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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독서

3번째 과체중 극복 시작

나는 운동을 좋아한다. 특히 어려운 상황이나 괴로운 일이 있을 때 제일 먼저 운동을 하면서 힘을 낸다. 지난 30년 넘게 직장과 가정과 내 자신의 삶을 버틴 가장 큰 원동력이다. 요즘도 매일 새벽 운동 루틴으로 시작하면서 마음을 다잡는다. 습관이 들었지만, 매번 쉽지만은 않다.   

쉽지 않은 이유는 즐거움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30대 처음 새벽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 체력과 자신감이 강해지면서 실력향상도 되었고, 삶에 대한 자신감도 커졌었다. 주말 새벽 컴컴한 산길을 뛰어오르고, 아무도 없는 영장산의 정상 능선을 달리다가 붉게 동트는 햇살을 받을 때의 감격은 지금 생각해도 벅차다.

풀코스 마라톤을 자주 완주하고, 산악 마라톤을 하고, 단축 마라톤에서 개인 기록을 단축하면서 신체단련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다. 하지만 회사와 가정에서 신경 쓸 일은 늘어났고, 타성에 젖어 다시 운동 횟수는 줄어들었고, 체중은 다시 67kg -> 74kg으로 증가했다. 완주라고 하기엔 창피한 경주 참가를 했고, 나중엔 그마저도 중단되었다.

다시 40대 중반에 달리기와 체중조절을 시작했지만 1년 정도 지속하다가 다시 관두었다. 평소 12시간이 넘는 근무시간과 잦은 회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면시간과 휴식시간마저 부족했다. 과체중인데 달리기는 몸에 무리가 갔다. 방법을 찾고, 의지력으로 자전거 통근등 운동을 이어갔지만, 절대 휴식 시간이 부족해서 1년 이상을 하지 못했다.

2018년 주 40시간 시행 이후 여유시간이 많이 생겨서 달리기를 시작했지만, 퇴행성 관절염으로 조금만 무리해도 무릎이 부어올랐다. 다시 자전거 출근을 했고, 술도 완전히 끊었다. 코로나로 인해 자전거 통근을 할 때 이용하던 목욕탕이 문을 닫아 다시 달리기로 전환했고, 매일 달리기 500회를 넘겼다. 

그리고 다시 21년 초에 누적된 무릎 통증으로 달리기를 중단했다. 한 달간 고민하다가 다시 자전거 통근을 이어오고 있다. 매일 해야 한다는 강박은 버렸지만, 그래도 거의 매일 운동을 한다. 비 오고, 눈 오고, 빙판이 되면 대체운동만 한다. 생활 속에서 운동은 어느 정도 안정화 된 것 같지만 실제로 마음은 좋지 않다.

운동을 할 때, 책을 읽을 때 내가 성장한다는 느낌이 있어야 행복하다. 요즘은 그런 즐거움과 충만한 마음이 들지 않는다. 하루의 시작이 운동인데, 감동보다는 겨우 의무적인 숙제를 마무리했다는 느낌만 받는다. 실력향상이 되지 않는 쳇바퀴 돌리기 같은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루 첫 번째 느낌이 그렇다면 이후 책 읽기도 마찬가지로 재미가 없어진다. 책의 내용은 모두 좋지만, 집중력과 내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달리기 실력향상이 되지 않는 이유는 부상에 대한 우려로 무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하나가 있다.

다른 하나는 자전거 타기는 어느 정도 유연성이 필요한데 살이 쪄서 정확한 자세로 페달을 밟는 것이 어렵다는 것이다.  달리기든 자전거든 체중 감소가 절실했다. (내 경험으로는 허리둘레가 늘어나면 유연성이 많이 떨어져서 유산소 운동에는 치명적이다)

그리고 건강검진에서도 지방간 검출되고, 혈당관리도 필요하다고 한다. 술, 담배 안 하고, 비교적 규칙적인 수면을 취하고, 매일 운동하는 사람의 결과인데 정말 어이가 없다. 나의 과체중은 운동도 못하고, 무릎부담에 이중으로 악영향을 주고, 결국 삶의 질마저 떨어뜨렸다.

