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일간 슬럼프
40일 만에 블로그에 글을 쓴다. 블로그는 8월부터 안 썼지만, 생활의 루틴은 7월 중순 이후 무너진 것 같다.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있었다. 코로나에 따른 격일 단위 재택근무로 매일 루틴이 유지되지 않은 것이 가장 클 것이고, 근무지가 서울에서 마북리로 변경되었다. 더구나 정확한 근무지 이동 일정이 확정안 되어 주변 정리가 힘들었다.
자전거 출근시 이용하는 목욕탕이 영구 폐업을 했고, 코로나 접촉 의심으로 2-3일간의 집안에서도 격리생활을 했고, 늦여름 연속된 태풍 여파로 비가 계속 내려서 야외 운동을 못한 것도 큰 이유일 것이다. 매번 참석하던 독서모임도 온라인으로 바뀌었고, 가끔 참석하던 강연회 등도 전혀 열리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변화는 체중변화였다. 7월 말부터 운동은 부족했고, 식사와 간식 섭취는 늘어났다. 이전에는 한 달에 1킬로씩 조금씩 줄여나가던 체중이 그 무렵부터 10일 만에 2킬로 불어났다. 2-3일 강제 격리 기간 중에는 여기에 2킬로 더 증가했다. 그리고 8월 한 달간 다시 2킬로 늘어났다. 공복 기준으로 66.7킬로까지 관리했던 체중은 72.5까지 늘어났다. 가족들도 조금씩 걱정하기 시작했다.
지난 2년 반동안 일상의 루틴을 성실하게 잘 수행했었다. 운동과 독서는 내가 중점을 두고 신경을 썼다. 비가 많이 오고, 환경적으로 문제가 되어 운동을 잠시 동안 못할 수는 있지만, 독서는 어려울 것이 없는데 왜 그랬을까 생각해봤다. 물론 책은 꾸준히 읽었는데, 읽는 재미가 많이 사라졌다. 삶은 안정되고, 행복해졌지만, 알 수 없는 권태감이 늘어난 것으로 생각된다.
<결국 해내는 사람들의 원칙, P024>
인생에서 성취감을 얻지 못하고 결핍을 느끼는 이유는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결정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 운동과 독서 습관 살펴보기
책을 읽는 것은 그 자체로 많은 즐거움을 준다. 읽는 과정과 독서 메모로 남기는 과정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일이었지만 고통스럽지는 않았다. 오히려 다른 재미난 것을 배제하는 것이 조금 어려울 뿐이었다. 웹툰이나 유튜브를 되도록 보지 않는 것도, 넷플릭스를 신청하지 않는 이유도 소비적인 콘텐츠에 매몰되지 않고, 책을 더 많이 보기위한 노력이었다.
내가 참여하는 두 개의 독서모임이 있다. 양재 나비의 자기 계발 중심의 책들은 매주 성당이나 교회를 가는 것처럼 생활로 만들고 싶었다. 다른 모임인 성장판의 발제 모임은 나름 깊이가 있고, 책을 깊게 읽는 습관에 도움이 되어 좋았다. 그리고 점심때 걸으면서 듣는 오디오북은 내맘대로 골라서, 내가 편안하게 읽고 들을 수 있는 그런 내용으로 좋았다.
하지만 2개의 독서모임에서 진행하는 책을 읽고, 주변에서 추천한 책 한두 권을 읽기에도 벅찼다. 책의 장르도 제각각이어서 심화된 내용과 배움의 연결도 많이 아쉬웠다. 점심때는 운동이 목적이라 오디오북 듣기는 일종의 보너스였다. 그러다 보니 독서를 통해 매 순간마다 깨달음과 즐거움은 느꼈지만, 성취한 것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하면 결과적으로 아쉬운 느낌이 있었다.
