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 어른은 어떻게 성장하는가 (존 헤네시)
양재나비 독서모임 2월의 첫째날 주제 도서는 <어른은 어떻게 성장하는가>였다. 내가 좋아하는 자기계발 도서이고 250페이지 정도여서 읽는 시간도 적당할 것 같았다. 요번 주도 이런저런 약속과 모임들로 인해 시간이 부족했기에, 2일 정도 읽으면서 독서메모를 하면 적당하게 소화할 것 같았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10가지 리더의 조건에 대해 읽는데, 첫번째 '겸손' 챕터부터 공감이 가지 않았다. ('공감'이라는 주제의 챕터도 있다). 작가 존 헤네시는 중산층으로 태어나 공학자로서 뛰어난 성과를 이루었고, 교수가 되었으며, 스타트업의 경영자를 거쳐 다시 학장, 부총장, 총장이 되었다. 그리고 총장으로서 16년간 스탠포드 대학을 잘 이끌었다. 작가가 설명하는 겸손은 내게 다가오지 않았다.
'겸손'이라는 그 자체는 고귀하고, 리더의 최고 덕목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바라보는 입장과 환경이 다르다면 이해가 아주 어렵다고 생각한다. 존 헤네시가 느끼는 겸손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나같은 열등감을 많이 가지고 있는 평범한 사람이 쉽게 따라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재미없는 책을 억지로 읽어야 한다는 생각에 뒤로뒤로 미루었다
'부유한 집안의 아이들은 돈이 없을때는 돈이 없다고 이야기를 솔직하게 한다고 한다. 그러나 가난한 아이들은 돈 없다는 소리를 잘 하지 못한다고 한다.' 이미 가난은 단순한 결핍의 상태를 넘어서 사회적인 형벌이라고 하는 수치심까지 반영을 하는 것이라고 개인적인 생각을 한다. 나는 객관적인 가난은 모르지만 심리적인 가난상태를 겪었기에 앞의 말이 아주 잘 이해가 된다.
그렇게 한주가 다 지나갈 무렵 직장에서 일이 생겼다. 업무 부담에 따른 조정에 관한 부분인데 입장차이가 있어 자칫 서로간 불편한 입장이 될수도 있었다. 하루 일과중 대다수 시간을 몇사람과 일대일 면담으로 의견을 청취하고, 내 생각을 말하였다. 시간은 많이 소요되었지만, 서로 간의 입장을 좀 더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다. 대략적인 개선방안과 합의가 진행되었다. 그날 밤 다시 이책을 읽어보니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게 되었다.
조직은 결국 사람에 대한 것이고, 해결을 위해서 필요한 시점에는 반드시 나서야 하는 용기가 필요하고, 진정성에 대한 것이며, 서로간의 이해와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 시간이었다. 그리고 향후 조직과 사람들이 어떤 모습으로 남을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한다. 하루를 보내고 나서 저녁에 책을 통해 느끼는 생각과 감정은 남다를 수 밖에 없었다. 내게 주어진 환경에서 배우지 못할 것은 없는 것이다.
어떤 내용으로 시위를 벌이든 학생들은 학교의 중심이고, 항상 연민과 정의를 포함애 고결한 의도를 지니고 있다. 해당 문제를 부분적으로만 이해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들의 시위에는 언제나 일말의 진실과 정의가 담겨 있다. 따라서 나는 모든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학생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기존 정책과 정책 변경 요구가 낳은 결과 모두를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웠다. (P127)
존 헤네시는 나와 다른 입장이지만, 수없이 많은 사람들과 협업을 하면서 매번 무엇이 문제가 되고, 어떻게 해결을 해냈는지에 대한 성찰을 내게 보여주였다. 책은 작가의 머리에서 세상에 나온 그 순간부터 독자의 것이 된다. 독자가 가지고 있는 경험과 생각에 따라 다시 태어난다. 이 책은 내게는 정말 그렇고 그런 감동과 재미가 없는 책에서 살아 숨쉬는 경험담을 가진 책으로 변하게 되었다.