몇 년 전에는 '눔 다이어트'를 했다(사실 그 이전부터에 다이어트 노력이 있었다). 그리고 효과를 보았고 다시 체중은 증가했다. 예전과 다르게 점차 체중은 쉽게 빠지지 않는다. 살을 빼려고 하는 아내와 수많은 여성분들의 모습을 내게서 보게 되었다. 언제든 살을 뺄 수 있지만, 막상 시도해 보면 1~2kg 이상은 빠지지 않고 다시 원상 복귀한다. 

리디북스에서 오디오북으로 <비만코드>를 들었다. 듣다가 좋아서 아이패드로 읽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 실패의 역사를 책에서 이야기해 주는 것 같았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1년 정도는 살을 빼지만 그 이상은 어려웠다. 최근 최저 몸무게를 유지한 것은 2년 정도이다. 더 빼려다가 실패하고 7킬로 늘었다.

내 경우는 주요 실패요소가 야식이었다. 새벽에 운동을 하면서 살을 빼면 된다는 마음에 저녁 식사 후에도 밤에 과자, 아이스크림, 케이크 등을 많이 먹었다. 굳이 남 탓을 하자면 기숙사에서 돌아온 막내딸이 같이 지내면서, 콜라, 과자, 케이크 등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그것을 먹을 때 나도 같이 먹었고, 내가 더 많이 먹었다.

예전에 아놀드 홍 트레이너님의 <간헐적 단식, 내가 한번 해보지>라는 책을 읽고 저자 강연도 들었다. 건강한 모습과 삶의 태도는 무척 좋았지만, 개인 경험위주의 책이라서 흘려들었다. 단식에 대한 뿌리 깊은 편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침을 안 먹는 것은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수없이 많은 격언과 책에서 아침식사의 중요성을 들어왔다.  

<비만코드> 이 책에서는 혈당보다는 근원적인 인슐린 호르몬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열량보다는 인슐린 농도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음식의 중요성도 이야기하지만, 공복의 절대시간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내게는 생소하고, 아주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내게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를 풀어주는 것 같았다.

양질의 연구를 하려고 한 노력이 좋았다. 사람을 대상으로 행한 연구, 실험 자료만 인용한 것도 좋았다. 자신의 주장을 하지만, 복합적인 요인과 한계도 분명하게 이야기했다. 특히나 비만은 유전적인 요소가 제일 크다는 것을 이야기하면서도, 미만을 방지, 줄이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좋았다.

입양자녀의 비만은 양부모보다는 친부모의 영향이 크다는 것을 자료로 인용했다. 살찌기 쉬운 체질이 있다는 것을 먼저 알려주는 것이다. 이는 열량중심(열역학) 중심의 단순한 모델링의 한계를 먼저 이야기하는 것 같다. '많이 움직이고, 덜 먹어라'라는 명쾌하고 단순한 논리만으로는 인체의 특성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많이 먹으면 열량소비가 많아지고, 적게 먹으면 몸의 신진대사가 줄어든다'는 결과를 여러 가지 연구결과로 보여준다. 저지고탄 식생활을 한 사람들의 체중증가 및 체형변화 연구사례들을 보여주면서, 그동안 관행적으로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인 이론에 정면으로 비판한다. 

이제는 어느 정도 상식처럼 된 '애킨스 식이요법' 즉 저탄고지에 대해 그 효과를 이야기한다. 저지고탄에 대비해서 좋은 결과를 이야기하지만, 최근 단백질 중심의 식사에 대해서도 비판을 한다. 육류를 섭취하는 그룹에서 체중증가가 나온다는 것이다.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지 않는다는 이유이다. 

하지만 우리의 생활이 계속 되는한, 케이크, 과자, 아이스크림, 달콤한 음료를 안먹으며 생활 할수는 없다. 그래서 앳킨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도 1년이 지나면 다시 원상복귀한다고 한다. 개인적인 장기적 성공사례는 있겠지만, 전체 인원들의 통계치는 성공하지 않는 것으로 나온다.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모두 중요하며, 어느 것도 극단적으로 배제해서는 안되고, 그럴 경우 몸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래도 그중 인슐린에 영향을 덜 미치는 것이 지방이라고 한다. 근데 최근 어느 누구도 맛있고 부드럽다고 돼지비계를 많이 먹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인식의 전환은 이렇게 어렵다.  

