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 연휴는 약간 짧은 느낌이다. 5일이면 충분한 기간이지만, 보통 다른 해에는 기간이 짧아 노조와 협의하여 하루 더 쉬는 것으로 되곤 했는데, 올해는 추가의 휴무일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반면 아내는 9일간의 휴무를 결정하였다. 나도 아내 회사에서 일했으면 좋겠다.
요번 연휴에는 2박 3일 가족캠핑을 가기로 하였기에 차례와 가족 모임을 앞에서 몰아서 하기로 하였다. 먼저 부모님과 조부모님 차례를 먼저 다녀오기로 했다. 추석 당일날은 공원묘지가 무척 붐비기에 전날 다녀오는 편이 좋았다. 어머니는 매사 일찍 서두르는 것을 좋아하셨기에 이해해주시리라 믿는다. 예전에는 실제로 어머니와 함께 일찍 아버지 산소를 다녔었다.
다음날인 추석 당일은 포천 숙부님 댁에 다녀왔다. 서둘러 새벽 운동을 마치고 출발했다. 전에 몇 번은 이른 새벽에 도착하여 일곱째 숙부님과 같이 새벽 운동을 하기도 했었는데, 요즘 컨디션이 안 좋으신 것 같다. 노화는 어쩔 수 없는 것이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야 하고, 또 그럼에도 아쉬운 게 늙어가는 것이다.
숙부님이 반갑게 맞아주신 이후에 차례상에 놓을 대추를 다듬고 계셨다. 나중에 마당에 나가보니 4~5개의 대추나무에서 아주 많이 열렸다. 하나 따서 먹어보니 아주 달다. 숙모님의 정성과 노력으로 준비한 음식으로 차례를 지내고 나서 친척들이 모여서 같이 식사를 했다. 예전에는 술잔이 많이 돌아다녔을 텐데, 이젠 술을 마시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흥나는 분위기는 조금 줄었지만, 조용한 분위기도 나름 좋다. (사실 나는 조용한 지금이 더 좋다)
친척 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캠핑 준비를 했다. 한 달 전에 다녀온 후 두 번째 캠핑이지만, 여전히 부족하고 빼먹은 것이 많은 느낌이다. 이번에는 날씨가 조금 추울 것 같아서, 아내와 둘째를 위해 동계용 침낭도 2개 사두었다. 그리고 전에 고기만 구워 먹었기에, 요번에는 몇 가지 음식 메뉴를 추가해서 쇼핑을 다녀왔다.
다시 하루밤 지나고 드디어 캠핑지로 출발이다. 나는 새벽 운동을 다녀오고 아내는 이동하면서 차 안에서 먹을 찰밥과 조미김을 준비했다. 둘째를 깨워서 준비를 하였다. 일부러 시간을 늦췄지만, 9시에는 이미 준비가 완료되었다. T-Map에 의하면 가평의 도착지까지는 1.5시간 예상이다. 13시 이후부터 입실 가능한데 너무 시간이 많이 남는다.
중간에 있는 양수리 두물머리를 들렀다. 평소에는 차량이 많아서 엄두도 못 내던 곳인데 오늘은 한산하다. 많이 걸으면서 꼼꼼히 구경을 하였다. 입장료는 좀 비쌌지만, 깨끗하게 꾸며진 '세미원'에서 좋은 시간도 가졌다. 두물머리 명물인 연잎이 들어간 연핫도그도 먹었다. 그럭저럭 시간을 보내고, 마지막 캠핑용 음식 쇼핑을 하고 난 후 캠핑장으로 향했다.
추석 연휴로 차가 밀릴 것을 감안해서 캠핑지를 경기권으로 정했었다. 가평과 양평을 살펴보았지만, 뒤늦게 예약하는 바람에 몇 곳 남지 않았기에 전기가 들어오고, 따뜻한 샤워를 할 수 있으며, 캠핑 사이트가 넓어 보이고, 혼잡하지 않은 구석진 사이트가 있는 곳으로 정했다. 가평의 '은석오토캠핑장'으로 예약했다. 그늘막이 있는 사이트이지만, 높이가 높아서 별도로 타프를 설치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그늘막이 있어서 타프를 설치하지 않았는데, 텐트 설치 이후 바로 비가 잠깐 내려서 타프를 서둘러 설치했다. 지난번 타프를 설치한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는 빠르고 쉽게 설치 가능했다. 둘째도 경험이 있어서 텐트와 타프 설치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
수납 장비가 없어서 캠핑 내내 쇼핑백이 흐트러져 있었다. 캠핑 가방, 수납박스, 테이블 등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숯불 직화구이가 좋기는 하지만, 대장작 화로대와 숯불구이 화로를 다용도 구이바다와 휴대가 간편한 화로대로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50미터 릴선도 고장 났으니, 30미터짜리로 새로 구입하려 한다. 다음에 언제 올지 모르면서 그렇게 장비는 하나씩 사들이게 된다.
