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변함없이 12월이 되었다. 한 해 동안 해놓은 것은 무엇인가 뒤돌아보면 한숨만 나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한 해의 목표를 아예 잡지 않던가, '건강하기'라는 아주 당연(?)하고도 현상유지를 하는 것으로 잡기도 한다.
나야 뭐 항상 꿋꿋하게 한해의 계획은 적극적으로 잡았고, 언제나 그렇듯 마지막에는 엄청난 후회를 하거나 자기 평가를 외면했었다. 2년 전에 단주를 시작하면서 생활이 많이 바뀌었지만, 한해의 계획을 수립하고, 결과를 평가해보는 것은 언제나 힘들었다.
회사에서 사업계획을 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그래도 최소 팀 단위로 여러 사람이 모여 상의하면서 계획을 수립하고, 그에 맞게 개인별로도 목표 항목을 추가하니 완성하기에 어려움이 없었다. 하지만 개인 목표는 비전이나 목적 등 원론적이고 기본적인 부분부터 막히고 만다.
작년 말 양재 나비 모임에서 연간 계획을 수립하는 행사에 참석하여 기본 순서와 틀에 맞게 대략적인 부분을 작성했고 이후 보완을 하여 2020년 계획을 완성했다. 2019년에 비교적 규칙적인 생활을 하였기에 지난 한 해의 평가 부분과 다음 한 해의 목표가 중첩되는 것이 많았다.
양재 나비 모임에서 연간 목표를 잡을 때 5가지 영역으로 나누었다. 업무, 신체/건강, 자기 계발, 가족/재무, 영성/봉사 영역이었다. 나는 신체/건강, 자기 계발 등은 목표가 많고 다양했는데, 나머지 부분은 별로 생각나지 않았었다. 아마도 크게 관심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5가지 영역을 다시 2가지 유형의 목표로 나누었다. '달성 목표'와 '습관 목표'였다. 작년 말에 연간계획을 수립하면서 다소 어려웠던 부분이 '달성 목표'와 '습관 목표'였다. 개념은 분명하게 다르지만, 달성 실적을 정량적인 누적 개념으로 보면 달성 목표로도 범주를 옮길 수도 있었다.
보통의 경우 '달성 목표'는 '참'이냐 '거짓'이냐로 판단 가능한 것이다. 시험 합격, 학업성적, 인사고과, 매출 달성 등등이 해당된다. 반면에 '습관 목표'는 매일 새벽 5시 일어나기, 10시에 잠자기, 영어공부 30분 하기 등등이 해당된다.
2020년 목표를 세울 때는 거의 모든 것이 습관 목표였다. 자출, 달리기, 근력운동, 독서, 걷기, 둘째 딸과 카페 가기 등등 모두 매일매일 습관처럼 하려고 했던 것들이었다. 달성 목표는 거의 전무하다시피 했다. 당면한 긴급하고 중요한 목표가 없었다. 이유는 목적과 비전을 찾지 못한 것이 이유이기도 하다.
가을 무렵 2020년을 되돌아보면서 습관 목표를 달성 목표로 바꾸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거의 매일 하지만, 어쩌다가 사정이 생기면 안 해도 되는 것들은 습관 목표로 놔두고, 꼭 해야 하는 것, 하면 다른 일상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달성으로 바꾸면 좋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매일 아침 달리기는 매일 7k 달리기(한 달에 200k 달리기, 1년에 2400킬로 달리기)로 바꿀 수 있었다. 근력운동은 매일 달성해서 1년에 365번 인증하기로 바꿀 수도 있었고, 매일 책 읽기, 매주 독서모임 등은 독서 메모를 연간 70개 이상 만들기로 바꾸었다.
반면에 '하루에 한 번씩 멋진 사진을 카톡 단톡 방에 올리는 것' 등은 습관 목표로 놔두었다. 생활의 즐거움인 사진 찍기가 의무일 필요는 없었다. 가족 식사도 마찬가지로 좋은 습관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습관은 좋은 것이고, 달성은 반드시 해야 하는 것으로 개념을 잡았다.
가을부터 2가지 습관 목표를 더 잡았다. 영어공부와 코딩 공부이다. 아직은 매일 조금씩만 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정량화를 하고 21년부터는 달성 목표로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 못하면 내일 해도 되는 것은 습관 목표, 어제 못다 한 것까지 오늘 해내는 것은 달성 목표인 것이다.