그렇게 좀 더 애정을 갖고 책을 읽다보니 두가지가 내게 다가왔다. 결국 이책은 헤네시가 16년간의 총장이라는 리더로서 느낀 점을 쓴 글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엔지니어/교수라는 이공계 학자에서 리더로 변하는 전환점은 무엇이었을까? 의식의 변화에 대해 궁금해졌다. 사람들이 고난이나 변화의 시점에 어떻게 어떤 결단을 갖게 되는 것일까? 작가는 어머니의 죽음 이후 방황의 시간을 갖게 되었으나, 안정적인 생활을 다시 유지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우리 가족과 나는 어떻게 그 비극을 이겨 냈을까? 사려깊고 인내심 많고 온화하신 외할머니가 당신의 삶을 거의 포기하고 그때부터 몇 년 동안 우리 집을 오가며 어린 동생들을 돌봐 주셨다. 집으로 돌아와 가족과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지내게 되자 삶의 균형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돌아가신 어머니가 책에 대한 사랑, 세상에 대해 언제나 더 많이 배우고 싶은 욕구 등 나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남겨 주었는지, 앞으로 살아가면서 그 선물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깨달았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어머니는 매 순간 나와 함께 해왔고, 나는 어머니가 자랑스러워할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 왔다. (P190)
이부분을 읽고 나서 자꾸 감정이 올라왔다. 어머니가 내게 얼마나 많은 가르침을 남겨주셨는지 다시 깨달았고, 내 삶에서 어머니가 자랑스러워할 삶을 살아가는 것이 내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점점 더 강하게 느끼게 되었다. 책 읽을때, 독서모임 소감발표때, 지금 이글을 쓸때 울림이 점점 커진다. 떠나가신 어머니의 삶이 아직도 내게 말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을 각성했다. 헤네시의 외할머니처럼 내게는 아내가 있었다. 맞벌이로 인해 내게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주고, 아이들을 돌봐주며, 내가 힘들때 위로해주는 수호천사가 되었다. 아내가 가정을 안정적이게 만들어 주었기에 나는 불안과 부정적인 생각을 떨칠수 있었으며,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 모티브만으로는 변할수 없고 환경이 개선되어야 진정한 변화가 이루어질수 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주 40시간이 제일 큰 환경 변화이다)
내 행동을 이끌어 온 원칙은 유산 만들기가 아니라 나의 제한된 시간, 에너지, 자원을 감독하는 것이었다. 나는 이것이 기회비용의 딜레마라고 생각한다. 기회비용이란 중요한 무언가를 하기 위해 자신의 자리를 이횽하는 능력, 즉 자신의 시간, 에너지, 위상을 말한다. 최선의 일을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나의 시간과 지위를 가장 효과적으로 쓸 수 있을까? (P221)
나보다 경험과 나이가 많은 분들을 접하면서 배우는 것이 있다. 그분들 중 점점 더 활동을 열심히 하시는 분들의 특징은 포기할 것과 강화해야 할 것에 대해 명확하게 방향을 가졌다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이 여러가지 시도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럽기도 하고, 때로는 '경험해봐서 아는데~'라는 도움 안되는 참견을 하고 싶기도 하다. 그런데 내가 지금 관심을 갖거나 미련을 갖고 있는 위시리스트에서 어느 것이 중요하고 10년 뒤나 20년 뒤에도 계속 마음속에 남아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기본으로 돌아가서 매일이 즐겁고, 의미 있으며, 발전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시간을 들여야 한다. 나는 의외로 시간이 없다. 급할 것은 없지만, 하루하루가 쌓여서 나중에야 결과가 나오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곁가지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좋지만, 시간을 많이 쓸 정도로 내게 시간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즐겁지만 조금씩 발전하는 그런 인생을 만들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