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의 아름다움

내가 송년회 시즌을 보내는 방법

송년회의 계절이 돌아왔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것이다. 혼자서도 돌아보지만, 사람들을 만나 감사와 애정을 나누는 뜻깊은 시간들이다. 올해도 만나고 내년에도 만나는 사람들인데 송년회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1년 단위로 우리의 삶은 조금씩 혹은 급격히 바뀌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아이들은 진학을 통해 환경과 삶이 바뀌고, 그에 맞게 부모들도 삶이 업데이트된다. 회사에서는 조직과 인사의 변동을 통해 새로운 환경으로 바뀐다. 조직과 사람이 바뀌지 않더라도 1년 결산을 통해 다음 한 해를 예측하며 준비를 하게 된다. 여러 송년회를 통해서 나의 일 년간의 삶이 투영되는 것 같다. 

참치회와 눈물주 : 최고의 회식 조합

◆ 변함없는 모임, 그러나 변하는 사람들

내게 일상적인 송년회는 3개 밖에 없었다. 먼저 회사의 공식적인 송년회다. 술 한잔 하면서 동료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이후 우애를 다지는 건배와 2차, 3차로 자리를 옮기며 송년회는 망년회로 변했었다. 나는 술을 끊었고, 회식이 간소화되면서 일찍 시작해서 간단한 2차 정도에서 끝나는 것으로 변했다. 끈끈한 동지 같은 모습은 사라졌다. 미소 짓는 얼굴로 헤어지는 송년회가 되었다. 낯설긴 하지만 반가운 모습이다. 

다만 올해는 하나의 모임이 하나 더 있었다. 명예퇴직을 신청한 선배 한 분의 송별회가 추가되었다. 나와의 연배 차이로 봐서도 남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그분은 그래도 다른 곳으로 옮기려고 준비하던 와중에 회사에서의 퇴직 조건이 좋아 신청한 것이라 다행이었다. 참석한 중년의 후배들과 동년배는 축하와 건승을 기원했지만, 한편으로는 몇 년 뒤 자신의 모습을 보는 자리였다. 영원한 것은 없다. 결국 회사는 자신의 분신이 아니다.  

두 번째는 오랜 친구들과 함께 하는 모임이다. 편한 마음과 언어로 항상 좋은 모임이지만, 그런 만큼 격렬한 논쟁이 있는 경우도 있다. 오랜 기간의 바닥에 있던 앙금이 올라오는 경우도 있다. 변하지 않는 마음과 많이 변한 모습들을 동시에 만나는 것은 놀라움과 안타까움과 그리움과 안정감을 준다. 항상 고맙고 아픈 존재들이다. 항상 잘되었으면 하는 깊은 바람이 있다.

마지막은 가족모임이다. 새로울 것 없지만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맞이하며 케익을 사서 맥주와 주스를 마시며 소감을 듣던 자리였다. 아이들이 사춘기를 지나면서 한해의 소감이 훈시와 잔소리로 변하고 자신에 대한 비판과 방어의 자리로 인식되면서 뜸해졌다가 다시 부활하고 있다. 올해는 맥주와 주스를 마시는 사람들이 바뀌었을 뿐이다. 나와 아내는 술을 멀리하고 있고, 딸들은 둘째마저 성인이 되기에 맥주 한잔 하는 것을 무척 좋아한다.

케이크를 사서 다 같이 저녁식사를 했던 것은 매년 지속했다. 다만 올해에는 한해의 감사했던 소감과 칭찬하고 싶은 사례들을 부활하고 싶다. 딸들의 지적처럼 어색하지 않게 자연스러운 대화로 이끌어 보려 한다. 성인이 된 두 딸들 이해의 폭도 넓어졌고 나도 일방적인 진행이 필요 없어졌다. 긍정적인 인식과 적극적인 자세로 서로 간에 격려하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올해는 특별한 모임이 하나 더 있었다. 캐나다로 이민가신 매형이 한국으로 잠시 오셨고, 울산의 여동생 내외도 시간 맞춰서 올라와서 아이들도 같이 했던 친척모임이 되었다. 오랜만에 보아도 반갑고 편안했다. 내 주위에는 형이 없었는데 매형과 이야기하다 보면 편안하고 든든했다. 매형도 타지에서 약간은 외로운 모습이 느껴졌고 자주 봤으면 좋겠다고 공감을 했다. 조카들이 자란 모습을 보니 대견하기도 하고, 성인이 되어 자기들끼리 재미있게 보내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고기도 잘 먹고, 술도 잘 먹고, 밤늦게까지 게임도 즐기고...

◆ 올해부터 시작되는 새로운 모임들 

올해 4월부터 독서모임 3곳을 가입했다. 독서메모는 18년부터 기록했지만 독서모임을 통해 좀 더 집중도와 관점을 넓혀보고 싶었다. 한 곳은 평일 모임이고 늦게 끝나서 일상유지가 힘들어서 현재 안 나가고 있다. 나머지 2개의 모임을 나가고 있다. 한 곳은 실천의 에너지를 받고 있고, 한 곳은 한 달에 한 권씩 문장 속 글귀들을 되새기는 것을 좋아한다. 두 모임 모두 각각의 특징으로 내게 다가오는 모임이다. 