<감정은 습관이다, P005>
자극적인 감정에서 벗어나 작은 감정들을 느낄 수 있고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하면서 만족감이 증가하고, 새로운 긍정적인 감정 습관에 들어서려는 순간 발생하는 무기력감입니다. 갑자기 모든 것이 공허하고 의미 없게 느껴집니다. 이유는 큰 방향성을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운동의 경우는 조금 다르지만, 역시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자전거를 주된 운동으로 선택한 이유는 퇴행성 관절염 때문이었다. 달리기보다는 무릎에 무리가 덜한 이유로 선택하였다. 출퇴근 시 복잡한 지하철에서 시달리기보다는 적극적으로 환경을 이용하고 개척하고 싶었다. 사계절 새벽하늘과 탄천의 풍경 변화를 느끼면서 살고 싶었다. 그렇게 1년을 넘게 지냈다. 아주 좋았다.
하지만 운동의 목적중에는 마라톤 완주가 있었다. 보스토너 (내 기준 3:30 이내 완주)가 되는 것이 최종 목표였다. 그런데 그다지 실력은 향상되지 않았다. 달리기를 매달 200킬로 이상 달려야 향상이 되는데, 한 달에 50~80킬로가 고작이었다. 하루에 운동을 거의 2.5시간을 하고 있는데 더 이상 시간을 늘릴 수는 없었다. 무릎은 조금씩 좋아지고 있었고, 변화는 필요했다.
◆ 새로운 루틴 형성
9월 1일부터 마북 연구소로 출근하면서 새로운 루틴을 만들었다. 자전거 출퇴근 대신 출근 전 달리기를 했다. 통근버스로 다닐 수도 있고, 자전거로 출근할 수도 있는 거리지만, 코로나의 영향으로 회사의 헬스장과 샤워장을 폐쇄했다. 도착해서 운동과 샤워를 못하니 자전거로 통근을 하는 것이 불편해졌다. 일단 당분간 새벽 달리기와 통근버스 조합을 이용하기로 했다.
9월에도 비가 가끔 내렸기에 쉬는 날이 있었지만, 25일이 지난 지금은 어느 정도 루틴이 생긴 것 같다. 자전거를 타지 않는 대신에 달리기를 하고, 통근버스에서 책을 읽는 것으로 변경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운동시간이 40~50분 정도 줄어들었다. 대신 책을 읽는 시간은 그만큼 늘어난 것 같다. 하지만 책을 읽는 시간을 늘리지는 않았다. 다른 무언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매일 달리기를 하기 시작한 지 25일이 지났다. 이번 달에 9일 정도 달리기를 안 했지만 16일을 달렸고, 최근 7일간 매일 달리기를 했다. 명확하게 루틴 목표를 설정했고, 이제는 새벽마다 어렵지 않게 실행하기 시작했다. 물론 습관을 형성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 말은 기존 습관이 깨지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 기상시간은 같고, 운동의 종류만 바꾼 것이다. 그것도 달리기는 17년 전부터 해오던 것이다.
물론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5~6킬로 무거워진 몸과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운동이 좀 힘들었다. 처음 2주간은 속도가 아주 느렸고 달리는 것이 힘들었지만, 4주가 다되어 가는 지금은 운동에 많이 익숙해졌다. 자전거 출퇴근을 안 하면서 가장 아쉬운 것이 있다. 새벽의 탄천과 하늘 풍광을 제대로 못 보는 것이다. 물론 달리면서 탄천을 보기는 하지만, 자전거로 더 많은 장소를 이동하므로 좋은 포인트를 발견하고, 사진을 찍어 카톡방에서 같이 공유하곤 했는데, 그것을 못하는 것은 좀 아쉬웠다.
그리고 다른 결심 중 하나는 주말 일요일 달리기 거리를 줄였다. 전에는 16킬로 달리기를 하였는데, 똑같은 루틴을 만들기 위해서 달리는 거리(6.7킬로)와 운동 시작시간을 매일매일 같게 맞췄다. 평일 출근시, 재택시, 토요일, 일요일 모두 똑같이 맞췄다. 이제는 매일 새벽 일어나서 고민을 하거나 선택을 할 필요가 없다. 그냥 강력한 기상 습관을 만들기로 했다. 마라톤 완주를 위한 거리 늘리기 훈련은 나중에 고민하려 한다. 지금은 강력한 습관을 다시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통근버스에서 출퇴근 시 30분씩 시간이 생겼다. 이때 책을 읽기로 했다. 평소에 필요성은 느끼고 있었지만, 엄두를 못 냈던 영어 원서 읽기를 시작했다. 수준은 되도록 사전 없이도 80%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초등학교 학생들이 보는 소설류로 정했다. 모르는 단어는 의외로 많고, 관용어구도 모르는 것이 많지만 계속 읽어갈 수는 있었다.
