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7시 전에 집 근처 스타벅스 매장에 도착했다. 스타벅스는 7시에 개장하므로 직원들이 부지런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옷을 따뜻하게 입었지만, 겨울의 날씨는 추웠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부탁하니 친절하게 안에서 앉아 기다릴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었다.
이윽고 7시가 되어 매장 전체에 불이 켜지고 나는 내가 주로 이용하는 자리로 갔다. 지난 4월 말부터 이 자리를 이용했다. 여름에는 내가 제일 먼저 찾은 손님일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두 가지 이유로 첫 손님이 못되었다. 첫째는 계절의 변화와 새벽에 하는 달리기 거리가 증가되었기 때문이다. 운동을 시작하는 시간도 늦어지고, 운동을 마치는 시간도 늦어지니 카페로 오는 시간이 늦어졌다.
더불어 잠을 많이 자려고 하다 보니 일요일 몸이 불편하면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게 되었다. 그런 날은 7시 이후까지 잠을 자고 겨우 카페에 오다 보니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자리는 다른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오늘은 운동을 오후로 미루고, 잠도 충분히 자고 일찍 카페로 왔다. 아무도 없는 카페의 넓은 빈자리를 바라보면 장소를 독점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 생활의 시작을 커피로 하는 사람들
금주 노트북의 OS를 재설치하였기에, 인터넷 세팅부터 다시 하고 글쓰기 준비를 하고 나서 스텝이 일하는 곳으로 가서 커피를 주문하려고 카운터로 갔다. 벌써 그새 첫 주문 손님이 왔다. 내 예상대로 카페 자리에 앉는 사람이 아니고 텀블러를 가지고 와서 주문한 커피를 담아가는 것이다.
그 이후로 3~4분이 연속으로 텀블러로 테이크 아웃하는 사람들이었다. 일요일 이른 아침(요새는 거의 새벽이다) 급하게 커피를 담아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충 상황이 이해가 되는 경험이 있다. 전에 이런 상황을 이야기하니 이해를 못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해를 못한 그분들은 이른 아침 스타벅스에 가시는 분들은 공부를 하거나 주로 책을 읽는 사람들이기 때문이었다.
한 8년 전에 캐나다 누나 집에 갔던 적이 있다. 약 2달간 누나 덕에 잘 놀다 온 적이 있는데, 캐나다에 정착한 누나의 생활이 인상적이었다. 넓은 지역을 다니는 나라다 보니 개인 차량으로 새벽에 이동하는 경우가 많은데, 캐나다에는 우리나라처럼 24시간 운영하는 김밥천국, CU 등의 상점들이 별로 없었다.
캐나다에서는 '팀홀튼'이라는 국민 카페에서 커피와 도넛, 수프 등을 24시간 판매하기에 차로 이동하기 전에 모두들 '팀홀튼'에 들러서 잠시 쉬어가기도 하지만 대다수는 테이크아웃을 하는 것이다. 장시간 운전해서 가야 하니 집에서 미리 보온보냉이 잘되는 커다란 텀블러를 들고 '팀홀튼'을 찾았다. 가격도 스타벅스 대비 저렴하여 탄탄하게 자리를 잡았다.
우리나라는 대도시 곳곳에서는 물론이고, 고속도로 중간 휴게소에서 커피를 많이 판다. 그런데 굳이 별다방에 들러서 커피를 사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별다방의 음악과 분위기와 편안히 장시간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 환경에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반면 내 아내처럼 별다방 커피맛을 너무 좋아하여 생활의 시작을 커피와 함께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별다방은 커피맛도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영업시간이 길고, 점포가 많아 애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다.
◆ 부지런히 공부하는 사람들
이른 아침부터 오전까지 스타벅스를 찾는 사람들 중에는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앉아 있는 시간이 오래되어도 눈치를 보지 않으니 별다방을 선호하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더불어 은은한 커피 향과 거슬리지 않는 음악이 좋아서 이어폰으로 귀를 막지 않아도 공부에 크게 방해가 되지 않는다.
회사일이나 학교에 리포트를 준비하거나, 자료 정리를 위해 이른 아침부터 노트북을 펴고 부지런히 입력하는 사람도 있고, 영어책이나 자격증 관련 책을 가져와서 부지런히 자기 계발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의 모습은 경건하기도 하고, 존재감이 없기도 하다. 차분하게 몇 시간을 앉아서 공부하는 모습은 학창 시절 공부에 집중하는 우등생들과 무척 닮아있다. 나는 따라 해보려 해도 잘 안된다. 그냥 아름답게 바라볼 뿐이다.
특이하지만 일명 일대일 과외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참 전부터 유행하는 것이지만 별다방보다는 동네 스몰 카페에서 더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집에서 하는 것이 부담되어 요즘은 카페에서 많이 과외를 한다. 별다방은 좀 특이하게 연속해서 2탕을 뛰는 강사도 있다.
