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그 한마디 말도 / 그 웃음도 나에겐 커다란 의미 / 너의 그 작은 눈빛도 / 쓸쓸한 뒷모습도 나에겐 힘겨운 약속
<너의 의미> - 산울림
내게는 록 밴드 ‘산울림’을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 김창완님이 리더로 있었고, 지금은 해체된 그룹 산울림을 지금도 좋아한다. 그룹의 둘째 형제인 김창훈 님이 운영중인 유튜브를 꼬박꼬박 보고, 댓글도 다는 적극적인 팬이다. 먼저 대놓고 자랑은 하지 않지만, 이른바 찐 팬임을 숨기지는 않는다.
청춘,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나 어떻게, 회상… 나도 많은 노래를 좋아하지만, 멤버들의 최근 근황까지 모니터링하지는 않는다. 아주 예전부터 변함없이 좋아하는 사람들을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특별한 느낌이 든다. 자신의 신념체계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사람… 빠르지는 않지만 묵묵히 자신의 방향으로 길을 가는 사람. 좀 더 좋은 것이 보여도, 경로를 여간해서는 바꾸지 않는 사람.
그 친구와 만난 시기는 13년 전인것 같다. 우리는 같은 회사였고(지금도 그렇지만) 나는 상품기획 업무를 하고 있었고, 그 친구는 연구소에 있었다. 그 친구의 제안으로 디지털 신규 상품을 제안 받아서 검토하고 상품화 진행을 하였다. 결론적으로 상품화 프로젝트는 실패하였지만, 그것을 인연으로 동갑내기인 우리는 친해졌다.
술을 밤새워 마신 적도 있었고, 그 친구가 관리하는 음향실(감상실)에서 점심시간을 이용해 피로를 달래면서 숙면을 취한 적도 있었다. 그 친구가 골라준 주옥같은 음악은 정말 잠들기 좋았다. 초창기에는 기획업무로 이야기를 하다가 딴길로 새면서 잡담도 많았지만, 나중에는 잡담만을 위해 만났다.
그 친구가 관리하는 넓은 공간은 점심시간과 퇴근시간이 되면 탁구장과 미니 배드민턴장으로 변신하여 직원들의 건강 유지와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도움이 되었다. 나도 한때 탁구를 거의 매일 즐겼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자주 보면서 우리는 친한 동료로 알고 지냈다. 업무는 관련이 없어졌지만, 운동을 통해 다시 공감대가 많아졌다.
그러던 중에 그 친구가 개인 결심으로 퇴사를 하였다. 한 두 번씩 보면서 술 한잔 할수도 있었지만, 그 친구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가 되었다.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이다. 몇 번 만나서 나 혼자 술을 마시면서, 혹은 같이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했지만, 술을 좋아하는 나는 적응이 어려웠다. 그렇게 만남은 줄어들었다. 그렇게 2~3년이 지난후 그 친구는 다시 재입사를 하였다.
시간은 계속 흘렀고 이젠 같은 건물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요즘은 매주 금요일 점심시간에 회사 뒷산을 산책한다. 그 친구는 등산이라고 하지만. 그 시간은 우리가 지난 한주간 즐거운 일과 인상 깊었던 일과 읽었던 책, 가족 이야기를 한다. 일주일에 한번씩 방영하는 연속극 같은 느낌이다. 지난주 이어서 일상과 감정은 어떻게 변화가 되었나 등등…
물론 내게는 ‘구관이 명관이여’ 시리즈도 있다. 40년 넘게 아웅다웅하고 있는 친구들이다. 국민학교, 중고등학교를 거쳐서 우정을 만들어 왔다. 지금은 1년에 몇 번 못본다. 하지만 언제든지 힘들다고 하소연하면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줄 그런 친구들이다. 가장 큰 재산목록 같은 존재들이다. 힘든 시기와 즐거운 시기를 이 친구들과 같이 보내서 다행이다.
친구란 즐거움과 괴로움, 외로움을 나누는 사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이가 먹고 독립성이 강해지면 일상의 평범한 감정의 희노애락은 혼자서 처리하게 된다. 문제는 그것이 누적되면 잘 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많이 변한다는 것이다. 각각의 캐릭터에 맞게 마일리지를 쌓고 다른 방향으로 발전을 한다.
그러다보면 오랫만에 만나는 친구나 친척간에는 서먹한 느낌도 들고 조심스럽게 된다. 그래서 과거의 추억을 되새기고, 공감대를 다시 확인하면서 감정을 떠올리는 과정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각자 다르게 발전한 캐릭터들이다. 분야별 경험치도 레벨(?)도 다르게 된다. 각자의 현재 모습을 통해 즐거움이 느껴져야 하는데, 불편으로 다가올수도 있는 것이다.
새로운 경험과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변함없는 환경과 느낌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이제는 친구나 친척이라도 처음 만나는 사람과 별반 차이가 없게 되는 것이다. 과거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비슷하거나 많이 다르거나 나름 문제점을 갖게 된다.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불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월만으로는 건너기 힘든 틈이 생길수가 있는 것이다. 30년 넘게 같이 살았던 부부들이 이혼을 하고, 또는 부모자식 사이에도 분쟁이 발생한다. 같이 살아도 친해지지 않고 미워할 수도 있는 것이다.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려는 노력이 부족한 것, 자신의 관점과 견해가 우선되는 관계에서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
나의 경험으로는 오랜 친구와 가족들은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하지만 애정인지 애착인지 모를 강박이 생길수도 있고, 자존감이든 자만심이든 나의 자아를 깨트리는 도전에 대해 단호한 응징을 하면서 관계는 험악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친구도 가족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상대방이든 나든 그나마 정신차리고 제자리로 돌아와서 관계가 유지된 것이다.
다시 회사 친구와 나는 어떻게 불편하지 않고 친해질 수 있을까를 생각해본다. 그 친구는 내게 배우고 본받을 것이 있어 좋다고 했다. 나는 내가 하고 싶은 말과 생각을 많이 내놓는 편이다. 보통의 경우 그것은 대화라기 보다는 메세지일 경우가 많다. 관계를 불편하게 만드는 제일 크나큰 해악이다. 그런데 어떻게 유지될 수가 있을까..(실제는 아닌데 나만 그렇게 느낄수도..)
그 친구는 경청과 리액션이 강했다. 실제로 말하는 시간이나 횟수는 비슷하다. 어떻게 많이 듣는 사람이 대화량이 많을 수 있을까.. 그것은 내게서 들은 내용에 대한 공감 표시와 적극적인 리액션이 많다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많은 량의 말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그 친구가 평소 다른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비결인 것이다.
가족들, 오랜 친구들, 그리고 다른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 적극 경청과 공감의 표시라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긴다. 과거의 모습에 머물러 있던 사람들도, 새로운 관계를 원하는 사람들도 모두 인정받고 싶은 것이다. 일단 나부터 그러니까. 코로나가 풀리면서 연말 모임이 많아질 것인데, 잊지말고 실천해보자. 적극 경청, 풍부한 리액션…
즉흥 연주 혹은 사람간의 대화를 이어가는 방법은 서로간에 감정과 흐름을 살피고, 기본 방향과 원칙을 잊지 않는 것.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따라가 주는 것. 정체될 때는 주도적으로 조금씩 변화를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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