정제 탄수화물과 가당 음료의 경우 급격한 혈당증가와 인슐린 농도 증가 충격이 가해져서, 결국 인슐린 저항성이 생겨서 공복시에도 인슐린 농도가 높아져서 이후 몸으로 공급되는 영양분을 지방세포로 저장하고, 인슐린은 증가하고 혈당은 별로 높아지지 않으면서 다시 식욕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3대 영양소를 골고루 먹어야 하고, 형성된 인슐린 저항성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제일 좋은 방법은 공복 시간을 늘리면 인슐린 농도가 떨어지고, 점차 인슐린 저항성도 낮아진다고 한다. '무엇을 먹느냐보다 언제 먹느냐가 2배 정도 중요하다'라고 저자는 이야기한다.

단식을 하면서 문제는 없을까 걱정되었다. 저자는 문제없다고 한다. 최대 단식 기록은 382일이라고 한다. 비타민과 미네랄을 섭취하면서 단식을 했다. 내게는 엄청난 결과였다. 역사적으로도 이슬람교 라마단, 불교의 단식기간 등 수없이 많은 역사적 사례와 단식 관습들이 있다고 한다. 문제가 있다면 중단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단식으로 집중력 저하등 활력이 저하되지도 않고 오히려 활성화되며, 운동능력도 줄어들지 않고, 몸속의 단백질 소비도 전혀 없다고 한다. 내가 들어왔던 내용과는 정 반대이다. 수없이 많은 인체의 연구사례들을 제시하며 안심시켰다. 실제 배고픔의 고통도 별로 크지 않다고 한다. 새로운 다이어트 방법을 찾던 내게는 아주 설득력이 있었다.

책을 읽고 바로 16:8 간헐적 단식을 시행했다. 저녁 먹고 이후 야식을 안 먹고 다음날 점심때까지 아침을 안 먹는 것이다. 첫 1주일 만에 1.5kg이 빠졌다. 효과에 기뻐했고, 혹시 너무 많이 빠지면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다음 1주일은 거의 줄어들지 않았다. 일부 공복 시간이 조금 줄어들었고, 밤에 달달한 간식을 먹은 적도 있지만 내심 조금 실망했다.

공복시 불편한 느낌이나 고통은 크지 않았다. 오히려 식사 후의 지나친 만복감으로 몸이 불편했다. 체중감소는 계단식 그래프를 그린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급격한 체중감소는 정상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책을 다시 훑어보았다. 

책에서는 24 ~ 36시간 공복 시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16시간 공복 (아침 안 먹기)도 평생토록 해야 체중 증가 방지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로 들린다. 생활의 방식을 완전히 바꾸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한번 시도해 볼만한 일이다. 지금까지 어려움이 없다. 오히려 맑은 정신을 유지해서 좋다.

2주이지만 벌써 위의 용량은 줄어든 것 같다. 음식 섭취량이 많으면 속이 불편하다. 정제 탄수화물 음식을 먹으면 기분은 좋아지고, 만복감은 거의 없어서 많이 먹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래서 우유를 먼저 1~2컵 마신다. 16:8 단식(아침 안 먹기)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이제 다음 주부터는 저녁 한 끼 먹기 (24시간 단식) 혹은 하루 건너 먹기 (36시간 단식) 등을 시도해보려고 한다. 그때의 느낌은 지금 알 수 없지만, 현재의 기분으로는 충분히 가능할 것 같다. 배고픔(공복)을 느껴보는 것이 좋다. 맑은 정신과 음식에 대한 욕구가 좋다. 그리고 천천히 음식을 즐길 수 있다는 마음만으로 기쁘다.

체중이 줄어들면 내가 좋아하는 운동의 강도를 높이고, 건강한 근육을 더 만들고, 그것으로 숨 가쁘고 격한 운동을 할 수 있다. 많은 땀을 흘리고 나서 찾아오는 희열과 일상에 대한 자신감을 다시 맛보고 싶다. 약간의 공복의 불편함은 별 것 아니다. 열심히 시도해 봐야겠다.

당뇨병을 연구하면서 근본원인인 인슐린 농도와 저항성에 대해 알게 되고, 그것의 원인과 결과인 비만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한 저자에게 감사한다. 이런 분들의 도움으로 우리는 편안하게 삶의 질을 높이고,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 거인의 어깨까지만 올라가면 우리는 더 좋은 세상을 보고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