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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아름다움

22년을 보내는 나만의 3가지 사건

올해도 변함없이 송년회 시즌이 되었다.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팀의 공식 송년회, 독서모임 송년회 2개, 친구들의 송년회 1개 이렇게 별로 많지는 않지만, 나름 저녁 하루를 다 보내야 했던 송년회가 있다. 앞으로도 3번 정도의 송별회 내지는 오랜만에 만나는 분들의 모임이 있다. 그리고 마지막 날에는 별일이 없는 한 아마도 가족 송년회를 하게 될 것이다. 

독서모임은 역시 참석하고 나면 흐뭇하다. 팀의 송년회는 무언가 아쉬움이 많다. 아마도 한 해 동안 받았던 스트레스를 풀어야 하겠다와 지속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이중적인 감정이 사람들에게 있는 것 같다. 특유의 아재 문화인 술을 많이 마시는 분위기도 더욱 한몫하는 것 같다. 제일 먼저 마친 오랜 친구들의 송년회는 비교적 조용하게 끝냈다. 이제 술을 적게 먹고, 일찍 끝나는 분위기가 좋았다는 평가다. 반면 그런 것이 아쉬운 친구들도 있으리라... 

한해의 정리를 하고 새해를 계획하는 일은 언제나 후회와 설렘이 교차된다. 연초에 연간 계획을 세우고, 연말에 그 결심의 결과를 돌아보면 뿌듯한 느낌은 조금 덜하고, 아쉬움이 많다. 평소 자기 관리를 하는 사람과 조직은 중간 평가와 피드백을 통해 간극을 최소화 하지만, 올해는 여름에 잠깐 들여다보고 일부 목표 수정을 했다. 결국 4분기에 와서야 평가를 해보니, 결국 많이 아쉬웠다. 

새해 계획을 세우기 겁날 정도로 22년의 마무리 결과는 부족했다. 반성도 해보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중요한 것은 23년 계획을 세우는 것인데, 계획과 결과가 대다수 항목에서 갭이 커서 원인 분석조차 시도하기 어려웠다. 그러던 중 송년회 시즌이 되었고, 일요 줌모임에서 연말 송년회 겸 한 해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자는 제안을 했다.

그 시점 즈음에 스몰스텝의 액터정님이 주관하시는 모임에서 매년 공유한다는 개인별 10대 사건 발표를 본받아서 일요 줌모임에도 제안을 했다. 10가지 사건이 어려우면 3대 사건이라도 발표를 해보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반응들이 좋았고, 오늘 아침 평소보다 제법 많은 인원들이 모여서 서로의 3대 사건, 관점, 사례 등을 나누었다. 

일터를 바꾸신 분들도 많았다. 역시 평생직장은 이미 한참 전에 옛말이 된 것 같다. 그리고 <프로페셔널 스튜던트>의 중요 주제인 '업 스킬과 재교육'을 통해 끝없는 성장을 도모하는 분들이 많았다. 독서와 자기 계발을 통해 직장과 사업과 가정에서 좀차 좋아지는 모습들을 공유했다. 자녀의 성장과 부모님의 역경 극복을 통해 평온함의 소중함을 감사하기도 하였고, 내가 생활하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분들에 대한 감사도 있었다.

거칠게 종합하면, 일터, 가정과 건강, 업 스킬과 재교육의 내용이었다. 그것들에 대해 큰 변화이던 작은 변화이던 감사로 마무리하는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우리의 모임이 개인들에게 정서적 안정감과 향상 의지에 대한 자극을 주고 있으니, 좀 더 관계를 강화해보자는 제안을 했고, 몇 분들이 공감을 해주셨다. 오프라인 모임을 약간 강화하자는 이야기에 공감을 하였다.

개인이 자신에 대한 평가를 할 때는 지나치게 엄격하기 쉽다. 그런데 이렇게 모임에서 자기의 이야기를 할 때는 무조건의 자기비판은 쉽지 않다. 자기 보호를 위해서도, 모임의 분위기를 위해서도 그렇게 준비를 하게 된다. 그런데 그런 점이 도움이 된다. 자신의 1년간 지나온 행동과 경험을 긍정하고, 교훈과 감사를 찾아내서 남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많이 어렵지는 않다. 그것을 소리 내서 발표하고 나면 어느 정도 평온해진다.

