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아름다움

슬럼프가 온다고 느껴질때

독수리만세 2019. 10. 6. 09:17

요번주 내내 기분이 약간 가라앉아 있다. 내 생활의 중요한 두가지 중 하나인 운동은 천천히 좋아지고 있다. 자전거 속도를 올리는 것이 평소 바램인데, 지난주에는 짧은 퇴근주이지만 내 나름의 최고 평속을 유지했다. 최고 속도도 나왔으며 전반적으로 패달링에 힘이 들어간다. 지난주에 비해 요번주는 2일간 비가 와서 자전거를 못탔지만 비교적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오늘 아침에도 일요일 달리기를 했다. 재활과 훈련을 겸하여 조금씩 거리를 늘리고 있는중이다. 목표대로 14키로를 달렸다. 속도는 무척 느리지만 20키로 까지는 이대로 가면 된다. 속도는 그 다음부터 천천히 올리면 된다. 완주에 대한 자신감이 우선임을 경험으로 알고있다. 

운동이 잘되면 부작용이 있다. 많이 피곤해지는 것이다. 주중에 듣고 싶은 강연이나, 모임을 자제하게 된다. 그래야만 수면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그래서 운동과 독서를 제외한 나머지는 되도록 피했는데도 피곤하다. 역시 운동강도를 늘리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다고 모처럼 잘되는 운동을 일부러 줄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나 책을 읽을때 어느정도 집중을 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발제를 한다는 느낌으로 먼저 내용 정리를 해야 한다. 근데 피곤해서인지 내용 집중이 안된다. 나름대로 명확하게 정리가 되지 않으니, 내가 그것에 대해 받아들일 것과 응용할 것은 더욱 안될수 밖에 없다. 책의 내용이 내게 반짝이지 않으면, 그책에 대한 다른 사람의 말도 귀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 따라서 독서모임에서도 재미가 없다. 

단체나 모임 등에서 다소간의 오해나 입장차이로 불편함이 있을수 있다. 그러나 나의 에너지가 넘치고 긍정적인 상태라면 크게 문제가 될리가 없다. 대다수 사람들은 보편적 이성과 예의를 갖추고 있기에 커다란 실수를 하지는 않는다. 상황에 따라 내가 다르게 받아들이는 것이 변수일 뿐이다. 밖에서 원인을 찾으려 빙빙 돌아봐도 결국 자신의 문제로 돌아온다.

내가 기분이 가라앉는 이유는 무엇일까? 피곤해서는 아닌 것 같다. 요새 취침시간이 부족하지 않도록 신경쓴다. 아마도 초조해서 그럴것이다. 작년부터 술을 끊고, AA 모임을 다니고, 운동을 하고, 책을 읽고, 독서 모임을 다니고 있다. 좀 더 다른 삶을 살아보겠다고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스스로 변했다는 느낌이 약하다. 

물론 생활습관은 많이 변했다. 그러나 내가 느끼는 내면적인 성장의 느낌이 거의 없다. 사회의 여러가지 이슈들이나 사람간의 관계나 종교나 철학등 모든 면에서 조금씩 내가 생각하는 수준이 올라갔다는 느낌이 거의 들지 않는다. 그동안 읽은 책들의 내용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억나지 않는 이유는 내것으로 체화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다시 내가 향해 가고 있는 방향과 중간 목표에 대해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원래의 목표는 60세 이전까지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을 정하고 그것에 대한 준비를 마친다는 것이다. 그전에 3년간은 체력을 키우고, 책과 강연을 통해 나와 세상에 대해 두루두루 살펴본다는 것이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문제는 아직 1년 전과 바뀐 것이 없는 것 같은 생각이다. 그것이 나를 우울하게 만드는 것이다.

잘되고 있는 것일까? 무리한 목표였나? 노력이 부족한 것인가? 방법이 틀렸나? 많은 생각은 들지만 어느것 하나 확신은 들지 않는다. 몇번을 생각해봐도 방향과 방법은 맞는 것 같다. 속도나 도달시점의 차이는 있을 수 있다. 이렇게 흔들릴때 무소의 뿔처럼 그저 앞을 향해 묵묵히 가는 방법밖에 없다.

이전부터 마라톤을 하면서 좀더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한 나만의 마음가짐을 정리한적이 있다. 
첫째 결국에는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는 낙관적이고 긍정적인 믿음을 갖는다. 
둘째 핵심적인 원칙을 유지하는데만 집중한다. (강한 호흡이나 효율적인 달리기 자세 등)
셋째 현재의 페이스를 절대 무너지지 않게 하고 아주 조금씩 계단방식으로 속도를 올린다. 

최근 조금씩 자기전에 시도하는 취침전 호흡명상도 도움이 된다. 집중이 안되고 잡념속을 헤매도 흔들리지 않고 호흡이나 특정 신체부위에만 집중하다 보면 과거의 집착과 미래의 불안을 어느덧 잊게 된다. 그것을 유지하다 보면 다시 잡념이 스며들지만 그것에 실망하거나 분노하지 않고, 그 잡념에도 따라가지 않고 다시 호흡에만 집중을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명상의 시간은 2~3분을 지나고 10분을 지나고 30분 이상도 가능하게 된다. 명상을 마치고 나서는 푹 쉰것 같은 느낌이 들고 편안한 상태로 잡념이나 상념없이 잠을 깊게 잘수가 있었다. 내 마음을, 내가 노력하면, 조금씩 변화시킬수 있다고 믿게 된다.