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마음도 늘어지는 말복날이다. 틈만 나면 에어컨과 선풍기를 찾게 된다. 시원한 음료를 마실 때는 좋지만 곧바로 갈증이 난다. 나는 밖에서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지만, 요즘 같은 햇볕과 습도에는 땀과 숨이 턱턱 막혀서 곧바로 그늘로 피하게 된다.
기분 탓인지 의욕마저 사그라 든다. 컨디션 저하로 금요일 오후 반차를 사용했고, 토요일 오후에도 뜨거운 날씨에 엄두를 못내고 긴 시간동안 낮잠을 잤지만 밤에도 더운 날씨에 쉽게 잠이 들지 못하고, 결국 오늘 일요일 새벽도 몸이 좀 무겁다. 평소 일요일 아침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일주일에 한 번 하는 간단한 새벽조깅을 하고 나서, 간단한 아침식사 후 집 근처 스타벅스로 가서 블로그 글을 쓰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다른 일도 있고, 가족들이 일산의 워터파크에 가기로 되어있어서 아침시간에 카페로 가지 못했다. 오전 시간에 일산으로 이동을 했고, 점심무렵부터 신나게 물놀이를 했다. 다만 늦은 오후에 집으로 와보니 몸이 무겁고 머리가 맑지 않아 평상시 즐거웠던 글쓰기가 오히려 숙제같은 부담이 된다. 이럴때는 평상시 내가 제일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소재가 좋다. 바로 운동이다.
가족과 함께 사는 생활은 늘상 변수가 있어서 내 뜻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그래도 별로 영향을 받지 않고 내가 지속할 수 있는 것이 있는데 그것 중 하나가 운동이다. 골프나 축구 등 다른 사람과 시간을 맞추거나, 운동시간이 긴 것은 다른 일들과 시간이 중복되어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간 큰 남편들은 가능하겠지만, 나처럼 너무나도 가정적인 남자는 그렇지 않다. (집사람은 나의 이런 정성스런 마음과 의견에 좀처럼 동의하지 않지만 말이다.)
결국 가족들의 테클이 들어오지 않는 시간의 빈틈을 찾으면 된다. 아침 7시 이전에 끝내거나, 운동시간이 10분이 넘지 않아 했는지 안 했는지 모르는 그런 운동들이 좋다. 내 경험으로는 그런 경우 보통 가족들은 내가 운동을 했는지 안 했는지도 모른다. 오죽 서운하면 내가 운동했다는 스마트폰 운동어플 기록을 가족 단톡에 공유하기도 한다. 뭐 하여간 그런 이른 시간에 일어나서 왜 운동 나가냐고 방해받을 일은 거의 없었다. (오늘의 조깅도 새벽이기에 가능했다.)
반면 새벽운동을 하는 것은 왼손이 모르고 오른손도 모르고 심지어 아내도 모르는 경우도 있으니 스스로 의미와 재미를 찾지 않으면 지속하기가 어렵다. 아침에 일어나 간단한 스트레칭과 근력운동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고, 다시 목욕탕에서 마무리 운동을 지속했던 것이 8개월이 지났다. 나름 성실하게 했다는 자체 평가를 해왔는데, 나의 체력과 체형은 좀처럼 변하지 않았다. 그것도 좀 바꿔보고 싶었다.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왼쪽 무릎이 퇴행성 관절염으로 연골이 많이 마모되어 간헐적 통증을 느끼고 있었고, 거북목의 자세와 마우스를 불편하게 사용하여 오른쪽 어깨와 목이 수시로 아팠다. 아직 통증으로 활동이 제약받을 나이도 아니었고 평소 운동을 즐기는 나의 이미지와도 어울리지 않는 불편한 현실이었다. (무릎통증 재활 관련 글 : https://eaglemanse.tistory.com/7)
먼저 거북목을 바꾸기 위해 등근육 강화와 바른자세 습관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마사이워킹, 모델 워킹 등을 참조해서 똑바로 걷기를 매일 연습했다. 걷는 양도 좀 늘렸다. 보통 때는 매일 이만 보 이상 걸었다. 다른 일이 많을 때도 최소 만보 이상은 걸었다. 거북목 자세는 쉽게 바뀌지 않았지만 어깨 통증은 빈도와 강도가 모두 줄었다.
