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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독서

<좋은 불평등> 은 유효한가? 어떻게 보완할까?

<좋은 불평등>의 작가 최병천 소장님은 몇 년 전에 국회의원회관에서 매주 열리는 신성장학파 독서 모임을 통해 만났다. 우연한 기회에 강연을 통해 뵈었지만, 강연 후 뒤풀이에서 인사도 드리고, 그다음에도 한두 번 뵈었다. 물론 뒤풀이까지 가니까 좀 더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말하고 듣게 되어 더욱 좋았다. 

고등학교 때부터 사회운동에 관심을 갖고, 행동했으며 50대까지 일관된 진보진영에서 정책분석, 입법까지 일해온 프로임이 느껴져 좋았다. 비슷한 연배이다 보니, 같은 시대를 유사한 입장과 시각으로 볼 수 있었기에 대화가 즐거웠다. 그중 제일 기억에 남는 대화는 정당 가입 권유였다. 논리력과 자극적인 소재로 목소리가 큰 유튜브 아제들과 술좌석에서 열혈 전사로 변신하는 내 주위 사람들에 염증이 난다고 내가 불평할 할 때의 즉각 처방이었다.

현장에서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말은, 30년 전의 그대로의 방침 그대로 지금도 유효한 것 같다. 정주영 회장님의 '임자! 해보기는 해 봤어'는 여전히 제일 강력한 도구다. 우리 회사도, 이명박 님도 알고 있는 '내가 해봤는데요', '제가 현장을 가봤는데요', 등은 언제나 정답에 가깝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얼굴에 감정을 표현하며 사진도 열심히 찍지만, 결국 현장에서 목소리를 듣고, 참여를 해봐야 문제의 본질을 알기 쉽다. 


책을 읽을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재미다. 쉽고 간단하고 위트가 넘치는 글들은 책 속으로 푹 빠져들게 한다. 반면에 작가의 모습이 책에서 하는 말을 통해 느껴질 때 감동이 올 때도 있다. 최병천 소장님은 몇 번 만나지 못했지만, 이야기할 때의 모습과 책의 이야기가 다르지 않아서 좋았다. 그리고 삶의 궤적에 대한 고민이 책에 쓰인 글을 통해 육성으로 듣는 것 같아 좋았다. (실제로 출간후 2번이나 책을 읽은 소감을 좀 더 자세히 물어보시기에 얇은 밑천이 드러나서 창피했었다.) 최 소장님 본인의 전문 분야는 정책에 대한 분석과 입안이기에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이에 대한 반론이 있을 수는 있지만, 나는 대체적으로 적극 찬성한다)


<좋은 불평등>은 경제발전의 쿠즈네츠의 경제발전과 불평등 곡선의 기본 특성을 근간으로 설명한다.  기술발전을 통해 혁신을 이루는 주체는 빨리 발전하고, 그로 인한 수혜의 불평등이 이루어지며, 낙수효과 혹은 기술전파로 인해 불평등이 감소한다는 이론이다.

최병천 소장님은 이런 불평등의 현상에 대해 불평등과 소득에 대해 4가지로 나누어 접근했다. 우리나라 좌파에서 크게 인정하지 않는 경제발전과 불평등의 동시 증가에 대해 긍정적 평가가 다른 노동운동세력들과 구체적으로 다르다고 생각한다. 

물론 다른 견해들도 있다. 이미 선진국에 진입한 대한민국이 불평등에 대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쿠즈네츠 곡선 후반부의 낙수 이론이 현실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이야기이다. 주로 진보진영에서 나오는 문제제기이다. 이것은 대게 동의하는 현상으로 생각하지만, 대책에 대해서는 진영에 따라 다른 의견을 제시한다. 지금의 양 진영에서 제시하는 답안은 무언가 빠진 것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이 도움이 된다.


진보진영과 다른 생각을 하는 것이 최병천 소장님의 견해이다. 불평등의 원인은 중국의 세계화 과정에 따른 영향이 가장 크다는 것이다. 주로 국내 이슈와 미국의 글로벌 정책 (혹은 한국에 대한 정책)이 우리에게 주요 영향이었다는 주장에 대해 최 소장님의 주장은 색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원인을 잘 파악해야 대책도 유효하다고 하는데, 원인에 대해 양쪽 진영이 일단 공감하는지 궁금하다. 

최병천 소장님은 국내 고소득층의 (약 상위 10%) 대상을 공무원, 전문직, 대기업 임직원, 정치인을 포함한다. 특히 대다수를 차지하는 대기업 직원들은 우리나라의 대기업 수출주도 중심 정책에 따라 국제 교역이 증가할 때마다 소득은 상승했고, 이는 불평등을 강화했다고 한다.