마라톤의 경우 마스터즈 마라토너의 경우 강한 훈련을 포함하여 월 200킬로를 뛰면 실력이 줄어들지 않는다. (아마추어 엘리트들은 300킬로 정도) 매일 달리기 하는 것과 한 달에 200킬로를 달리는 것은 같은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다른 결과가 나온다.
독서의 경우 책을 200권 읽기는 좋은 달성 목표이다. 하지만 질적인 결과는 측정되기 어렵다. 그래서 독서 메모로 정리된 것만 70권으로 정했다. 물론 더 읽으면 좋지만, 최소 70권은 책의 내용을 정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비슷하지만 오디오북은 매일 듣는다는 습관 목표로 정했다.
영어공부와 코딩 공부는 습관 목표로는 절대로 실력 향상이 되지 않는다. 영어는 시험을 보든가 해야 하는 것이고, 코딩은 결국 실용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서 사용해야 한다. 내게 맞는 달성 목표는 아직 떠오르지 않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명확해질 것이다.
달성 목표나 습관 목표 모두 스마트폰의 앱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 제일 많이 이용한 것은 'Loop 습관 제조기'앱이었다. 매일 체크하고, 알람까지 울려주니까 이것으로 습관 목표 실행에 도움이 많이 되었다. 단점은 'O' 혹은 'X'만 된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도움이 된 것은 '삼성 헬스' 앱이었다. 숫자가 표시된 체중, 달린 거리(시간, 속도), 걸은 거리, 수면시간 등 스마트와치에서 정보를 받아 정량적인 데이터를 수집하여 기간별로 보여주었다. 결과의 질적 판단이 가능했다.
세 번째로는 '에버노트'의 필기였다. 에버노트는 무료 버전을 쓰고 있고, '노션'은 유료로 사용하고 있었지만(지금은 유료인지 무료인지 확인을 안 해봤다) 독서 메모를 한 것을 저장해보니, 내가 지난 시간 정리한 자료들을 돌아볼 수 있었다.
최근부터 사용한 'X마인드 8'(마인드맵)도 데이터 정리에 활용하기 좋은 앱 같다. 회사에서 주로 사용하는데, 여러 가지 레벨과 범주의 업무들이 치고 들어오면 별다른 고민 없이 마인드맵에 일단 기록하고, 다시 우선순위와 일정별로 정리하기가 좋았다.
그리고 회사에서 시스템의 복잡성과 보안의 엄격함으로 클라우드 사용이 금지되고, 프로그램 간 전환이 불편했는데, MS의 one note로 대다수 업무자료의 중요 메모를 모았다. 회사 내의 클라우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최근 회사에서 'FLOW'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보안을 유지하면서 사외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 좋았다.
중장기 목표이든, 단기 목표이든 달성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있다고 한다. 매번 볼 수 있는 책상 앞, 모니터 배경화면, 침대 근처, 화장실 거울, 화장실, 핸드폰 배경화면 등 항상 무의식 중에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적어두면 저절로 목표가 달성된다는 것이다.
평소에 뇌가 알아서 인식하고 있다가 수없이 많이 들어오는 시각/청각/아이디어 중에서 그 목표와 연관된 생각과 방법이 떠올라서 목표를 달성하기 쉽다고 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목표를 들여다보는 습관이 목표를 달성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20년 아쉬웠던 점이 많이 생각난다. 하지만 후회보다는 내년에 다시 시작할 설렘이 더 크다. 스스로 조금씩 나아지고 있고, 건강함을 유지하고, 같이 살아가는 사람들도 행복한 모습을 많이 보는 것이 좋다. (내가 변해서 주위의 행복을 볼 수 있는 능력이기도 하다)
여전히 몸과 마음이 피곤할 때도 많을 것이고, 이 방법이 맞는지 의문도 생길 것이다. 주변과 갈등도 있을 것이며, 환경은 계속 변할 것이다. 하지만 나도 조금씩 강해지고 있고, 여유가 생긴다고 믿는다. 내년 이맘때는 좀 더 웃는 얼굴로 이 글을 보겠다고 다짐해본다.
# 요번 주에 블로그 내용을 미리 생각을 하지 않아서 글이 배를 타고 태백산맥을 이리저리 종주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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