다가 그런 것을 해냈을 때 무언가 한 단계를 넘었다는 느낌은 아주 좋았다.

그런데 그것을 뛰어넘어 벤치마킹을 하고, 장점을 흡수하고, 재빨리 변화의 계기로 삼아 액션플랜까지 세우는 것은 이 책의 저자가 얼마나 뛰어난 존재였는가를 알려주는 것 같다. 이런 사람과 같이 지낸다면 정말 빨리 발전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나이를 조금씩 먹으면서 어려워지는 것이 바로 자의식 해체다. 타인에 대해 말과 행동에 대해 그대로 받아들이는 능력은 줄어들었다. 그것이 삶에서 실패를 좀 더 줄이는 비결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변화와 성장에는 방해가 많이 된다. 

처음에는 변하기 어렵겠지만, 지속적인 접촉 환경을 만들고 반복 학습을 통해서,  얼어버린 겨울 호수처럼 굳어버린 마음과 생각을 깨트릴 도끼 같은 책들을 옆에 두고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두 번째 반가운 것은 '클루지(유전자 오작동)'였다. 뇌과학 책을 몇 권 읽으면서 이미 익숙한 내용이지만, 요즘 간헐적 단식을 통해 식욕과 공복감에 대해 몸으로 느끼고 있는 부분이라 더욱 공감이 되었다. 예전에는 특별한 느낌이 없었을 것 같다.

나는 <클루지>라는 책을 읽은 뒤 의사 결정을 할 때마다 '이건 심리적 오류가 아닐까' 항상 생각하게 되었고, 남들의 실수를 볼 때면 '저건 크루지야' 생각하며 판단력을 고쳐나갔다. 그래서인지 그 후로는 중요한 결정에서 실수하는 경우가 드물어졌고 사업과 인간관계가 잘 풀리기 시작했다. 고칼로리 음식 앞에서 침이 고여도 '이건 내 오래된 유전자의 장난이야'라고 생각하고 참았고, 사업상 라이벌이 나타나도 필요 이상으로 흥분하다가 실수하지 않으려 했다. 무엇보다 사람들이 저지르는 온갖 잘못과 결례를 잘 참아낼 수 있었다.

요즘 간헐적 단식을 하면서 공복감을 느끼는 경우가 좀 더 많아졌다. 이전과 굳이 비교를 하자면 예전에는 만복감이 많았고, 지금은 공복감이 많다. 둘 다 바람직한 생리적 느낌은 아니지만, 지금은 의식적으로는 공복감에 더 만족한다. 

<비만코드>라는 책을 통해 단식이 몸에 나쁘지 않고, 고통도 크지 않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소개해줬다. 사람들이 단식을 잘 참아내고, 역사적으로 잘 스며든 사례들이 너무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작가는 그것을 대인관계에서도 곧바로 적용했다. 나도 때로는 그런 상대적인 입장을 이해하고, 상대방과 내가 처해진 환경이 다르기에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다르게 생각하고, 표현한다는 것을 알 때도 있지만, 한번 더 인식하게 되었다.

향후 내가 업무상 사람을 만나고, 친구와 가족들을 대할 때 그 부분을 되도록 인식하려고 해 본다. 그 사람과 나의 생물학적 한계를 인식하고, 그것에 맞춰 해결책을 찾아야 비로소 최적 해결안이 된다는 것을 되새겨본다. 


그리고 자기 계발 과정 중에 자청의 효율적인 방법을 벤치마킹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쉬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옛날(?) 사람들이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면, 요즘(?) 사람들은 효율성을 강조한다. 그래서 휴식은 재충전으로 인식된다.

하루 2시간 동안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나머지 시간은 쉰다. 뇌를 업그레이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하루에 한 번, '5분 생각'의 시간을 갖는다. 이 여백의 시간을 통해 하루하루 복리로 좋은 결정이 쌓일 수 있다. 적극적으로 논다. 그리고 무조건 7시간 이상 숙면한다. 노는 것은 인간의 행복과 건강에 필요하며 창의성의 원천이 된다. 책을 읽기 싫다면 1주일에 하루, 그것도 30분만 읽자. 이런 차이는 훗날 나비효과처럼 극적으로 되돌아온다.