7개월 넘게 자전거 통근을 했더니 무릎 통증도 결과적으로 줄었다. 그동안 별로 좋아지는 것 같지 않았지만, 어느결에 계단 내려가는 것이 부담 없을 때가 많아졌고, 횡단보도 파란불이 켜지면 좀 떨어져 있어도 재빨리 횡단보도로 종종 달리기를 할 수 있는 경우가 생겼다. 모두 8월 초부터 경험한 것이다. 뜨거운 여름이라 관절의 상태가 다를 수도 있겠지만 지금 느낌은 확실히 어느정도 좋아진 것 같다. 재활운동이 점차 효과를 거두는 것 같다.
체형과 체력을 효과적으로 바꾸기
올챙이 몸매를 초콜릿 복근까지는 무리지만, 빨래판 비슷하게 바꾸고 싶었다. 젊을때부터 농구와 마라톤을 편애하여 상체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기에 약간 좁고 가느다란 어깨인데 나이 먹어서까지 구부정한 모습이 싫었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에서 '강한남자'방에 들어갔다. 100일 동안 매일 푸쉬업을 한 횟수를 인증하는 방이다. 타인과의 경쟁보다는 어제의 내기록과의 경쟁이 시작되었다.
10일이 지나자 숫자가 서서히 올라가다가 20일이 지나니 운동할때마다 갑자기 목이 뻣뻣해졌다. 혈압 올라가는 것처럼 불편하고 불안했다. 한의원도 가봤고, 온라인 방의 조언을 받아서 쉬기도 하고, 천천히도 해보다가 내 나름 원인을 찾았다. 바로 스트레칭 부족이다. 푸쉬업 자세를 배운 것 까지는 좋았는데 준비운동(워밍업과 스트레칭)을 소홀히 한 것이다.
거북목을 바꿔보려 자세를 바로 펴다보니 평소 등근육이 경직되어 힘을 주면 목 근육까지도 영향을 준 것이다. 푸쉬업 전에 스트레칭을 좀 더 꼼꼼히 해주니까 목의 뻣뻣함이 덜해졌다. 한 달이 조금 지난 지금은 35개 정도 한다. 처음 시작할 때는 20개였는데 많이 늘어났다. 팔의 뒤쪽 사두근이 느낌상 조금 묵직해졌고, 가슴도 마찬가지로 힘이 조금 들어간다. 외형으로 변화는 없지만 100일이 끝난 뒤에는 조금 변화가 있을 거라 믿는다.(안 믿으면 이 운동 지속하기 어렵다.)
자전거 타기는 조금 다르다. 내게 어울리는 자출(자전거 출근)방을 찾지 못했다. 네이버의 자출사 혹은 도싸도 있지만 별도의 동아리 활동이나 커다란 카페에서 내게 맞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부담이 되었다. 역시 카카오 오픈방에서 다른 운동을 하는 분들과 인증 사진으로 하루의 운동의 경험을 공유하고 자극받지만 훈련법은 얻기가 어려웠다. 더구나 이방에서 자전거 운동은 나 혼자 하고 있었다.
몇 년 전에도 자출을 1년간 했다. 지금도 8개월째 하고 있다. 문제는 속도가 빨라지지 않는 것이다. 로드 자전거를 탄다면 남자 기준으로는 빠르게 타기 위해서는 30킬로는 넘겨서 지속주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나는 최고 기록이 29킬로였다. 평상시에는 22~26 정도였으니 무언가 이상했다. 근력은 조금 약할 수 있지만 지구력이나 심폐력은 아직 괜찮은데 일반적으로 근력이 약한 여성 라이더에게도 뒤쳐지는 원인이 무엇인지 이해가 안 되었다.