그리고 퇴근 후 카페에서 2시간 독서시간 중 한 시간을 줄였다. 파이썬 코딩 관련 공부를 한 시간 하기로 했다. 책 읽는 시간이 줄어들어 문제이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이전에는 한주에 2권씩 읽으려고 노력했던 것을 한 권으로 줄이려고 한다. 그리고 지난 2년간 읽었던 책을 다시 한번 복습하는 의미로 살펴보려 한다. 200권 정도 읽었지만, 그것들이 전혀 기억나지 않기 때문이다.
◆ 유지 목표에서 달성 목표로
<프레임, P044>
자기 삶에 대한 평가가 시시하다면 내가 시시한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답이 안 나오는 인생을 살고 있다면, 질문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 무언가 더 나은 답을 찾고 싶은 사람은 세상을 향해 던지고 있는 질문부터 점검해야 한다.
2020년 새해 목표를 다시 보았다. 많은 목표가 좋은 습관을 유지하는 것이었다. 그나마 달성 목표 중 가족여행과 마라톤 완주 등 2가지는 코로나로 인해서 달성이 어려울 것 같다. 가족여행은 캠핑여행으로 대체하지만, 마라톤 완주는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내게 마라톤 완주가 의미가 있을까? 이미 20번 가까이 완주를 했기에 조금 급하거나 절실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과감하게 목표를 수정했다.
<프레임, P012>
사회학자 벤저민 바버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나는 세상을 강자와 약자, 성공과 실패로 나누지 않는다. 나는 세상을 배우는 자와 배우지 않는 자로 나눈다"
두 번째 어학 공부를 조금 더 강화하기로 했다. 단어 외우기는 꾸준히 하지만 하루에 5~10분 정도로는 실력 향상이 되지 않는다. 조금 덜 퇴보할 뿐이다. 그나마 조금이라도 향상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결국 통근버스에서 원서 소설 읽기를 하기로 했다. 하루에 한 시간 정도면 조금이라도 실력 향상될 것으로 생각한다. 한 달에 2~3권을 읽으면 올해 10권을 완독 목표로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퇴직 후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파이썬 프로그램 코딩을 배워보기로 했다. 주변에서 대다수 진심 어린 걱정을 해주었다. 처음부터 너무 심각하게 프로그램 공부를 한다는 현실적이고 경험에서 우러나온 업계 전문가의 우려도 있었고, 왜 힘들게 새로운 것을 하냐는 아제 같은 동료들 걱정도 있었다. 올해 회사에서 제공하는 코딩 교육의 자격을 받아보면 내년에는 갈 방향인지 아닌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내게는 운동과 독서라는 강력한 코어 습관 형성이 중요한 유지 목표다. 이것을 통해 다른 것들을 해나갈 원동력이 생긴다. 올해 봄에 황농문 교수님의 <몰입>을 읽었고 아주 좋았으며, 지금은 <공부하는 힘>을 읽고 있는데 여전히 좋다. 위에서 이야기한 두 가지 새로운 목표(습관)를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생기고 있다. '몰입'해서 '공부하는 힘'을 위해 생활의 변화를 주어야 할 텐데 힘들겠지만, 설레는 목표와 고민을 갖게 되었다. 앞으로 두 가지 새로운 목표에 몰입해서 성과를 만들어 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공부하는 힘, P038>
화두선에서 몰입도가 올라가는 원리는 '도전과 응전'의 법칙으로 이해할 수 있다. 화두선은 화두라고 하는 풀리지 않는 난제를 앞에 두고 피하거나 주눅 들지 않고 정면으로 승부하면서 1초도 쉬지 않고 도전하는 행위이다. 이 행위가 지속되면 우리 뇌에서는 주어진 도전에 응전하기 위한 일련의 변화가 일어나는데 그것이 바로 몰입도가 올라가는 과정이다. 몰입도가 계속 올라가다 보면 결국 주어진 도전에 대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응전 상태에 도달하게 되는데 이 상태가 바로 삼매이고 몰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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