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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설레임

캠핑과 등산

몇 년 전부터 아내와 매달 캠핑을 가려고 노력해 왔다. 몇 년의 시도 끝에 어느 정도 패턴이 정착되었다. 한여름, 한겨울에는 호텔이나 펜션으로 짧은 여행을 가기도 하지만, 되도록 2박 3일 캠핑을 다니게 되었다. 

올해는 1월 이천 3명 캠핑, 2월 설날 가족 전체 호텔 숙박 여행, 3월 강원 펜션 1박 부부 여행, 4월 양평 부부 캠핑, 5월 제천 캠핑(예정)이다.  대체로 매년 봄과 가을에 각각 2~3번씩 아내와 캠핑을 다녀오곤 했다. (겨울과 여름에도..)

우리는 오랜 기간 동안 천천히 동계용, 하계용 캠핑용품을 모두 장만했다. 최근 3월부터는 캠핑과 등산도 병행하기 시작해서, 4월에만 캠핑용품과 등산용품을 제법 많이 구매했다.

캠핑용품은 내가 주로 골랐고, 아내가 주문을 하는 역할 분담을 했다. 즉 내가 검토해서 기안하면, 아내가 최종 결제(결재)를 하는 구조다. 내가 좋아하는 가격대가 비싼 백패킹 용품은 거의 기각되었고, 아내가 캠핑에 호의적일 때 주로 결재가 되었다.

지난 몇년간 우중 캠핑이 많았는데, 우리 짐은 모두 바닥에 있었기에 불편했고, 결국 선반 겸용 쿨러스탠드 몇 개를 사게 되었다. (살 수 있었다) 지난 20년 넘게 사용한 테이블도 새로 구매했고, 기존에 가지고 있던 쿨러가 작고 불편해서 이마트 배달용 소프트 쿨러를 몇 년간 사용하다가 새롭게 좋은 것으로 구매했다.

자고로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배가 나아갈 수 있는 법이다. 타이밍을 노려서 재빨리 기안 결재(결제)를 올렸고, 통과되어 내가 보낸 쿠팡 링크는 와우 멤버십 회원인 아내에게 무료 배송 되었다. 반송은 거의 없었다. 내가 재빨리 포장 해체와 물품검사를 하고, 사용 가능 합격도장을 찍었기 때문이다.

 아내는 캠핑을 진심으로 즐긴다고 한다. 자연이 참 좋다고 한다. 나도 자연이 좋기는 하지만, 많은 짐을 가지고 가서 힘들게 피칭하고, 세팅하고, 다시 철수할 때 정리하고, 집에서도 정리하는 것이 힘들다.

특히 겨울에는 난로, 석유, 전기장판, 겨울침낭, 겨울이불, 극세사잠옷 등이 필요한 아내는 추위 예방에는 타협이 없다. 더운 것은 얼마든지 참을 수 있어도, 추운 것은 못 참는다고 한다. 내 차가 펠리세이드인데, 막내딸도 같이 캠핑을 갈 때는 짐을 더 넣을 공간이 없을 정도로 꽉 찬다. (막내는 잘 때 끌어안는 아주 커다란 소시지도 가져간다)

막내딸이 같이 갈 때는 텐트 피칭에 도움이 많이 되지만, 아내와 갈 때는 조금 다르다. 물론 폴대를 정리해주긴 하지만, 자신은 도움이 잘 안 된다는 이유로 따로 앉아있다. 예전에는 일하다 바로 출발했고, 도착할 때까지 거래처 전화를 받으며 신경을 쓰기에 피곤함이 이해는 되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텐트 피칭 이전에 아내의 의자를 꺼내서 근처에 펼쳐놓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그러면 텐트 피칭을 위해 폴대 연결을 잠깐 도와주고, 자동으로 의자로 가서 폰을 쳐다보고 있다. 이때부터 나의 탠트 피칭 능력이 발휘되는 시간이다. 짧은 시간 내에 멋지게 집을 만들어야 한다.

아내가 캠핑을 좋아하는 이유는 자연과 함께하고, 남편이 텐트 피칭을 해주고, 요리도 도와주고, 도망 안 가고 같이 있는 모든 것이 포함된다. 제일 큰 이유는 집에서 떠나면 일과 일상의 고민거리를 잠시라도 잊게 해 준다는 것이다. 캠핑지에서 잠도 좀 더 자고, 여유도 있어 보였다.