무언가 내가 제대로 타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훈련의 방향으로 잡은 것은 케이던스(페달회전수)를 올리는 것이다. 관절에 심한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도 근력운동은 충분히 하고, 심폐력을 최대한 키우는 것은 토크 중심보다는 케이던스 중심 운동이 맞다고 생각했다. 케이던스 센서를 사서 장착했다. (기승전가민이라고 하던데 일단 스마트폰에 직접 연동되는 저가형 국내 센서를 샀다.) 구매 후 사용 시 몇 번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제대로 사용하게 되었다.
케이던스 센서를 장착해서 사용했지만 어느 정도로 유지해야 맞는 것인지 잘 몰랐다. 유튜브 강의를 활용해서 배우기로 했다. 90이상을 유지하라고 했고, 안장 뒤쪽에 엉덩이를 붙여서 80% 정도의 하중을 실으면 된다고 했다. (나중에 알았지만 이것은 로드 자전거에는 그다지 일반적인 이야기는 아닌 것이다.) 나는 내가 원한 훈련법과 완전히 거꾸로 실행을 하게 되었다.
자세를 바꾸면서 열심히 탔지만 허리도 많이 아프고 전혀 페달회전수를 올리지 못했다. 다시 유튜브를 이리저리 검색했더니 좀 더 정확한 것으로 보이는 강의를 알게 되었다. 박선호 코치의 로드 자전거 유튜브 강의 시리즈였다 내게 도움이 많이 되었다. (https://youtu.be/VgRZ0W7oqJ4)
엉덩이를 안장의 뒤쪽으로 빼서 앉으면 '토크' 중심의 페달링이라는 것이다. 페달을 누르는 힘은 좋아지지만 빨리 돌릴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 자세는 골반과 허리에 무리를 주기 쉽고 고통이 올 수 있다고 한다. 페달을 누르는 위치가 보통은 1~2시 방향인데 이 자세에서는 조금 더 일찍 페달을 밟기 시작할 수 있다고 한다. 회전수는 보통 90 정도라고 한다. 내가 이자세로 페달을 빨리 돌리려고 하니 회전수도 올라가지 않고 허리가 너무 아파서 참기 힘들었다.
반대로 엉덩이가 앞으로 와서 약간 등을 구부린 것 같은 모양이 되면 빨리 돌리는데 유리하다는 것이다.(실제로 등을 많이구부리면 않좋은 자세이다) 이자세에서는 뒷굽이 앞굽보다 모든 회전 위치에서 높은 위치에 있다. 간결하고 작은 원을 그리듯 빨리 돌리는 자세인 것이다. 회전수는 105 정도라고 한다.(실제 120 이상 돌리는 사람이 제법 많다). 발을 누를 때는 사두근을 이용하고 발을 올릴 때는 종아리나 대퇴이두근이 아니라 장요근을 사용한다는 것도 좋은 포인트였다. 무릎 이하는 의도적으로 힘을 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은 것이다.
동영상을 보고 난 다음날 아침 바로 엉덩이를 안장의 앞으로 당겨 앉고, 음악도 끄고 신경을 집중해서 달려보았다. 지속적으로 110 회전수를 유지하면서 속도는 평상시 빠르다고 느껴지는 26킬로 정도 나왔다. 나름 괜찮았고 이후 다른 라이더를 추월하려고 토크 중심으로 자세를 바꾸고 기어 변속을 했더니 회전수는 100으로 떨어졌지만 속도가 32킬로 넘는 속도로 2키로 정도의 거리를 지속할 수 있었다. 스마트폰에 기록된 공식적인 기록중에는 최고 속도였다.
이제 훈련하는 방향을 제대로 잡은 것 같고, 효과도 바로 나오는 것 같다. 다음 주의 라이딩이 기다려진다. 역시 훈련은 속도보다는 120이 넘는 케이던스를 얼마간 지속하느냐가 관건일 것이다. 지금으로서는 지속시간이 2분도 안될 것 같지만 속도를 내는 전구간에 적용할 수 있도록 노력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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