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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설레임

소떡만 기억나는 당일치기 여행(?)

어제는 아내와 강릉 바닷가를 다녀왔다. 5시에 일어나서 6시 조금 넘어서 출발했지만 고속도로에는 이미 약간 붐비고 있었다. 나도 전날 늦게 잠이 들어 피곤했었고, 아내는 평상시 더 늦게 일어나니 이른 출발이 힘들었다. 그래도 아침에 여행을 간다는 것은 어느 정도 설렘이 있는 법인데, 거기에 휴게소 간식이 더해지면 금상첨화.

이날 우리는 휴게소를 많이 들렀고 소떡을 '4번'이나 사먹었다. 일명 소떡여행

뜨거운 여름 바닷가 해수욕장을 두 곳이나 다니면서 우리도 체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절감했다. 아내는 필요에 의해서 간 것이지만 나는 그저 뒤따라서 갈 뿐이었다. 전날의 피로가 남아서인가 차 타고 이동 내내 졸렸다. 보통 여행과 다르게 그날 70% 정도를 아내가 운전을 했다. 하여간 도착해서 카페부터 찾았다. 10시 전에 도착해서인지 문을 연 카페가 별로 없었다. 도착 기념으로 사진이나 좀 찍고..

경포대 해수욕장 모래성 작품
야간에 보면 예쁠것 같다. 조명시설도 준비되어 있고..

뜨거운 해변길을 1킬로 정도 걸어서 전망 좋은 2층 카페에 들어가서 시원하고 달콤한 차 한잔 마시며 쉬었다. 집에 두고 온 딸들과 카톡도 하고 나는 카페 내부를 살펴보니 고흐의 그림과 특이한 조명도 맘에 들었다. 

무더운 날씨라 카페 밖을 나가기가 싫다. 
검색해보니 Sam Park의 '꺄시스의 카페'라는데 분위기는 고흐의 작품과 비슷하다. 

좀 쉬고 나서 경포대 해수욕장의 바닷가 모래밭을 걸었다. 나는 뒤따르며 카메라로 이것저것 장난이나 치면서 따라다녔다. 점심 손님이 몰리기 전에 식당에 가서 대게를 먹어보려 했지만 가격도 좀 비싼듯 했고 두 명에게는 양도 많아서 같아서 물회로 대신했다. 얼핏 우리는 먹으러 이곳에 온 사람 같다.

파도속에서 그저 발만 시웠했다. 나머지는 덥고 힘들고..
물회 맛은 우리동네가 더 나은듯... 역시 해수욕장 식당은 가성비가 별로다.

의외로 경포 해수욕장은 아내 맘에 들지 않았다. 결국 주문진 해수욕장도 가보기로 하였다. 이런 날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나온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저 집에서 선풍기나 에어컨이 최고인데, 이제 나도 나이가 먹었나 보다.

돌아오면서 아내와 작은(?) 언쟁이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 블로그 글을 쓰다 보면 이런저런 개인 일상사를 쓰고 나서 그것에 대한 내 느낌을 쓰는 것이 보통인데, 아내의 개인 사생활에 대해 블로그에 쓰지 말아 달라고 하는 것이다. 나는 아내를 위해 토요일 하루 전체 시간을 투자한 것인데, 본인의 사진도, 왜 강릉에 갔는지도 블로그에 올리지 말아 달라고 하니까 왠지 모르게 갑자기 화가 났다. 

사진이야 당연히 이해가 되지만, 내가 왜 강릉에 갔는지도 쓰지 말라는 것이 심하다고 생각했다.  비밀에 관계된 것이라고 생각되지도 않았고, 그것에 대한 사실을 표현하지 않고, 내 생각과 느낌은 어떻게 쓸 수 있을까? 답답했고, 너무하다고 생각했다. 그냥 지나치기엔 앞으로도 계속 이런 검열 같은 느낌을 받을 것 같았다. 이런 문제는 앞으로도 정답이 없을 것이다. 그때그때 서로 이해를 하는 수밖에 없겠지..

언쟁이 있기전 돌아오는 하늘은 아주 좋았다. (내가 운전도 안하고..)
귀성길 우리 부부의 기분처럼 강한 소나기를 만났다. 이것도 지나가겠지만..

집에 도착해 피곤했지만 단둘이 있기가 불편했고, 나는 무언가 마음 정리가 필요했다. 밖으로 나가 매주 토요일 저녁 모임에 좀 늦었지만 참석했다. 다른 분들의 경험담이 내게 생각거리를 던져주었다. 젊은 분은 부모에게 심한 짓을 했다고 반성했고, 나이 드신 분은 자식들이 본인에게 심한 행동을 한 것에 대해 이야기하며 그 원인이라 생각되는 본인의 과거 행동에 대해 반성을 하였다. 다행인지 며칠 전에 큰아이가 나랑 이야기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고 말했던 것이 생각났다. 나는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내 중심의 생활을 하고 있을 텐데..

항상 아내와 갈등이 있을 때는 내가 고집을 피웠고, 내 중심으로 결론을 냈던 떼쟁이가 이제 와서 반추를 해봐도 잘 바뀌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노력해서 한 번씩 상대방 입장이 되어 보는 것도 좋고, 내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관찰자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전에 블로깅한 대화의 기본원칙 HOW (정직, 열린 마음, 열성)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