다른 이들의 발표에 자극도 받고, 새해 계획에 도움을 받기도 한다. 히나노 게이치로의 <나란 무엇인가> 책에서 처럼 한 개인의 본질은 불변성과 고유한 것이 아니고 수없이 많은 타인과 환경의 관계로 인해 입체적이고 다채로운 것이 맞다면 (나는 무척 공감한다), 우리는 좀 더 행복한 사람, 관계, 모임에 집중하는 것이 자신을 좀 더 행복하고 편안한 상태로 만들 것이다.

파괴적인 관계는 멀리하고, 격려하고 희망을 이야기하는 사람과의 관계는 우리를 크게 만든다. 반면에 파괴적이고 비난과 미움을 느끼는 관계는 지양해야 한다. 어느 한쪽이 시작했던지는 상관없다. 결국 그 관계 속에서의 자신은 자신을 그렇게 만들어간다. 그런데 부부, 가족, 친구, 동료처럼 지속적이고 반 강제적인 관계는 어떻게 해야 할까? 내년에는 그런 관계를 좀 더 최적화해봐야겠다. 


먼저 올해 내게 제일 인상적인 사건은 달리기의 중단이다. 560일 정도를 매일 연속해서 달렸는데, 체중 증가와 함께 무릎 통증이 심해져서 달리지 못했다. 4월 한 달간 고민하다가 자전거 출퇴근으로 바꾸었다. 비가 내리고, 눈이 내려 도로가 얼어붙어서, 매일 하지는 못하지만 거의 매일 하고 있기에 나름 운동의 전환과 일상의 루틴의 변화가 같이 잘 정착되었다.

코인 투자의 실패로 우울한 여름을 보냈지만(물론 지금은 더 경악스러운 수준이고..), 아내의 사업이 바빠져서 짐 나르고 창고 정리 지원을 했다. 평일도 밤늦게 하는 경우도 있었고, 주말에도 하루 종일 투입된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나는 늦봄부터 출장업무가 아주 많아졌다. 틈틈이 운동은 했지만, 책을 제대로 읽지 못했고, 독서모임에도 참석을 거의 못했다. 이 부분은 잘못하지는 않았지만, 아쉽기는 하다.  

그런 한 해를 보내면서도 마음의 여유를 찾았다. 봄과 가을에 가족 캠핑을 갔다. 횟수는 전체 6번 정도로 많지 않았고, 막내딸이 절반 정도 같이 갔지만, 아내와의 뜻깊은 시간이었다. 독서와 여행, 맛집, 카페 등 편안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 12월 초 친구들과 여행도 무척 좋았다. 이제 인생의 2 모작을 시작하는 40년이 넘게 만난 친구들과 한 단계 넘어선 우정을 느낀 것 같았다.  


오늘 모임에서 한 분은 22년 트렌드의 키워드가 '호시우행'이었고, 23년에는 '교토삼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영리한 토끼의 3가지 굴이란 직장과 가정과 자기 계발이라고 했다. 내가 받아들인 내용은, 생존을 위해 토끼가 백업으로서 2개의 굴을 더 팠겠지만, 우리는 그 3가지 모두 이뤄내야 한다. 마치 저글링처럼 어느 것도 놓칠 수 없다. 내년 나의 키워드는 '기본으로 돌아가자'이다.

영어공부를 좀 더 현실적으로 줄이고, 재무나 재테크 관련 실천적 공부는 뒤로 미루겠다. 관련 서적만 좀 더 읽어보는 수준으로 가겠다. 읽은 책을 중심으로 다시 읽어보겠다. 가족들, 특히 두 딸들의 초기 성인기에 관계 정립에 좀 더 힘을 써보겠다. 마무리를 잘해야 딸들과의 관계 정립이 제대로(?) 성립될 것 같다.

제일 커다란 결심은 내가 성장이나 성숙하지 않는 느낌이더라도, 좌절하지 않는 것이다. 내 무릎, 치아, 시력, 피부, 근육 등은 좀처럼 좋아지지 않고 그저 퇴화되어 간다. 그나마 무너지지 않을 수 있는 것은 그릿같이 참는 능력과 조금 더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여유다. 좀 더 든든해진 아내와 친구처럼 변해가는 두 딸들이다. 그리고 내가 내리막을 걸을 때도 묵묵히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친구들도 있다.

무탈하게 한 해를 보낸 것이 가장 큰 감사 중 하나이듯이, 내년에도 내가 상상조차 못 하는 우주의 섭리와 세상 수많은 사람들의 선행과 도움으로 평온하게 보냈으면 좋겠다. 그 속에서 나도 조금 도움이 되고, 성장하며 좋은 영향력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 바람대로 정확하게 맞지 않더라도, 감사를 느끼며 사는 일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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