10시 이전에 동성이거나 혼성 커플로 와서 같이 공부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 실제 와서는 책에 집중하기보다는 서로 간 이야기를 더 많이 하거나, 폰을 많이 본다. 원래의 목표는 열공을 하려고 서로 격려하며 이곳으로 오는 약속을 지켰겠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는 염불보다는 잿밥에 관심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서로 얼굴을 보려고 온 것이든, 진짜 공부를 하려고 온 것이든 미소를 짓게 만드는 훈훈한 광경이다.
이곳에서 거의 매주 보는 어학공부 사제지간이 있다. 30말~40초로 보인다. 학생이 언니이고 선생님이 동생인데 아주 흥미 있는 짝꿍들이다. 수업에 관한 내용이 절반이고 서로에 대한 생활에 대한 대화가 절반처럼 들린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겠지만 생활에 관한 대화에서 목소리가 좀 더 커지니까 그렇게 들리는 것 같다. 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서로 언쟁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역시 선생님답게 딱 자르고 수업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혹시 언니인 학생은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더 좋아할지도 모른다는 개인적 상상을 해보게 된다.
◆ 간단하고 편리한 휴일 브런치
여름부터 가을까지 많이 본 광경 중 하나는 가족 손님이다. 그것도 아주 어린아이를 포함한 핵가족들이다. 유모차를 동행하기도 한 이 가족들은 매주 2~3팀을 보게 된다. 어린 아기는 매장 안을 방긋거리며 아장아장 걸어 다니면서 다른 손님들을 미소 짓게 하고, 아기의 부모들을 긴장시키기도 한다.
맞벌이 가정들이 보편화되면서 주말 아침의 식사에 대해 고민이 많은 시대다. 평일에는 각자도생으로 식사를 해결하였지만 주말 아침에는 피로를 풀기도 하고, 일주일간 노고에 대한 보상을 받기도 해야 하고, 가족 간에 같이 어울리기도 해야 한다.
식사메뉴를 미리 고민하지 않아도 되고, 음식 준비물을 준비할 필요도 없고, 누가 해야 하는지 신경전을 벌일 필요도 없다. 물론 설거지도 필요 없다. 일찍 일어나서 엄마 아빠의 눈꺼풀을 뒤집는 아기가 잠을 깨우면 간단하게 씻고 옷을 챙겨 입고 함께 밖으로 나가기만 하면 된다. 아기가 깨는 시간은 엄마 아빠의 자고 싶은 시간보다는 이르게 시작될 것이다.
그렇게 휴일 아침은 아기의 웃음으로 시작하면 된다. 이들은 아침식사를 아주 맛나게 먹는다. 이들 가족이 브런치를 먹는 모습을 보면, 아침을 이미 먹었지만 나도 음식메뉴를 시켜서 먹고 싶어 진다. 생기가 넘치는 이 가족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내 아이들이 살아갈 모습을 미리 그려보기도 한다. 요즘 세상의 모범답안처럼 보이기도 한다.
몇 년 전에 아내도 그런 생활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가사노동은 바닥청소 몇 번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나와 같이 살다 보니 같이 맞벌이를 하는 아내가 생각해낸 묘수였다. 아이들은 주말 아침에는 10시까지 일어날 생각을 못하고, 아내도 평일의 피로를 주말에 잠 보충을 하면서 에너지를 보충하고 나서 맛난 것을 먹고 싶고 아침 준비를 하기에는 몸이 무거운 것을 해결하는 것이 카페 브런치였다.
판교에 있는 그 당시로는 새로운 형태의 브런치 카페를 몇 번 갔었다. 그러나 나의 노골적인 비협조로 그 생활은 유지되지 못했다. 나로서는 새벽 운동을 마치고 브런치를 먹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그 시간 동안 잠을 자는 아내와 딸들을 기다리지 못했다. 배도 이미 많이 고프고 나의 생활패턴과는 어울리지도 않고, 간단한 샌드위치와 샐러드 중심의 브런치 메뉴도 내 입맛에 맞지 않았다.
다른 하나는 중장년 아침식사 손님들이다. 아내와 내가 생각하는 10년 뒤 우리 부부의 이상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60대 정도의 손님들인데 부부가 같이 오기도 하고, 동성분들끼리 오기도 한다. 이들은 아침 일찍 일어나서 식사와 함께 생활을 시작하는 분들로 보인다.
동성끼리(특히 여자분들) 오신 분들은 아주 여유로운 모습이 오랜 친구들처럼 보인다. 카페에 와서 브런치를 먹을 만큼의 경제적 생활과 마음의 여유가 있고, 친구도 있다는 것이 참 부러운 분들이다. 남편들은 어디에 있는지 모르지만 친구와 이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나름 열심히 사시고, 행복한 분들로 보인다.
