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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독서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

책의 저자 리사 팰트먼은 <감정은 어떻게 생겨나는가>라는 책으로 알게 되었다. 이상적인 이성과 제어하지 못하고 반응적인 감정의 구분이 의미 없다고 이야기했던 것이 기억난다. 감정은 최초에는 없으며, 사회학습을 통해서 형성된다는 이야기였다. 좀 두꺼웠지만 읽고 나서는 참 좋았다.

이번의 <이토록 뜻밖의 뇌과학>은 두껍지도 않고 책 크기도 크지 않다. 작가가 머릿말에 이야기한 것처럼 이 책은 복잡하고 어려운 뇌과학 분야를 일반 대중들이 읽기 쉽도록 짧고, 쉬운 문체로 작성했다. 그래서인지 본문이 끝난 뒤쪽에는 추가 설명과 레퍼런스가 많다.

첫 번 1/2강에서 흥미로운 주장이 시작된다. '뇌는 생각하기 위해 있는 게 아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지능과 의식은 부차적인 발전이고, 최초의 목적은 신체 예산을 조절하기 위한 장치가 뇌라는 것이다. 생존을 위해 신체 '반응'을 앞선 '예측'을 통해 준비가 필요하다고 한다.

동물들은 몸이 커지고 시스템이 복잡해지면서, 이를 종합, 효율적으로 관리가 필요한데, 이로 인해 복잡한 뇌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지금같은 뇌로 발전했을까'에 대한 답은 할 수가 없다. 진화에는 '왜'가 없기 때문이다. 목적이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1강에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뇌의 삼위일체설'을 부정한다. 파충류의 뇌, 번연계(포유류)의 뇌, 신피질(영장류)의 3부분으로 나눈 이론을 작가는 부정한다. 다른 동물들과의 비교에서도 뇌의 같은 부위에서 다른 기능을, 다른 부위에서 같은 기능을 한다고 한다.

자연선택은 우리가 기준이 아니라 그저 특정 환경에서 살아남는 종이 살아남았고, 각 동물들은 각자에 맞게 다르게 진화한 것이라고 한다. 동물들과 우리의 발전 방향과 특성이 다른 것이지, 발전단계에 따른 우열은 없다고 한다.

2강에서는 우리 뇌는 인터넷 연결처럼 네트워크 구조라고 한다. 항공여행 시스템과 비슷한데, 모든 공항이 서로 연결되면 비효율적이라고 한다. 국제공항처럼 메인 허브들끼리 연결이 있고, 각 허브들을 중심으로 로컬 항공사와 연결되듯 두뇌 신경망 구조가 비슷하다고 한다.

국제공항이 네트워크가 빡빡하고 복잡하듯이, 허브에 해당하는 뇌세포는 발달했고,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세상의 흐름에 따라 공항의 네트워크도 발전, 퇴보, 생성, 소멸하듯이 뇌의 네트워크도 비슷하다고 한다. 나의 뇌 속이 네트워크에는 집사람에게는 없는 당구 네트워크가 있을 것이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인간의 유일한 특징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른 동물들도 나름의 복잡한 두뇌 신경망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와 다른 뿐이라고 한다. 작가는 뇌의 발전단계별 삼위일체를 힘주어 반복해서 반박하고 있다. 

3장에서 인간의 어린아이는 온전하지 않은 뇌를 가지고 태어난 이후 발달하기 시작한다고 한다. 선천적 기질(능력)이냐 후천적 영향(학습)이냐에 대한 의견들이 많은데, 일단 우리 인간은 후천적 영향을 다른 동물들에 비해 많이 받는다는 이야기다.

어린아이들은 뇌의 가소성이 크며 발달도 잘 되는데, 점차 경험을 통해 효율적 재사용을 할 수 있도록 특정 패턴들이 발달한다고 한다. 식사후 혼자서 트림조차도 못하는 어린 아기는 점차 양육자와 '관심공유'를 통해 학습이 된다고 한다. 

1960년대 루마니아의 고아원에서 사회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는 학대를 당한 사례를 통해, 무관심속 영아들은 결국 지적 장애를 입은 채 자라난 사례를 통해 사회적 자극의 결핍이 뇌의 발달을 방해한다는 것으로 과학자들은 결론을 내렸다.

아이들에게 부모와 교사의 역할이 왜 중요한지 과학적 사례를 통해 알게 된다. 새벽에 보채는 아기들과 상호작용 하면서 아기들의 두뇌가 자라난다는 사실을 육아를 지원으로 생각했던 나는 반성하게 된다.