지금도 그렇지만 좀 더 늙어서 밥을 잘 얻어먹으려면, 지금부터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한 달에 한번 정도는 내 나름 최선을 다해서 같이 지냈다. 카페에 가지도 못하고, 다른 사람들을 만나지도 못하지만, 저녁 불멍도 하고, 독서도 할 수 있었다. 

첫날은 바쁘다고 해도, 둘째 날은 여유가 많았었다. 현지의 맛집도 가고, 카페도 가서 책도 읽고,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갈 때도 있었다. 그런데 이젠 캠핑 일정 내내 책을 읽을 시간이 없어졌다. 

아내가 체력이 좋아지면서 둘째 날에는 등산을 하는 것이 새로운 루틴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올해에도 벌써 4~5번의 산행을 했다.  등산 시간도 2~3시간에서 지금은 4.5시간으로 늘어났다. 나도 이때를 노려서 등산용품 구매 기안을 했고, 거의 결제가 되었다. 

등산배낭, 윈드재킷, 등산스틱, 팔토시, 티셔츠, 바지 등을 구매했다. 이젠 무거운 등산화 대신 트레킹화를 새로 살 것 같다. 원래는 20~30 미터 언덕 정도는 뛰어 올라갈 수 있는데, 발이 무거워서 못하고, 대신 신발을 바꾸면 될 것 같다고 한다.

덕분에 나도 살짝 바꾸면 될 것 같다. 나는 5~10 만원 정도인 캠*라인 정도면 만족할 것 같은데, 그분은 다른 옵션도 제안해야 할 것 같다. 아*테릭스라는 브랜드는 30만 원 정도 하는 것 같다. 한 번 사면 거의 평생 신을 신발인데 어떤 것 사겠냐고... (하차감이 중요하듯이, 다른 사람들과 모여있는 휴식 중 착화감이 중요할 듯하다. 휴착감인가?)

젊었을 때 올라갔던 산들을 이제 다시 시도하려고 한다. 청계산, 관악산, 용문산을 다녀왔고, 치악산과 북한산을 예정하고 있다. 그리고 나면 언젠가는 설악산과 지리산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면 아마도 여동생 내외가 영남 알프스 종주코스를 끌고 다닐 수도 있다. 

아이들이 어릴 때 회사에서 지급했던 텐트로 시작했던 캠핑이 20년이 넘었고, 그때부터 구매한 텐트가 5개가 넘는다. 거의 모든 캠핑용품들은 새롭게 다시 산 것들이다. 우리 부부는 새로운 캠핑과 등산의 세계로 재 진입하는 것 같다.  

캠핑용품과 등산용품을 동시에 준비하려면, 가짓수도 많고, 부피도 크다. 그래도 지금은 박스단위로 정리하고 포장을 해서 준비와 정리하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다. 첫날과 둘째 날 저녁 2번만 캠핑지에서 해결하는데, 고기 한번 굽고 볶음 요리 한번 하면 되니까 준비도 별로 필요 없고, 편하다.

탐험과 같은 여행은 삶을 바꾸고 진정한 나로 거듭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여행 전의 나와 여행 후의 나는 같은 존재가 아니다. 영웅이라서 모험을 떠나는 게 아니다. 모험이 그를 영웅으로 완성한다.
여행의 목적은 여행 그 자체다. 여정이 곧 보상이다. 이 말은 <지금 여기>에 온전히 존재하는 것과 같다. 여행은 늘 지금 여기라는 현재 진행형을 체험하는 것이다. 이것이 여행을 시작하는 사람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태도다.
[위대한 멈춤] p188

단순한 캠핑 루틴이 좋다. 시간 날 때 책을 읽고, 불멍을 하고, 일찍 잠이 들고, 충분한 시간을 쉰다. 우리에게 어울리는 캠핑이고, 그 과정이 좋다. 하고 싶은 것, 해야 할 것에 집중하기에 하지 않는 것들이 많다. 

이렇게 반복되는 일상과 이벤트에 시간을 보내다 보면 또 다른 전환이 되지 않을까 한다. 백패킹으로 전환될 수도 있고, 차박캠핑으로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캠핑하고, 둘째 날 현지 인근에서 새로운 등산을 해보는 것이 재미이고, 그것이 우리의 즐거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