매일 밤 잠자기 전의 루틴이 불규칙했다. 아내와 같이 잠을 자니 시간 변동은 있을 수 있지만, 이것저것 해보다 말다 하는 것이 많았고, 수면시간이 줄어들까 봐 허겁지겁 잠자리에 누워 잠들려고 노력했다. 

일기 쓰기, 감사일기, 호흡법 등으로 하루를 마감하는 습관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잠자기 전에 마음을 가다듬는 것으로 제일 좋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제일 좋았던 것은 재독을 하면서 지식과 실력의 복리라는 개념을 깨우치게 되었다. 지식의 누적과 좋은 판단력, 실력의 성장이라는 것을 단순 누적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나 올라간 수준에서 다시 성장을 하게 되면 처음의 성장보다 더 많이 변한다. 

이전에 비해 좋아지고 개선되는 차이가 기간이 길어질수록 복리로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나오는 유투버들의 실행력은 정말 뛰어나지만, 그것이 체득이 되면 될수록 실행력과 개선능력이 말도 안 되게 빨라진다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졌다.

인간은 하루에 수많은 결정을 반복한다. 평범한 사람이 하는 하루 10개의 판단 중에서 5개의 좋은 판단을 하고 5개의 판단을 그르친다고 가정하자. 만약 이 사람이 '역행자의 지식'을 통해 좋은 판단을 할 확률을 10% 늘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단순히 생각했을 때, 하루 1~2개씩 더 좋은 판단을 할 수 있다면 10년 뒤엔 3650일간 좋은 판단이 복리로 쌓이게 된다. 복리의 힘은 어마무시해서 훗날 인생의 격차는 현격히 벌어질 수밖에 없다. 그 결과의 값은 돈뿐만 아니라 '인생의 자유'를 얻는 것이다.

자청이 강조한 독서, 글쓰기, 운동이라는 세 가지는 나 역시 지속적으로 꾸준히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는 왜 인생의 변화폭이 거의 없을까 생각했다. 내가 내린 결론은 1회에 변화되는 폭이 좁아서 그렇다는 것이다. 

하루에 1% 성장하는 사람이 있고, 0.1% 성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변화의 차이는 단순하게 따지면 10배이지만 복리로 따진다면 차이는 어마어마하게 벌어진다. 그렇지만 0.1% 성장도 복리 관점에서는 어느 정도의 기간이 지나면 변화의 폭이 클 것이다.

단리기준이면 1년 뒤에는 36% 성장이고 10년 뒤에는 365%, 20년 뒤에는 730% 성장한다. 하지만 복리 기준에서는 1년 뒤에는  44% 성장이고 10년 뒤에는 380%, 20년 뒤에는 1470% 성장한다. 투자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 저축할 때 가져야 하는 마음자세와 똑같다.

재능과 실력이 있고 사력을 다해 노력하는 사람이라면 하루 1%씩 성장하는 것이고, 조금씩 노력하면 0.1% 성장할 것이고, 하다 말다 하면  10년이 지나도 변화의 폭은 거의 없을 것이다. 오랜 지속기간도 중요하고, 변화의 폭은 더 중요하다.

나는 거의 0.1%씩 성장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1년 뒤에는 지금보다 절반 정도 좋아진 사람이고, 10년 뒤에는 2배쯤 성장하고 20년 뒤에는 5배 정도 성장한 사람이 되리라고 생각해 본다. 계속 노력한다는 전제하에..

23년에는 좋았던 책들, 남들이 좋았다고 많은 추천을 했던 책들을 재독 하기로 했었다. <역행자>처럼 단순히 인기가 많았다고 오해했던 책들을 다시 소화할 수 있도록 내가 좀 더 성장하고 성숙했으면 좋겠다. <역행자>의 길을 나도 걸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