4장에서는 뇌가 우리의 모든 행동을 예측한다고 한다. 밀림에서 어린 목동을 게릴라고 착각해서 발포하려고 했던 사례를 통해 전혀 다른 시각적 정보에도, 우리는 다른 상황과 정보를 근거로 알아서 변화된 시각정보 처리를 한다는 것이다. 

추상미술의 경우 피카소의 입체파 그림을 보고 우리가 인간의 형태임을 알아볼수 있는 것은 인간의 형태에 대한 기억이 있어서 추상적인 요소를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마르셀 뒤샹이 이야기한 '예술가는 창작 작업의 절반만 수행할 뿐'이라는 말이 곧 나머지 절반은 보는 사람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 장에서 작가는 중요한 이야기를 한다. 내가 겪은 환경과 경험은 내가 의도했던 것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상황 선택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울증, 불안증 등 유년시절 이든 아니면 성인시절이든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고 말하진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기에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 한다. 우리는 지내온 경험과 자극으로 주위에 대한 평가나 자신의 삶을 계획하고 예측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바꿀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결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한다.

예측하는 뇌를 가진 당신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행동과 경험들을 더 많이 제어할 수 있고 더 많은 책임을 갖는다. 이러한 책임을 기꺼이 감수할 마음이 있다면, 그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보라. 당신의 삶은 어떤 모습이 될 수 있을까? 당신은 어떤 사람이 될 수 있을까. -P123

5장에서는 인간의 사회성, '공감'에 대해 이야기 한다. 자신과 생각, 믿음, 신념 등이 비슷한 사람들과 지내려고 하는, 즉 반향실에 안주하려는 성향을 설명한다.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는 불편함과 신진대사의 낭비가 크다는 것이다. 

인간의 독특한 점은 언어를 통해 뇌 영역에 영향을 주는 것이 크다는 것이다. 누군가 '졸음운전을 하고 곧 길에서 미끄러지기 직전의 상황을 들려주면' 피실험자는 아무것도 안 하고 누워있음에도 불구하고 뇌에서는 온갖 신체에 신호를 보낸다고 한다.  

이를 통해 언어에 의한 스트레스는 우리의 몸에 엄청난 영향을 키치고, 신체 예산을 낭비하면서 결국 질병과도 연관이 된다고 한다. 우리의 뇌는 가성의 스트레스와 진짜 위험 상황을 구분하지 못해서 이를 해결할 수 없다고 한다. 평소 나의 말이 주변에 나쁜 자극이 될 수도 있다

6장에서는 우리의 뇌는 환경에 따라 다양한 마음을 만든다고 한다. 두려우면 잠이 드는 인도네시아 발리섬의 사례가 있고, 서양에서는 그 자리에 얼어붙는 것이 있다. 그레타 툰베리는 자신의 자페스펙트럼장애를 사명을 계속할 수 있게 돕는 '초능력'으로 명명한다.

우리가 정상 비정상으로 나누는 잣대는 시대에 따라 정신병으로 혹은 신이 계시를 받는 성자일 수도 있고, 환경에 따라 어떤 음식들은 혐오의 대상이 되거나 희소성과 경이로움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7장은 인간의 뇌가 현실을 만들어 낸다고 설명한다. 여기에서의 구조는 마치 인공지능 처리 순서와 비슷하다. 5개의 C 능력 (창의성, 의사소통, 모방, 협력, 그리고 압축)을 통해 우리는 추상적인 개념을 만들어내고 이를 공유할 수 있다고 한다.

간단한 통나무에서 소파에 이르기까지 생소한 대상들을 모두 '의자'라는 단어로 동일한 범주에 넣어 공통 범주로 만들수 있는 것이 우리의 능력이라고 한다. 메두사의 초상화처럼 여자, 뱀, 머리카락 등을 통해 우리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메두사에 대한 이미지를 예측 가능하다.

우리 인간의 이 같은 개념화 혹은 그것을 믿는 능력은 엄청난 현실을 만들어 낸다. 우리가 다 같이 팔을 펄럭이며 날자고 하는 것을 공유할 수는 있어도, 물리적인 사회적인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실제 우리의 생각들은 엄청난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 낸다고 한다.  

노예제도, 교통법규, 산아제한 등 우리는 결정을 할 수가 있다. 커다란 뇌를 가진 우리의 이런 결정과 선택은 초능력급이고, 이에 대한 분명한 책임이 필요한다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책임을 인지할 때 우리는 좀 더 괜찮은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