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미도 나들이
21년 설날도 지났다. 올해는 코로나로 일가 친척댁에도 방문하지 못했다. 다행인 것은 작은 애가 학원에서 외출을 나왔기에 같이 지낼 수 있었다. 큰 아이는 명절 알바로 바빠서 명절날에 세배하고 식사하고 바로 자기 숙소로 돌아갔다.
멀리 가는 것도 불편하고, 소래포구에 가서 작은 애가 좋아하는 생선회를 먹을까 했다가, 예전의 소래포구의 풍경은 사라진 지 오래이고, 가격도 착하지 않다는 평가가 많아서, 다른 곳을 가보기로 하였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월미도다.
아내와 결혼 전후로 몇 번 가보기는 했다. 제일 기억에 남는 것은 디스코팡팡이다. 쿵쾅거리는 음악과 정신없이 돌아가는 놀이기구에서 짧은 치마를 입고, 비명 같은 소리를 지르는 중고생 학생들이 생각난다. 자유로운 해방감일까? 지금도 잘 모르겠다.
도착해보니 사람은 제법 많다. 뽁작거리지는 않지만 그래도 설렁한 느낌은 전혀 없다. 나중에는 사람이 정말 많아졌다. 주차장과 길가에도 차를 세울 곳이 부족하다. 월미공원도 있어서 좋았지만, 산책은 하지 못했다. 좀 아쉽다.
우리는 맛난 것 먹으러 간 것이니, 상가 전체를 천천히 둘러보고, 월미도에서 많이 팔지만 우리가 안 먹은 메뉴로 선택했다. 조개구이 주문 후 작은 애는 아쉬워했다. 낮이니 술 마시 기는 좀 그렇다고 한다. "그런 건전한 선입관은 버려" 참이슬 한 병을 주문했다.
조개구이는 무한리필이라서 추가로 더 시키려 했지만, 우선 배가 부르고, 어느 이상 먹으니 조개 맛이 처음처럼 맛나지가 않았다. 간식을 위해 조금은 배를 남겨두고 밖으로 나왔다. 조개구이는 역시 술좌석에 어울린다. 점심식사로는 약간 아쉽다. (하지만 키조개와 전복은 역시 훌륭했다...)
식사 전 간식을 무엇을 먹을까를 고민했기에, 천천히 다시 돌아오면서 하나씩 골랐다. 갈매기에게 줄 새우깡 큰 봉지 하나와 아내가 좋아하는 딸기 탕후루를 샀다. 갈매기들이 엄청 많았고, 트랙을 도는 갈매기들 물을 공급하듯이 사람들이 던져주고 있었다. 역시 이곳에서도 나는 열심히 운동하듯 새우깡을 한참 던졌다.
탕후루 선택은 실패했다. 그곳에서 한 곳만 현장에서 직접 만들어 주는 곳이 있다. 우리는 냉장(냉동) 탕후루를 샀다. 나도 다른 간식을 사서 맛나게 먹었다. 이런 곳에서는 음식점보다는 거리에서 먹는 먹거리가 더욱 맛나게 느껴진다. 작은 딸이 마음껏 먹는다. 언니가 없는 외동딸 같은 세상이 이렇게 좋다.
그리고 잠시 쉬면서 비눗방울을 만들면서 놀았다. 3,000원이면 커다란 비눗방울을 만들 수 있는 기구를 살 수 있다. 비눗방울을 좋아하는 아기들이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조금씩 빛의 색깔이 변하면서 멀어지는 방울들이 이뻤다.
그렇게 4시간 정도를 드라이브, 산책, 식사, 군것질, 놀이로 토요일 오후를 보냈다. 화려하지도 특별하지도 않지만, 가족들이 긴장을 풀고 오랜만에 따뜻한 날씨로 마치 봄놀이를 즐긴 기분이었다. 작은 애와 우리 부부는 이렇게 즐거운 추억을 일상의 기억 한 페이지에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