두 모임 모두 송년회를 한다. 한곳은 이미 했고 다른 곳은 예정되어 있다. 매주 보는 모임은 사람이 익숙한 사람들과 매번 새로운 사람들로 인해 북적이고 있다. 실천을 중시하는 활기차고 적극적인 사람들로 인해 송년회가 기대된다. 다른 곳은 온라인의 모임에서의 모습을 실제 오프라인에서 보게 되는 그런 모습이다. 시간이 많이 지나면 바뀌겠지만 얼굴 익히는 느낌이다. 한편 회원들의 온라인의 활동과 비교해보면 재미있다. 단점이라면 전체적으로 모든 모임이 늦게 끝나는 것 같다. 다음날까지 여파를 미치고 있어서 일상과 조화가 필요하다.

다른 모임 하나가 더 있다. 스몰스텝이라는 모임이다. 작은 습관들의 성취를 기반으로 삶의 활력을 다져가는 모임이다. 이 모임은 소그룹이 많아서 주별/격주별/월별 정규 모임만 나가도 한 달의 스케줄이 꽉 차게 된다. 이곳도 활기찬 에너지가 넘치는 곳이지만, 온라인 기반이라 매번 참석하지 않아도 분위기는 알게 된다.  이곳에서 파생된 모임중 한 곳을 선택해서 격주별 모임에 참석 중이다. 그렇게 2번의 송년회가 기다리고 있다. 친절하고 밝은 사람들을 통해 나는 다시 즐거운 시간을 보낼 것이다.

매주 참석하지만 송년 모임이 없는 모임도 있다. AA모임이 있고, 독서 MBA가 그렇다. 아직까지는 송년 모임 공지가 없지만 아마도 번개 형식으로 송년회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이 모임들도 아마 참석할 가능성이 많다. 올해는 정말 바쁘고 정신없는 한 해가 될 것이다. 술을 안 먹는 송년회는 작년에 경험했지만 일부러 송년회를 피했었다. 올해는 부쩍 늘어난 모임을 다니면서 체력과 일정을 관리해야 한다.  

◆ 일상과 이벤트의 조화 

연말이 되어 여러 모임을 나가다 보니 소홀해지는 것이 생긴다. 생활의 기본 루틴이다. 나게 있어 가장 중요한 루틴은 세가지가 있다. 각각 운동하기, 책 읽기, 가족과 함께하기 이다. 밤늦게 모임이 끝나면 자전거를 타고 퇴근이 어려워 다음날 아침까지 운동을 거른다. 운동량은 줄어들지만 수면시간은 손실이 거의 없어서 일상생활에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책 읽기는 문제가 된다. 아무도 관리하지 않는다. 나 스스로 다짐하면서 읽어나갈 뿐이다. 하지만 읽는 속도와 깊이가 점점 다르게 느껴진다. 책을 정독해나가는 힘이 급속도로 약해짐을 느낀다. 

제일 큰 문제는 세 번째로 느껴진다. 가족과의 저녁식사는 몇 번 빠진다고 변화가 크지 않게 느껴진다. 하지만 식사 후 둘째와의 공부 겸 독서시간의 공백은 확실하게 티가 난다. 둘째의 습관 리스트에 체크표시가 현저하게 줄어든다. 아빠와의 저녁시간은 자기 계발 시간인데 이것이 게임 등 다른 것으로 채워질 경우 연속된 늦은 잠자리와 늦은 기상으로 이어진다. 

송년회 자체는 여러 사람들과의 만남 자체로 좋은 일이지만, 내 삶의 우선순위를 고려해야 한다. 가족들과 같이 성장하겠다는 내 바람과 상충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내가 송년회와 정규 모임에서 새로운 경험과 즐거움을 얻을 수 있지만 매일매일 지속하며 체력과 성찰력과 가족 간의 유대감을 키우는데 방해가 된다면 과감하게 결단을 내려야 한다. 

일시적인 시간이니 호들갑은 피해야겠지만, 2차나 3차로 이어지는 관성은 과감하게 사양하고 집으로 가야 한다. 아내와 딸들이 있는 곳으로 가서 내가 항상 그곳으로 가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안정감을 심어주고 나도 마찬가지로 원칙을 지켜나간다는 스스로의 다짐을 다져야 한다. 그것이 내 삶의 이상형이라고 믿는다.

이런 딱딱한 글보다는 단주(금주)를 지켜나가는 내가 망년회 모임에서 술을 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요새는 왜 이렇게 진지 충만한 글만 쓰는지 모르겠다. 
여유와 재미가 없는 삶이 아닌지 반성해본다. 
반성해서는 재미가 생기지는 않는데...

'일상의 아름다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동하는 삶을 배운다.  (2) 2020.01.05
성탄절을 맞아 생각나는 성가대의 추억  (0) 2019.12.25
휴일 아침 스타벅스 첫손님  (0) 2019.12.08
하루메모 191125  (0) 2019.11.25
생활의 일탈과 변주  (0) 2019.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