몇 년 전에 아내도 그런 생활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가사노동은 바닥청소 몇 번이 전부라고 생각하는 나와 같이 살다 보니 같이 맞벌이를 하는 아내가 생각해낸 묘수였다. 아이들은 주말 아침에는 10시까지 일어날 생각을 못하고, 아내도 평일의 피로를 주말에 잠 보충을 하면서 에너지를 보충하고 나서 맛난 것을 먹고 싶고 아침 준비를 하기에는 몸이 무거운 것을 해결하는 것이 카페 브런치였다.
◆ 일요일 오전의 일상들
일요일 오전을 카페에서 보내다 보면 몇 가지 일상이 반복된다. 나름 선택의 재미와 생각거리가 있어 심심하지 않아서 좋다.
▶ 그란데와 벤티 사이의 고민
커피를 주문할 때 매번 고민하는 것 중 하나가 사이즈 선택이다. 처음에는 최대 5시간을 카페에서 머무르니까 벤티를 주문했다. 그런데 매번 커피를 남겼다. 절반을 남긴 적도 있으니 돈보다도 커피를 버리는 것이 아까웠다. 이후에 그란데를 몇 번 주문했는데 할 때마다 커피가 부족했다. 그란데를 주문하면 매번 부족하고 벤티를 시키면 매번 남겼다.여름과 가을에는 아이스커피와 뜨거운 커피 선택에서 매번 고민했다. 그리고 막내딸과 몇 번 와서 브래드를 시킨 이후로는 혼자 올 때도 스콘이나 쿠키를 같이 주문하고 싶은 유혹을 받는다. 최근에는 살도 찌고 겨울도 되었으니 이런 고민은 사라졌지만 그란데와 벤티 사이의 고민은 항상 반복된다.
▶ 3 천보 걷기
글을 쓰면서 한 시간 정도 지나면 온몸이 비틀린다. 무릎 관절 부위도 불편해지고, 집중력도 흐트러진다. 이럴 땐 스스로의 능력을 자학하지 않고 바로 일어서서 밖으로 나간다. 카페 앞의 큰 건물을 4~5바퀴 돌면 10분 정도에 1 천보를 걷게 된다. 오전에 2~3번 정도 밖으로 나가서 걷는다. 관절도 부드러워지고, 자세도 교정되고 머리도 비워진다. 하늘을 보면서 사진을 찍을 때도 있고, 대형교회의 셔틀버스를 기다리는 신자들의 모습도 본다. 걸으면서 하늘은 보면 기분이 저절로 풀린다.
▶ 성실하고 친절한 직원들
대다수의 별다방 직원들이 성실하고 친절하다. 그러나 내가 사는 곳의 직원들은 특히나 더 친절한 느낌을 받는다. 평일 자전거를 안 타고 늦게 출근하다 보면 6:30 정도 카페를 지나치는 경우가 있는데 매번 카페 안에서 개장 준비를 하는 직원들을 보게 된다. 얼핏 보았지만 2명의 남녀 직원들이 변함없이 장기간 일을 하고 있다.
오늘 아침에도 개장 전에 들어와서 불편함을 끼쳤지만 친절하게 대응해주었고, 몇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이 적극적이고 친절하게 손님맞이를 한다. 의무적인 서비스과 정성이 있는 친절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손님들의 기분을 상하지 않는 세련됨이 좋다. 특히 이 매점의 직원들은 오랫동안 보아왔기에 신뢰감이 더 간다. 이런 서비스가 일요일 오전을 풍요롭게 만든다.
▶ 그 밖의 손님들
어느 카페처럼 비슷한 유형의 손님들도 있다. 책을 가지고 와서는 예쁜 인증샷을 찍고 계속 폰을 보는 분들도 있다. 인터넷 강의를 위해 노트북을 켜놓고 정작 스마트폰의 게임에 몰두하는 형들도 있다. 이른 아침부터 보고 싶은 짝꿍을 만나서 온통 꿀을 흘리는 커플도 있다. 운동 후에 카페로 와서 젊을 기운을 뿜어내는 그룹도 있다. 심각한 표정으로 무언가를 계속 상의하는 아주 젊은 사람들도 있다. 서류를 꺼내서 설명하면서 우리는 사업 관련 협의를 하는 사람도 있다. 모두들 일요일 오전을 적극적으로 시작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표정과는 상관없이 모두들 멋있게 보인다.
이제 가족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가서 잠꾸러기 딸들을 볼 시간이다. 나의 일요일 아침은 이렇게 혼자만의 시간이기도 하고, 사람들을 관찰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이번 주 블로그 제목을 지어준 박요철 작가님에게 감사드린다. 평상시 일상의 소재를 글로 발굴하고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은 연습과 실습이 최고임을 글로써 보여주신다. 다음 주에는 어떤 사람을 바라볼까? 오늘 오전 별다방에서 사람들의 얼굴과 표정을 오랜 시간 관찰하면서 상상할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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