가족들이 나와 같이 여행을 가면 불만이 있다. 좀 빡빡한 스케줄과 많이 걷는 것이다. 이번에는 걷는 것은 포기하지 않았지만, 일정은 느슨하게 만들었다. 첫날은 양수리 두물머리를 2시간 가까이 걸었으니 충분히 되었고, 둘째 날 오전은 중미산 휴양림을 하이킹하는 것이었다. 그 외에는 각자 자유시간(이라 말하고 잠자고, 게임하는 시간)을 주었다. 아내와 딸이 모두 좋아하였다.
물론 중미산 휴양림 하이킹할 때는 입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정상을 오르는 등산코스도 아닌데, '힘들다'와 '언제 내려가느냐'는 말이 번갈아서 나왔다. 뒤로 처지기 시작하는 젊은 히피족은 그 자체로 산과 일체감을 주는 모습이었다.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의 참가자 같은 모습이었다. (뒤로 쳐지니 기다리면서 사진을 찍을수 밖에)
나는 가족 동행 일정만으로는 운동량이 부족하여 평상시처럼 새벽 달리기를 하였다. 첫날 새벽부터 비가 내려서 타프 설치하기를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고, 달리기를 못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6시 넘으니 비가 그치는 것 같아 가볍게 달렸고, 다음날도 안전을 위해 일부러 늦게 시작해서 가볍게 달렸다. 달리기를 하기 위한 도로는 아니어서 해드 랜턴을 착용하고 반대쪽 차선으로 달렸다. 마주오는 차가 나의 불빛을 충분히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올해 두 번째 캠핑답게 음식도 조금씩 변화를 주었다. 별도로 웍용 프라이팬을 가져가서 국물이 있는 요리인 부대찌개, 어묵탕, 샤브샤브를 만들었고,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닭갈비, 목살, 아침 라면 등으로 부담을 덜었다. 아내가 미리 충분히 만들어 놓은 현미 찰밥도 남았다. 찰밥은 차가워도 맛나게 먹을 수 있어서 별도로 밥을 하지 않고 추가의 햇반 3개로 충분히 해결하였다.
다음번에는 좀 더 다채로운 요리를 준비할 수 있지만, 그러려면 좀 더 큰 용량의 보온보냉 박스 혹은 휴대용 냉장고를 구매해야 한다. 연휴가 많지는 않으니, 1박을 위한 캠핑이면 현재의 보냉박스만으로 충분하다. 꼭 필요하지 않다면 천천히 구매해도 될 것 같다.
이번 캠핑의 가장 큰 수확이라면 독서하는 캠핑이었다. 나는 이것 저것 하느라 책을 많이 읽지 못했는데, 아내는 짧은 2박 3일 동안 책 한 권을 다 읽었다. 아내는 경제경영 및 재테크 분야의 책이 재미있다고 한다. 캠핑 이후에도 일주일 이내에 <내일의 부> 2편을 다 읽고 나서 지금은 다른 책을 읽기 시작했다. 뒤늦게 배운 도둑질 같이 책을 읽어댄다. 사업하고, 집안 살림하고, 중국어 공부도 하면서 또 책까지 읽는 시간을 내고 있다.
마지막 날 힘을 합쳐서 텐트 철수를 하고 집으로 오는 길에 딸이 좋아하는 비건 음식이 가능한 카페를 들렀다. 중미산로 영암교에 있는 카페인데 마침 손님이 없어서, 양해를 구하고 2층의 베란다로 테이블을 옮겨서 예쁜 풍경 사진을 찍고 맛난 빵과 음료를 마시고 집으로 돌아왔다. 차가 전혀 막히지 않는 그런 편안한 여행이었다.
이번 캠핑은 신나는 경험은 없었지만, 위의 사진처럼 편안하고 밝은 시간이 지속되었다. 더구나 조용하면서도 독서의 즐거움과 산림욕의 즐거움, 조금씩 변화를 주는 요리를 즐기니, 다음번의 캠핑이 기대가 된다. 다만 알바로 인해 참석을 못했던 큰아이처럼, 둘째도 우리 부부와 같이 어울릴 시간이 점점 뜸해질 것이다.
세월은 흘러가고, 그에 따라서 삶의 환경은 변한다.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시간은 짧다고 아쉬워하지 말고 그 순간을 최대한 즐길 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변화된 환경에서는 그에 맞는 즐거움이 있을 것이다. 아내와 단둘이 다닌다면 차박도 가능하니, 자주, 간편하게 떠날 수 있다. 하여간 캠핑 장비 지름신이 조금씩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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