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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아름다움

글을 쓰는 번거로움과 즐거움

오늘 아침에는  서늘한 느낌에 일어나니 창문이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충전을 위해 알람시계(갤럭시 기어)를 꺼놓고 잤더니 아침 7시까지 푹 잤다. 창가에 가보니 아파트 방의 나무 창문이 심하게 덜컹거렸다. 바람은 마치 25년이 넘은 창문 정도는 자기가 노력만 한다면 충분히 깨뜨릴 수 있다는 듯했다.

별일 없는지 뒤쪽 베란다 문을 열고 나가니 밖에 있는 나무의 가지와 잎들은 바람에  심하게 시달리고 있었다.  우리 집 고양이(민영이)가 새끼 5마리를 보살피느라 몸을 핱아대고 있노라면, 태어난 지 15일 된 새끼들은 온몸이 흔들거리는 것과 흡사했다. 어쩐지 나도 반바지에 반팔을 입고 잠을 잤는데, 이불을 덮었는데도 자는 내내 서늘한 느낌이 있었다. 초여름 같은 날씨가 지속되어 그냥 봄이 지나가나 보다 했는데, 질투 어린 봄의 자기표현은 이렇게 한밤의 고양이 울음처럼 신경 쓰이는 존재로 다가왔다. 

별다르게 할 일도 없고, 책을 좀 보다가 좀 서늘하고 집중도 잘 안되어, 새끼 고양이처럼 아침을 뭐 먹을 건지 물어보면서 아내를 깨웠다. 아내는 어미 고양이처럼 자동적으로 잠이 깨어나서 천천히 아침준비를 하였고, 나도 집안의 몇 가지 잡동사니를 정리하고 나서, 잠깐 동안 두부 부치는 등 어려운(?) 요리를 것을 도왔다. 꿈나라 두딸들을 잠깐 식탁으로 소환하여 같이 영양보충을 하게 하고, 다시 꿈나라로 보내드리고, 아내는 사업가답게 거래처를 만나러 갔고, 나는 준백수답게 장난감을(노트북) 가지고 집 앞의 스타벅스로 커피를 마시러 왔다.  

블로그를 시작했으니, 벤치마킹을 해보려 우선 (김민식 피디의 공짜로 즐기는 세상 https://free2world.tistory.com/)을 살펴 보았다. 경어체(존댓말)의 글로 쓰고 있었다. 나도 마라톤 일지나 페이스북을 몇 년간 썼지만 평어체를 써왔는데 좀 특이했다.  경어체를 쓰는 것과 평어체의 차이는 어떤 것일까? 소설가 김훈의 <남한산성>에서 '꽃은 피었다'와 '꽃이 피었다'를 두고 몇 날 며칠을 고민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나 같으면 별 상관없겠지만 경어체/평어체는 의외로 고민이 되었다.

'오늘 아침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와 '오늘 아침에는 바람이 심하게 불었습니다.'의 차이는 분명히 크다. 이후의 문장까지도 평어체와 경어체를 구분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김민식 피디는 방송일을 하는 사람답게 이야기하듯 관객과 독자의 존재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그들에게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독자의 입장을 중심으로 쓰는 글이라면 김훈 작가의 글은 마치 내 안의 의식 세계로 들어오라는 느낌이 들었다. 결국 둘 다 독자에게 도달하는 글이지만 느낌이 틀렸다. 

내가 글을 쓴다면 어떤 것이 좋을까? 어제 서평같은 책 리뷰 하나를 올렸지만 (https://eaglemanse.tistory.com/2) 김피디님의 글을 흉내 내었는데, 부드러웠지만, 내 느낌 같지는 않았다. 결국 내 글쓰기는 내 안의 독백 같은 느낌이 강하다는 것이다. (뭐 독자가 한두명이라도 있어야 존댓말도 의미가 있는 것이지만 -.-)  그러면 독자도 없는 글을 왜 쓰는 것일까?

첫째 내가 생각하는 의식의 흐름을 좀더좀 더 명확하게 정리하여 기록으로 남겨 놓는 것이 의외로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생각하는 존재로서 지속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데 기록으로 남겨놓으면 기억할 의무에서 좀 더 자유롭다는 것이다. 나중에 비슷한 생각을 하게 될 때 찾아보고 좀 더 다른 각도에서 보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분명 50~80% 이상 잊어버리게 될 텐데 이렇게 글로 지금의 생각을 남겨 놓는 것이 다음번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둘째 기록을 하는 행위 자체가 생산이기 때문이다. 글은 아무말 대잔치나 의식의 흐름 기법 대화만으로는 남기기가 좀 쑥스럽다는 것이다. 자신만이 들여다보는 글은 자연스러운 메모 등의 형식도 좋지만 이렇게 소셜에 남기는 글은 그래도 한번 더 쳐다보고 공유를 한다는 것이다. (아무도 안쳐다 보고 있더라고, 내 블로그는 유입량을 보니 내가 95%이다) 

셋째 그래도 혹시 공유를 통해 피드백을 받게 된다면 좀더 사유의 확장도 되고, 추가의 격려 반응을 통해 지속적인 글쓰기 생산활동이 촉진된다는 것이다. (뭐 내가 댓글을 구걸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말입니다.) 반대의견이나 악성의 글을 통해서도 좀 더 표현력의 개선이나 악성글에 대한 의연함을 키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일 것이다.

나 같은 준백수의 글은 그 자체로 즐거운 놀이이고, 혼공의 한 방편이기도 하다. 나중에 혹시 같이 느끼는 글이 되고 참여가 되는 그런 활동이 된다면 더욱 재미있는 생활이 될 듯 하다. 우선은 질보다는 양의 콘텐츠가 필요하듯이 매주 꾸준히 올리는 노력이 필요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