중간, 중소기업들은 세계화에 따라 글로벌 경쟁이 수반되는 의류 등의 경공업 등은 도태되었고, 서비스, 식품처럼 내수 중심 산업만이 남아서 저임금의 근간을 이루었다고 한다. 일부는 대기업의 진출을 정책적으로 막기도 하고, 일부는 저부가가치로 인해 대기업이 사업 포기를 하기도 한다. 

국내 진보진영에서 이야기하는 불평등의 주요 시점이 IMF와 세계 금융위기를 겪고 난 이후 국제자본의 생산기반의 저가 인수 및 산업 재편으로 불평등이 심화되었다고 하는 반면, 최병천 소장님은 87 민주화 & 노동운동 이후 대기업 임금 상승, 한중 수교로 기술산업 수출 증가, IMF 이후 부실기업의 도태, 중국 WTO 가입으로 기술 대기업 수출 증가 등 4가지 시점으로 꼽았다.


커다랗고 복잡한 국가의 경제활동의 흐름에 대해서,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까지 국내에서 논의된 정치 진영논리(성장과 분배 우선중심) 혹은 미국 중심 글로벌 관점에서 미국의 정책과 우리 경제활동의 역학관계만으로 이해했던 나에게 중국의 대외, 대내 정책에 따른 우리의 불평등 영향에 대한 주장은 참신하고 매우 수긍이 가는 주장이었다.

미국의 세계 경제 영향력은 1960대에는 40% 였으나 이제는 20% 수준이라고 했던 이야기를 (레이 달리오의 <원칙>이었나?) 들었다. 그리고 현재 우리나라의 무역 거래 제1 위 국가는 중국이다. 당연하고 제일 중요한 나라인 중국에 대해 우리는 여태 정치 안보 전략 때문인지 애써 외면하고 살았던 것이 아닐까? 정치 논리에 의해 공산국가의 강력한 영향력을 애써 눈 감았거나, 우리보다 국민 소득이 낮다고 생각하는 중국의 힘을 무의식적으로 무시한 것이 아닐까 하는 반성도 해본다.

국제적 관계의 국내 영향에 그치지 않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했던 최병천 소장님의 제안도 마음에 든다. 개인소득 기준이 아니고 가계소득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과 그것으로 인해 최하층 20% 중 고령 빈곤자에 대한 정책이 단기적이고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에도 공감한다.


문재인 정부가 집권 1년 차부터 강력하게 추진한 소득주도 성장의 문제점과 다음 해 보완 활동 후 좀 더 개선된 정책 등을 소개하며, 실업률에 대한 함정과 개인소득의 기준으로 정책을 펼칠 때 가계소득의 관점으로 살펴보면 어떤 맹점이 있는지를 알려주었다. 최저임금의 상승은 취업(구직)을 어렵게 만들고, 개인 소득은 올라가지만 실질 취업률의 감소로 가계소득 (특히 최하 소득층)이 감소하여 빈곤계층에 대한 위협이 증가한다고 주장하였다.

포퓰리즘 복지정책을 펼칠 때 장기적으로 어떻게 국가재정이 무너질지 경고하는 이야기도 잊지 않았다. 그렇지만 국민연금의 혜택을 거의 비껴가는 세대, 해방 후 및 전쟁으로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했고, 이후 경제발전의 주축이자 밑거름이었던 세대인 지금 75세 이후 계층에 대해 가계소득 중심의 (한시적인)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공감한다. 


최 소장님은 책 출판 이후 보수, 진보 양진영에서 비판을 받는다고 한다. 진보진영의 사람이라 보수진영의 비판은 익숙하지만, 진보진영의 비판은 조금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한다. 달변이나 사이다 발언으로 상대 진영의 약점을 공격해서 인기를 얻는 현재의 정치지형보다는, 실현 가능하고 공감 가는 정책을 통해 유능한 정당으로 되고 싶다고 한다. 진보진영을 좀 더 유능하게 만들고 싶다는 바람, 그로 인해 실현 가능한 정책을 통해 기여하고 싶다는 작가의 바람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나는 최소장님의 정책이 빠른 시일내에 이루어지고, 변화 결과에 대한 기쁨도, 작가에 대한 사회의 인정도 모두 빨리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 더불어 성장판독서모임에서 이 책을 지역별 발제독서모임에서 11월 주제 도서로 채택해주신 운영진 여러분들께도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