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의 아름다움

비오는 일요일 아침, 커피한잔, 블로그 하나

오늘도 야탑사거리 스타벅스 카페로 왔다. 매주 일요일 아침 아메리카노 한잔 옆에 두고 블로그 한편을 쓴다. 이것이 습관이 된 것은 한 2년 정도 된 것 같다. 가족여행등 특별한 경우 말고는 거의 매주 이곳에 와서 커피를 마신다.

코로나 이전에는 일요일에도 7시에 카페 오픈을 했었다. 이때에 내가 첫 손님으로 들어가려고 노력했었다. 아침식사를 먹고 가다 보니 1등은 하지 못했지만, 테이크아웃을 하는 손님을 제외하면, 거의 첫 번째 손님이었다.

약 10년 전에 3~4년간 회사에 이른 아침 출근한 적이 있었다. 6시 20분 정도에 우리 팀에서 제일 먼저 회사에 도착했는데, 옆팀에 선배 한분이 나와 비슷하게 회사에 도착을 하곤 했다. 그렇게 조용한 사무실에서 천천히 일을 준비하는 것이 좋았다.

"적보다 먼저 일어났다는 심리적 승리감이 좋기 때문이다." - 조코 윌링크 <타이탄의 도구들>

주말의 스타벅스도 마찬가지다. 주말의 스타벅스는 평일의 그것과는 차이가 많다. 천천히 브런치를 즐기면서,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거나, 자료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새벽에 손님이 없을 때의 공기와 음악은 평소와 많이 다르다. 

오늘 아침에는 늦잠을 잤다. 새벽에 매일매일 달리기를 한지는 200일이 조금 넘었는데, 그중 3번째 안에 드는 늦은 시간에 달렸다. 연속 3일 늦게 잠든 것,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계속 비가 내리고 있었고, 오늘은 시간 여유가 많았던 것이 마음을 흐트러트린 것 같다.

몇 번을 일어날까 말까 망설이다가 결국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 일요일은 장거리 달리기를 하는 날이다. 오늘은 16킬로를 달리는 날인데, 비 맞으며 장거리 뛰는 것이 조금 부담스럽다. 내게는 익숙한 물집이 지금도 약간 있는데, 이런 날 장거리는 물집을 불러 모으는 격이다. 

물집이 잡히면 보통 일주일 정도 걷기와 달리기 할 때 불편하기에 조심해야 한다. 오늘은 어제부터 내린 비에 물웅덩이가 많았고, 몇 번을 빠지니까 신발안에서 철벅 소리가 나기 시작한다. 그냥 적당한 거리로 재빨리 협상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내는 주말인데도 평소(?)와 같이 일찍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 같이 식사를 하면서 자식의 의미, 노후에 홀로 되는 것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우리가 오랜 기간 같이 아끼며 살아왔다는 실감이 난다. 행복한 인생이다.

오늘 블로그 쓸 것이 없다고 툴툴대니까, 아내는 어제 독서모임에서 내가 발표한 내용을 적어보라고 권한다. 자신도 유튜브에서 보니까 내용이 쓸만하다고... 하지만 그것은 이미 내 안의 무언가를 다 소진한 느낌이다. 새로운 기름을 태워야 한다.

카페에 와서 몇 자를 적었다 지웠다 하다가 평소처럼 동네를 한 바퀴 돌았다. 비 오는 날의 설렘, 이른 아침의 카페의 조용한 분위기, 장거리 달리기나 산책 같은 나만의 시간의 즐거움을 생각해보았다. 그러다 생각난 것이 글쓰기 즐거움이었다.

최근 글 쓸 소재가 없을 때 읽은 책을 리뷰를 올릴 때가 많았다. 책에 대한 글을 쓸 때는 대략적인 글의 두서를 먼저 정해서 채워나가는 방식으로 쓰면 시간도 많이 안 걸리고 쉬운 느낌이다. 하지만 에세이처럼 내 마음과 생각의 흐름은 논리적이지 못하다.

그러나 그것을 고민하면서 하나의 줄기로 엮어내는 시간과 노력이 의미를 갖는 것 같다. 그 결과는 보잘것없는 경우가 대다수이지만, 내 나름의 사고의 정리를 글로 표현한 것이 종종 만족을 주는 경우가 많다. 아닌 경우도 많지만..

자신의 내면을 기록하는 일기와는 다른 느낌이다. 독백에 가까운 글일지라도, 결국 스피커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 공정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블로그 글이다. 그런 생각의 폭과 깊이를 넓히기 위해 책을 읽고 사람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다.

블로그 글은 그런 행동과 노력의 모습이 중간중간 나타나는 결과물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책을 읽고, 토론하고, 글을 쓰다 보면 저절로 글의 내용과 형태는 조금씩 발전할 수밖에 없다. 여전히 발전하지 않는다면 무언가 시간 투자를 하지 않은 것이다. 

내가 지난 1년간 내 블로그에서 글의 내용과 진정성이 퇴보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글을 쓰는 주기가 일주일에 한 번이라서, 실력이 성장하는 연습량이 아닌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매일 쓰기는 힘들다. 일주일에 2번 쓸까 생각했지만, 그것도 힘들었다. 

양재 나비 이재덕 마스터의 강연
<아웃풋 트레이닝> - 가와바타 시온
인풋과 아웃풋 사이의 거리 "짧을수록 성과가 난다"
인풋과 아웃풋의 사이에는 "'편집"이 있다. 
정리하지 않으면 '두뇌 변비'가 걸린다. 
머리는 커지고, 손발이 작아진다.

그럼에도 일요일 내가 자신을 돌아보고, 한 주간 느낀 제일 커다란 감정과 단상들을 정리해서 글로 남기는 것은 마치 머릿속을 청소하는 것 같다. 머릿속에서 계속 맴도는 잔상들을 글로 배출하고, 깨끗이 잊어버리는 것이 편해진다.

아니면 글쓰기를 거치며 감정과 생각들을 정리해서 하나의 틀로 만들어버리는 것도 좋다. 나중에 비슷한 상황에서 반복해서 고민하거나 주저하는 해결 해준다. 무엇보다 글을 쓰고 나면 마치 작가가 마감한 것 같은 후련함을 느끼게 된다. 다음 주까지는 편안해진다.

글이 잘 안 써지는 경우도 많다. 그럴 땐 과감하게 밖으로 나간다. 동네 한 바퀴를 돌면서, 사진도 찍고 작은 공원에서 운동도 하면 된다. 걷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건강에 좋은 것이고, 머리도 상쾌해진다. 계절의 변화와 자연의 아름다움도 느낄 수 있어 좋은 경험이 된다.

어쩌면 나는 블로그 글쓰기를 핑계 삼아 혼자서 사색의 즐거움을 즐기는 것인지 모르겠다. 일요일 오전 늦잠을 자지 않고, TV 리모컨을 만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것일 수도 있다. 속마음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겐 일요일 아침이 행복한 시간이다.

'일상의 아름다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올해 단풍구경을 못했던 이유  (0) 2021.11.07
대화는 즉흥 연주  (1) 2021.10.24
21년 절반을 보낸 소감  (0) 2021.06.27
금주 천일 달성  (3) 2021.03.28
월미도 나들이  (0) 2021.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