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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는 독서

어른의 문답법 - 피터 버고지언

나는 평소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편안한 사람, 좋아하는 사람과 오랫동안 이야기하는 것이 큰 즐거움이다. 예전에는 술과 함께 이야기하는 것을 선호했지만, 술을 끊은 지금은 장소와 환경을 크게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대화라는 건 상대가 있어야 가능하다. 반면 내가 자주 이야기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회사에서는 각자 일을 해야 하고, 집에서는 바쁜 일상의 아내와 일방적 메시지를 주고받는 경우가 많다.

사적인 모임에서도 1대1 개인적 만남보다는 다자간 주제토론이 이어지니 특정 상대와 깊어지는 대화를 나누기는 좀 어렵다. 욕심일 수도 있지만, 좋은 상대를 만나서 깊은 대화를 나누는 것은 대다수 사람들의 희망이다.

회사든 개인 모임이든 인기를 끄는 사람들이 있다. 특출난 스타 기질인 사람도 있지만, 조용하게 사람들 사이에 초대를 받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특징은 다른 사람들과 대화가 부드럽게 잘 통한다는 것이다.

<어른의 문답법>은 이런 사람들의 특징을 잘 알려준 책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흠이라면 책에서 잘 정리된 내용마저도 방대하여 핵심을 꼽기가 어렵다. 내가 이 많은 내용을 실천하기는 무리다. 그냥 인상 깊은 내용만 정리해본다.

정리된 내용마저도 분량이 너무 많지만, 많이 유용한 책

이 책은 기본(7가지 원리), 초급(9가지 원리), 중급(7가지 방법), 상급(5가지 기술), 전문가(6가지 기술), 달인 (2가지 핵심기술) 편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기본과 초급마저도 따라 하기 어렵다. 그 뒤의 나머지 내용은 그림의 떡 같았다.

이 책의 기본 단계마저도 많이 어려웠다. 내가 대화할때 이런 것을 어느 정도 신경 쓰고 대화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중에 한 가지는 내가 여실히 부족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바로 상대방의 말 듣기였다.

특히 '말할 차례를 양보하고, 상대방을 똑바로 바라보고 몸도 상대방을 향한다. 말을 가로채어 마무리 짓지 않는다' 이런 점이 얼굴을 화끈거리게 만들었다. 특히나 바른 자세로 상대방을 쳐다보지 못하는 것은 고질적인 문제였다.

내 나름대로 빠른 전개를 위해 말을 자른 적이 너무 많았다. 대화중 정적이 불편하여 아무 말 대단치도 벌인 적이 많았었다. 이런 것은 상대방에게 불편함을 넘어서 불쾌감까지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경험한 대화의 고수들은 절대로 말을 빠르게 하지 않는다. 서두르지도 않고, 다른 이가 대화를 자르면 멈추고 듣는다. 그리고 다시 정리를 해나간다. 상대의 흐름을 타기도 한다.

안정된 자세, 온화하고 은은하지만 넘치는 에너지가 느껴지는 사람들이었다. 미소와 관심을 보여주고, 대화중에 나온 말들을 모두 빨아들일 수 있는 느낌이었다. 그런 자세는 이야기를 경청하고 있다는 느낌을 충분하게 주었다. 

그리고 하나 더 반성하게 된 것은 내 안의 메신저를 잠재우라는 것이었다. 가족들과 대화에서 항상 나는 메신저를 자처했었다. 다만 상대방이 그 메시지를 원하고 있고, 부탁을 했을 때가 아니라, 내 생각이었던 것이다.

성인 자녀와의 대화, 관점과 선호도가 다른 아내와의 대화에서 메시지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관계를 악화하는 주범인 경우가 많다. 아내의 잔소리는 결국 일종의 메시지인데, 역공격은 금물이다. 배우기 질문으로 전환하라고 한다.

기초 편이 지나고 초급 편에서는 '상대방의 변화를 이끄는 9가지 방법'이 나왔는데, 이 부분은 유용한 듯 하지만 따라 하기 쉽지 않았다. 그리고 중급 편의 '상대방의 마음을 읽는 7가지 방법'에서 한 가지 배울 점이 있었다.  

바로 친구가 잘못 알고 있게 놔두기였다. 나는 몇몇 친한 남자 친구, 가족들과 정치적인 입장이 많이 다르다. 대화중에는 정치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데, 열기를 더할 때가 많다. 전에는 논리와 자료를 인용하면 격렬한 토론을 했다.

그 결과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지난 20년간 그들의 신념, 나의 입장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그렇게 달라도 우리는 여전히 친하다. 조금 어색해지긴 하지만, 그래도 아주 친한 친구, 가족이다. 

이제 연말 모임들이 있을 텐데, 조금 바꿔 봐야겠다. 경청하고, 인정하며, 나름의 논리에 대해 내가 이해한 것을 이야기하고 감사를 표하는 것 등이다. 이게 잘 되면 좋아하는 사람들 모임에서 조금 더 좋은 분위기가 될 것 같다.  

이 책은 토론과 대화 시 지켜야 할 원칙들이 너무 많아서 따라 하기 어렵다. 내 수준이 책을 따라가기 어렵다면 내가 이해한 부분까지만 따라 하면 될 것이다. 결국 실천이 더 중요한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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